1969년 EC-121 전자정보기 격추사건 재조명
NEWSROH=김태환 칼럼니스트
미국과 북한의 지도자들이 말 폭탄으로 치고 받는 모습이 안쓰러운지 러시아 외상 라브로프 (Lavrov) 가 유치원생들 간의 싸움 같다며 열오른 머리를 시키려면 휴식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겠다고 비꼬았다.
북한 리용호 외상이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기 직전에 괌에서 기항한 미군 B-1B 전폭격기 2대와 오키나와에서 출격한 6 대의 F-15 전투기의 호위(護衛)를 받으며 동해상의 NLL 을 지나 원산 350 Km 앞 공해상에서 작전을 하고 귀환했다. 놀라운 사실은 북한이 미군기들의 출격을 사전에 탐지하고 원산 부근의 지대공 SA-5 미사일 포대의 레이다가 가동되었다고 한국 정부 소식통이 전한 것이다. (동아일보 보도)
북한이 군사용 탐색 인공위성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알았을까? 이전에도 필자가 지적했지만 (미국이나 한국측에서 대외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영월 폭격 연습장까지 와서 폭탄 투하 연습을 하고 간 것을 북측에서 알고 북한방송에서 비난한 것처럼) 틀림없이 쏘련측에서 북한에 귀띔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1969년 동해상에서 미군 전자 정찰기 EC-121 기가 정찰 비행중 북한 공군 소속 MiG-21기 2대의 공격을 받아 피격(被擊)되어 격추된 사건 (1969.4.15)이 바로 떠올랐다. 미국은 피격된 정찰기가 북한 영공 밖인 청진에서 90 해리(167 Km) 떨어진 공해 상공이었다고 주장하며 판문점 제 290차 군사정전위에서 불법 격추로 31명의 인명 피해를 입혔다고 비난했지만, 북한측은 “우리 영공을 침입했다”며, 휴전선 북방으로 비행 정찰한 것은 정전 협정 위반이므로 자위 차원에서 격추시켰다고 일축했다. (”휴전 협정위반 주장” 은 서울대 학교 문리대 은사이신 Y 교수님께서 강의 시간 중에 설명해 주셨다.)
피격된 전자 정찰기는 미 해군 소속이지만 미국 안보국(NSA: National Security Agency) 을 위해 쏘련과 북한의 정보를 감청(監聽) 수집해서 보고하는 임무를 띄고 있었다. 그래서 대원 가운데 러시아어와 한국어에 능통한 9명의 암호 해독병 (Cryptologic Technician) 이 탑승하고 있었다. 그날 (1969.4.15) 상오 7시에 도쿄 서부에 있는 아쯔기 해군 항공 기지를 떠나 동해로 날아가 북한과 쏘련 해안을 돌며 정보 수집을 하고 한국의 오산 기지로 귀환할 예정이었다.
EC-121 피격이후 며칠 후에 미국 정부는 엔터프라이즈 등 항공모함 4척과 뉴저지 전함 등 총 40여척의 제 71 타격 전단을 동해로 보내서 힘의 과시 (Show of Forces) 를 하였으나, 아무런 보복 조치를 취하지 않고 며칠 후 71 전단을 철수 시켰다. 그 당시 월남 전이 한참이었는데, 한국에 새로운 전선을 펼치기가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48년전 미국은 영해를 해안에서 12 해리까지로 규정했지만, 그 전해에 발생한 푸에블로 피랍 사건을 유념해서 EC-121이 북한 육지에서 50해리 (90 Km) 안으로 접근 비행을 하지 않도록 지시를 내려서 이를 지켰으며, 북한측은 휴전선 (연장선) 이북을 자국 영공으로 주장하고 실행에 옮긴 사실이 있었음을 환기(喚起)하고자 한다.
그 때는 미국의 자제로 더 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나, 지금은 엄포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트럼프와 김정은이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다. 서로 위협의 수위를 높여가며, 상대방에 위협을 느끼면 전쟁을 시작할 태세여서 자칫 조그만 오판이 큰 사변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트럼프와 김정은을 제어(制御) 할 수 있는 인사들이 주변에 없다는 점이다.
일단 전쟁이 난다면 누가 먼저 시작했느냐는 것을 밝힌다는 것은 학술적인 (Academic) 문제이니, 무의미하고, 이미 마련된 각본 (작전 계획) 대로 각각 행동해 나갈 뿐이다. 확실한 것은 전쟁은 남북이 1953년 7월 27일 휴전 조인후 64년간 이룩한 건설과 부흥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하고 남북에 있는 수백만명의 우리 동포들이 죽거나 평생 불구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김태환의 한국현대사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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