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치킨게임’하고 NBA NFL과 대립각
제임스 “스포츠 분열시키지말라” 분노..조던도 힘보태
Newsroh=로빈 칼럼니스트
정말 대단한 대통령 납셨다. 덕분에 세계최강대국 미국 시민들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동안 트럼프가 입으로 쏟아내고 트윗질로 도배한 많은 구설들은 일일이 거론조차 하기 힘들다. 뭔 사단이 그리 자주 벌어지는지 하루도 조용하지 않은 날이 없다.
유엔총회에서 북한을 멸망시키겠다고 공갈포를 때려 일약 한반도를 지구촌에서 가장 위험한 화약고(火藥庫)로 만들어버리더니 자국의 프로스포츠 스타들에게도 딴지를 걸고 있다.
러시아 외무상 라브로프는 미국과 북한의 지도자가 ‘유치원 아이들처럼 싸우고 있다’고 혀를 끌끌 찼지만 그것은 공정한 평가가 아니다. 적어도 북한은 목숨을 걸고 저항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개발했다 한들 감히 미국에 견줄 것인가.
막말로 둘이서 맞장뜨고 전쟁을 벌인다면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과 해외 군사기지가 막대한 피해를 입겠지만 본토는 손끝 하나 다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북한은 그야말로 초토화될 것이다. 핵이 몇 개라도 터진다면 한반도는 사람이 살 수 없는 불모의 땅이 될 수도 있다.
트럼프와 푸틴이 서로 말폭탄을 터뜨리며 으르렁댄다면 모를까, 플로리다 절반만한 북한이 미국의 라이벌이라도 된 양, 누가 먼저 겁먹나 ‘치킨게임(Chicken Game)’을 벌인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다이아몬드 수저 물고 태어나 부동산개발업으로 억만장자가 된 트럼프는 딱 거기서 멈췄어야 했다. 백악관의 꿈을 꾸지 말고 하던대로 떠들며 살거나, 팔자에 없던 대통령이 되었다면 체신머리 있게 말을 아끼며 살든가 말이다.
SNS 세상이 되면서 영향력있는 ‘셀럽’들은 더욱 막강한 파워를 휘두르고 있다. 트럼프같은 이들은 언론을 두려워 않는다. 그 자체가 수퍼미디어이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대로 트럼프는 트윗광이다. 노인이라 잠이 없는지 새벽이나 오밤중 트윗도 잘 날린다. 그의 트윗을 수신하는 팔로워들이 무려 3100만명이다.
상상해보라. 내가 끄적이는 한줄 글을 ‘센드;하는 순간 어지간한 나라의 인구가 동시에 읽는 장면을. 그들 대부분은 열광적인 지지자다. 숭배의 대상인 교주의 어록이 뜨면 그걸 전파하고 공유한다. 마치 스폰지가 물을 흡수하듯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그래도 못본 사람이 있을까봐 언론도 그의 트윗을 시시각각 중계방송한다. 트럼프가 떠들 때마다 기본으로 수억명이 보고 듣는다는 뜻이다. 평생 남에게 고개 숙이는 법을 몰랐을 그가, 미국의 대통령 자리까지 차지했으니 기고만장(氣高萬丈)이 하늘을 찌르지 않을쏘냐.
보이는대로 닥치는대로 건드리고 터뜨리는 트럼프의 성향은 미국의 대표적인 프로스포츠인 NFL과 NBA를 시작으로 미국 사회 전반을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트럼프는 23일 트위터에 “백악관 방문은 우승팀 선수에게 큰 영광이어야하는데 스테판 커리는 주저하고 있다”면서 “초대는 취소됐다”고 밝혔다.
전날 커리가 기자회견에서 우승팀 관례인 백악관 방문에 부정적 태도를 보인 것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자 NBA의 간판스타 르브론 제임스가 엄호하고 나섰다. 트위터에 “당신(트럼프 대통령)은 쓸모없는 사람(U Bum)이다. 당신이 나타나기 전까지 백악관 초청은 영광스러운 일이었다”고 정면으로 공박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도 공식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초청 철회를 분명히 나타냈으니 우리도 이를 받아들이겠다. 백악관을 방문하는 대신, 우리는 오는 2월 워싱턴 방문을 통해 우리 조직이 품고 있는 가치인 평등과 다양성, 그리고 포용을 기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임스는 25일 프리시즌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트럼프가 우리를 분열시키는 데 스포츠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좌절감을 느끼고 화가 난다”고 밝혔다. 그는‘ 무릎꿇기’ 시위를 벌이는 NFL과 코치, 선수들, 구단주, 팬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계속 우리를 분열시키려 하는 그런 사람(that guy)이 있어도 어떤 분열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임스는 "스포츠는 놀라운 것이다. 그 어떤 것보다도 사람들을 단합시킨다. 그가 가진 권력이나 영향력과 관계없이 어떤 개인이라도 우리를 분열시키기 위해 스포츠를 이용하는 걸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NBA의 ‘킹’인 제임스에 이어 ‘영원한 농구대통령’ 마이클 조던도 힘을 보탰다. 그는 “우리나라의 근본적인 권리중 하나가 언론의 자유다. 우리는 비폭력과 평화로운 저항의 오랜 전통이 있다. 분열과 증오가 점증하는 시대에 우리는 단결해야 한다. 나는 언론의 자유를 지향하는 NBA의 모든 선수들을 지지한다”고 역설했다.
뭐니뭐니해도 충격은 트럼프의 원색적인 욕설이었다. 지난 22일 우연히 TV를 보다 뉴스에 ‘SOB(Son of Bitch)’ 욕설이 나오는 것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트럼프였다. 그것도 공개된 장소에서 말이다.
트럼프는 이날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지원 유세에서 느닷없이 “성조기를 존중하지 않는 선수에게 '저 개새끼(son of bitch)를 당장 끌어내. 넌 해고야'라고 말할 수 있는 NFL 구단주를 보고 싶지 않은가. 넌 해고야” 하고 소리쳤다.
이는 지난 시즌 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전 쿼터백 콜린 캐퍼닉이 소수 인종에 대한 경찰의 폭력에 항의하는 뜻에서 국가연주 때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장면을 거론한 것이었다. 당시 캐퍼닉은 “나는 흑인이나 유색인종을 억압하는 나라에 자긍심(自矜心)을 보여주기 위해 일어서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너는 해고야(You are fired)’는 트럼프가 과거 진행했던 TV 리얼리티쇼 Apprentice(견습사원)에서 전매특허처럼 내지른 것이었다.
트럼프의 욕설파문은 꺼져가던 불에 기름을 부었다. 그 직후부터 NFL 선수들의 동참이 잇따른 것이다. 애틀랜타 팰컨스의 수비수 그레이디 자렛과 돈타리 포오가 24일 디트로이트와의 원정경기 시작전 국가 연주 시간에 ‘무릎꿇기’ 시위에 참여한 것이다.
또 런던에서 경기를 가진 볼티모어 레이번스와 잭슨빌 재규어스 선수들도 국가가 연주되자 바로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팔짱을 꼈다. 이에 레이 루이스 등 은퇴 선수들과 코치들도 선 채로 팔짱을 끼며 동참하는 모습이었다. 그런가하면 피츠버그 스틸러스 선수단은 아예 국가 연주 시간 라커룸에 머물렀다.
이날만 NFL에서 100여 명의 선수가 항의시위를 했고, 볼티모어 레이번스를 포함해 최소 3명의 구단주도 동참했다. 각 구단들도 성명을 내고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로저 구델 NFL 커미셔너는 “대통령의 분열적인 발언은 리그와 우리 선수, 우리 게임에 대한 존중의 결여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런가하면 MLB(미프로야구)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포수 브루스 맥스웰도 24일 국가연주 동안 모자를 벗어 가슴에 댄 채 한쪽 무릎을 꿇는 등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무릎꿇기’ 시위는 급기야 문화계 학교 정치계 등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가수 스티비 원더는 뉴욕 센트럴파크 무대에서 공연 전 “미국을 위해 무릎을 꿇는다”며 동참했고 캘리포니아 주 앤시날 고등학교와 워싱턴의 조지 타운 대학에서도 학생과 교사들이 ‘무릎꿇기’ 시위를 함께 했다.
연방의회에서도 민주당의 실라 잭슨 리 의원과 마크 포캔 의원이 트럼프를 비판하며 잇따라 무릎을 꿇었다. 이같은 릴레이 시위에 뉴욕타임스는 5개월 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무릎꿇기 시위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또 시민단체 ‘민주주의연합’은 25일 “국가 연주 도중 무릎을 꿇은 NFL 선수들을 지목해 해고를 요구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정부윤리청(OGE)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존 쿠퍼 민주주의연합 대표는 성명에서 “어떤 대통령도 법규에서 예외일 수 없다”면서 “현재 백악관의 주인이 그것을 인식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는 자신이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트럼프가 권력을 남용할 때마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해 계속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시위물결에도 트럼프는 안중에 없는 모양이다. 26일 트위터에 NFL 사무국은 국가 연주 중 ‘무릎 꿇기’를 금지하는 규정을 만들라는 어이없는 요구까지 하고 나섰기때문이다.
이정도면 거의 합리적인 대화가 불가능한 상황이 아닌가 싶다. 이변(?)이 없는 한 트럼프는 앞으로도 계속 입으로는 설화(舌禍)를, 트윗으로는 필화(筆禍)를 빚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 미국의 위상은 더욱 쪼그라들고 분열과 대립, 갈등으로 치달을 것이다. 우리는 익히 경험한 바지만 미국민 역시 나라의 지도자를 잘 뽑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체험하는 시련의 시간이 될 모양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빈의 스포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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