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Brexit) 이후 영국 정부가 이민자를 제한하는 정책 기조를 펼치는 상황에서, 영국이 호주인들을 더 많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비자 정책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런던 템스강(Thames River) 건너편으로 보이는 영국 의회 의사당.
‘브렉시트’ 후 이민자 규제 강화... 비자개혁 요구 목소리 커져
많은 호주인들은 영국에서의 직장근무 경력을 하나의 ‘통과의례’로 여기기도 한다. 지난 20년간 영국 이민역사에는 호주인과 뉴질랜드 출신 노동자들이 전체 해외 인력 거운데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비자 신청 연령대를 넘겨 기회를 놓친 경우도 많다. 더불어 영국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탈퇴) 결정으로 최근 3년간 영국 내 이민자 수가 급격하게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호주 정부가 비자자격 요건에 대해 영국 정부와 협상해야 할 시기라고 제안하기도 한다.
멜번 소재 모나쉬대학교의 ‘Monash European and EU Centre’ 부소장인 벤 웰링스(Ben Wellings) 박사는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를, ‘이민자 유입 제한-해외 노동력의 EU로의 확산 반대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9월 영국 현지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이 입수한 영국 내무부 문건 ‘브렉시트 이후 국경, 이민, 시민권 체계’(The Border, Immigration and Citizenship System After the UK Leaves the European Union)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EU 이민자를 두 단계로 분류해 엄격히 관리할 예정이다. 이 문서는 미숙련 이민자에게는 최대 2년까지, 고숙련 이민자에게는 3∼5년의 체류기한을 허용할 예정이라는 영국 정부의 계획을 담고 있다.
▲ CANZUK International의 꿈은... =‘CANZUK International(The Commonwealth Freedom of Movement Organisation, 이하 CI)은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영국 정부 간 정책적 협력 및 협의를 통해 각국 시민들의 자유로운 이동 및 무역을 추구하는 비정부 국제기구로 2014년 설립됐다.
CI의 제임스 스키너(James Skinner) 회장은 “브렉시트는 호주와 영국의 이민정책 개혁을 위한 ‘최상의 기회’”라고 말한다.
그는 “올해 초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72%의 호주인들이 영국, 캐나다, 및 뉴질랜드로 자유롭게 드나들기를 원하고 있다”며 “비자 종류 다양화 등의 방안을 통해 4개국 간의 자유로운 이동을 주요 목표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키너 회장은 “31세 이하 청년들을 위한 5년 체류 비자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워킹 홀리데이 비자(subclass 417)의 경우도 35~40세 이하로 신청 연령대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후 점차 5년 비자를 7년 또는 10년으로 연장하고, 나아가 캐나다와 영국이 ‘타스만 조약’(Trans-Tasman Travel Agreement)에 합류하는 것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타스만 조약’은 1973년 체결된 호주와 뉴질랜드 간의 협정으로, 이 조약에 따라 양국 국민들은 자유롭게 상대국을 이동할 수 있게 됐다.
▲ 영국과 호주, 자유무역협정 가능할까? = 반면 웰링스 박사는 “호주 정부는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한다.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통해 위험요소가 따를 수 있음을 숙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은 유럽연합 탈퇴 이후 인도와의 자유무역협정을 논의하기 위해 올해 4월 인도 뉴델리에서 경제 및 재무회담(UK-India Economic and Financial Dialogue, EFD)을 갖고 양국 간 새로운 무역과 투자를 증진하기 위한 실무자 대표급 회담을 개최했다.
웰링스 박사에 따르면 당시 인도는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에 관심을 보이며, 인도 IT 전문인력이 영국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는 조건을 달았다. 이에 대해 윌링스 박사는 “브렉시트 결과를 ‘반이민자 지지’로 해석한 데 따른 우려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5년 ‘Tier 5 Youth Mobility’ 비자를 취득해 영국에서 근무했던 호주인 크리스티나 곤잘레스(24세)씨. 그녀는 “영국 정부가 비자의 종류를 더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 영국 근무경험을 가진 호주인들의 생각은? =지난 2015년 3월, ‘Tier 5 Youth Mobility’ 비자를 받아 영국에서 근무했던 호주인 크리스티나 곤잘레스(24세)씨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영국에 체류할 수 있는 비자는 국제적인 근무 경험과 유럽 여행을 동시에 쌓을 수 있기에 많은 호주인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개인의 은행거래 업무를 돕는 호주에서의 경력을 그대로 영국에서도 이어갔고, 이후 고객관리 매니저가 됐다. 그녀는 영국에서 이 일을 지속하고 싶었지만 비자가 만료되어 호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곤잘레스씨는 “여러 현지 변호사 및 이민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지만 방법이 없었다”면서 “2년은 너무 짧게 느껴졌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녀는 “많은 회사들로부터 근무 제의를 받았지만, 스폰서 회사를 통해 체류 및 근무가 가능한 ‘Tier 2 직업비자’마저도 까다로운 요구조건을 맞추기가 어려워 실패했다”고 전했다.
▲ 영국 이민비자 개혁, 가능할까? =캔버라 소재의 영국 고등판무관 사무소(British High Commission) 대변인은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영국 정부는 호주인들에게 최소한의 조건으로 신청 가능한 비자를 최대한 많이 제공하겠다는 것 외에는 다른 비자 변경 계획안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녀는 “매년 2만1천 명의 호주인들이 취업이 가능한 비자를 받아 영국에 입국하고 있으며 지난해 ‘Tier 2 취업비자’ 승인 건수는 17%가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 영국 비자 신청 요건
호주인들이 영국에서 신청할 수 있는 비자에는 다음의 종류가 있다.
-‘청년교류제도’(Youth Mobility Scheme) : 31세 이하 청년들이 신청할 수 있는, ‘워킹홀리데이’로 알려진 비자이다. 한 번 신청하면 2년 동안 체류가 가능하며 스폰서 회사의 지원을 받아 취득할 수도 있다. 전체 YMS 비자 신청자의 3분의 1이 호주 및 뉴질랜드 출신 청년들이다.
-영국 혈통 비자(UK ancestry visa) : 영 연방국 시민권자 중 영국에서 태어난 선조의 자손이 신청할 수 있는 비자로, 약 900달러의 신청비를 내면 5년간 체류할 수 있다.
-Tier 1 사업비자(Tier 1 Entrepreneur) : 은행 계좌에 최소 8만5천 달러가 저축되어 있는 경우에 신청 가능하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