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유대인'으로 불리며 유수의 자수성가형 기업을 일궈낸 절강(浙江) 상인들이 신규 투자처로 두만강 하구의 러시아, 조선 접경 지역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27일 현지 언론과 소식통들에 따르면 러시아 연해주, 조선 나선특구와 인접한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훈춘(琿春)시에는 올해 하반기부터 중국 민간자본이 투자한 초대형 국경무역단지가 문을 열 예정이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3단계로 나뉘어 건설될 이 단지는 총 63만㎡의 부지에 연건축면적 68만㎡의 판매·업무·숙박·주거·요식 관련 시설을 지어 중국, 러시아, 조선, 한국 등지의 바이어와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구상이다.
오는 8월에는 1단계로 5억위안(90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현재 건설 중인 14만2천㎡ 규모의 시설이 우선 오픈할 예정이다.
연변 현지 언론은 이 단지가 '제2의 이우(義烏)'를 만들겠다'는 구호 아래 이미1천 개가 넘는 절강성 이우, 해녕(海寧), 영강(永康) 등지의 중소기업들과 매장 분양·임대계약을 마쳤으며 정식 오픈에 맞춰 2천여 개에 달하는 점포가 모두 입점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곳에 입점을 결정한 상인 대다수의 본거지인 저장성 이우시는 유엔, 세계은행, 모건스탠리 등이 공식 인정한 세계 최대 잡화류 도매시장으로, 세계 생필품의 30%를 공급하고 있으며 중국에서 수출되는 잡화류의 70%를 유통하고 있다.
이처럼 '저력 있는' 절강 상인들이 두만강 하구의 훈춘을 주목한 것은 러시아, 조선과 육로로 이어지고 육·해 복합운송을 통해 한국, 일본과도 연결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러시아 연해주 하산구와 육로로 연결된 훈춘 통상구를 통해 양국을 왕래한 상인과 관광객 등은 연간 30만~40만명에 달하며 매년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극동 지역은 의류와 생활용품, 가전제품 등의 공급이 부족해 이를 중국에서 구매하려고 국경도시 훈춘을 찾는 보따리상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 세계적인 잡화류 도매시장으로 자리 잡은 이우시의 경험을 살리면 훈춘을 거점으로 조선, 한국, 일본과의 교역이 급증할 잠재력도 충분하다는 게 저장 상인들의판단이다.현지의 한 소식통은 "투자 결정에 신중한 저장 상인들이 훈춘에 대거 진출할 때는 조선의 저렴한 노동력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깔렸다"면서 "잡화, 의류, 생활용품 등 소비재 판매시설에 생산시설이 딸린 형태의 국경무역단지는 현재도 노동력이 부족한 훈춘의 사정을 고려할 때 조선 근로자를 대량으로 도입하지 않고는가동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훈춘을 비롯한 연변의 무역·관광업계는 최근 정세 변화에 따라 변동 폭이 큰 조선과의 사업보다는 러시아와의 거래를 빠르게 늘려가는 추세다.
연변주는 지난해 연변을 중심으로 두만강 하구에 '조·중·러 국제자유관광구'를 건설해 국내외 관광객이 해당 구역 내에서 3국의 문화를 체험하고 면세관광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