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한일수 아시아 5국중 가장 짧아
“美측이 2박3일 추진했지만 의전 문제 감안?”
Newsroh=소곤이 칼럼니스트
한국을 와주는 것만도 다행인걸까.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일정을 놓고 청와대의 공식 발표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고 있다.
우선 연합뉴스 기사부터 보자.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7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미 측과 트럼프 대통령 내외의 방한 일정 확정하고자 긴밀히 협의한 결과 다음 달 7일 오전에 도착해 8일 오후에 출발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당초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 일정(11월5~7일)과의 균형을 맞춰 11월 6일 오후 늦게 방한해 8일 오전 이한하는 2박3일간의 방한 일정을 추진했으나, 의전상의 고려와 방한 일정의 내실을 기한다는 차원에서 1박2일간의 일정으로 축소한다는 데 최종 합의했다. 박 대변인은 "이번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 내외의 원만한 항공 일정과 국빈방한 행사의 의전적 측면을 고려한 것"이라며 "미 측은 당초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최초로 이뤄지는 방한을 감안해 2박 3일 일정 추진하고자 했지만, 양국은 트럼프 대통령 내외의 전체 방한 일정과 한국에 너무 늦은 밤에 도착하는 데 따른 의전 문제를 감안해 7일 오전에 도착하는 일정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한국 언론은 일본(11월5~7일) 한국(11월 7~8일) 중국(11월8~10일) 3개국 일정만 보도했다. 2박3일 체류하는 일본과 중국에 비해 1박2일의 한국이 홀대를 받는게 아니냐는 지적에 청와대는 그게 아니라고 강변한다. 그런데 이해안가는 대목이 있다.
"미국이 당초 트럼프대통령 취임후 최초로 이뤄지는 방한을 감안해 2박3일을 추진했지만 너무 늦은 밤에 도착하는데 따른 의전(儀典)을 감안해 7일 오전에 도착하는 일정에 합의했다"는 내용이다. 미국은 2박3일을 원했는데 너무 늦은 밤에 도착해서 의전문제가 발생해 1박2일로 줄였다는 것이다.
설명이 괴이하다. 늦은 밤에 도착하는게 문제라면 조금 일찍 떠나면 된다. 비행기로 2시간도 안걸리는 일본에서 대체 몇시에 떠나길래 늦은 밤이라서 곤란한 걸까. 설사 늦은 밤 도착한다 해도 의전에 소홀할 이유가 없다. 미국 대통령이 취임후 첫 내한인데 심야에 도착한들 대충 대접하겠는가.
한국 언론은 쓰지 않았지만 백악관이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은 11월3일에서 14일까지다. 3일 백악관을 떠나 중간기착지 하와이에서 태평양사령부 브리핑을 받고 진주만 방문, 아리조나 전함 추모식에 참석하고 5일 일본에 도착한다. 미국이 한국에서 2박3일을 원했다면 일본을 1박2일로 줄여야 하는데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 미일동맹이 한미동맹의 우위에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아닌가.
사이좋게(?) 일본 한국을 2박3일로 하면 되는데 못한 것은 왜일까. 다음 일정때문에? 그럼 소위 미국의 '혈맹' 한국은 1박2일인데 ‘눈엣가시’ 중국의 2박3일은 왜일까.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대국이라서? 그런데 괴이쩍다. 베트남과 필리핀도 2박3일이다.
이건 자존심을 넘어 충격이다. 솔직히 북핵미사일 위기 국면에서 한국보다 중요한 나라가 어디 있을까. 박근혜를 날려버린 촛불혁명으로 등극한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의 역대급 보복까지 감내하며 싸드 추가배치까지 했는데 말이다. 이러니까 ‘코리아 패싱’이란 말이 나오는거다.
트럼프의 한국 방문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빼놓고 갈수는 없고 오래 머물 가치는 없고’. 말이 좋아 1박2일이지, 오늘 왔다가 내일 가는거다. 이런 판국에 청와대의 변명(?)은 시쳇말로 웃프다. 일본은 주말을 끼고 있지만 한국은 1박2일이라도 알찬 일정이란다.
한술 더떠 일본 중국에선 없는 국회 연설이 있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트럼프가 한국 국회에서 연설하면 우리가 영광인가? 대한민국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연설하는 트럼프야말로 영광이다. 유엔총회에서 북한을 멸망시키겠다는 극언으로 남한까지 ‘불바다 공포’로 만든 트럼프가 한국 국회에서 어떤 끔찍한 어록을 남길지 좌불안석(坐不安席)인데 말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청와대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조지 HW 부시 이후 25년만의 ‘국빈(國賓) 방문(State Visit)’이라고 발표했다. 같은 나라 대통령에겐 단 한번밖에 할 수 없는 최상의 예우가 국빈 방문이다. 명색이 국빈 방문이면 초청국 입장도 눈치껏 배려해야 정상 아닌가. 마지못해 오는 손님앞에 엎드려 절절 매는 것도 아니고 이게 무슨 꼴인가. 트럼프가 국회 연설을 할 수 있는 것도 우리가 국빈초청을 했기 때문에 그에 준하는 예로써 대접하는거다. 대체 국빈 방문 제안을 누가 했을까. 한국이 했다면 미련한거고 미국이 했다면 뻔뻔한거다.
이왕지사, 지난 탄핵국면때 미국 성조기 흔들어댄 사람들이 트럼프 방한에 맞춰 성조기 들고 열렬히 환영한다면 가히 ‘화룡점정(畵龍點睛)’이지 않을까 싶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소곤이의 세상뒷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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