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이야기] 취학 아동 둔 부모에게
(탬파=코리아위클리) 신동주 = 가을날씨로 성큼 접어들면서 취학 아동들을 둔 젊은 엄마들의 안타까움을 본다. 이들은 자녀를 처음 학교에 보내고 뒤에 남아 가슴앓이를 한다.
일부 엄마들은 "엄마 떨어지지 않겠다고 눈물범벅이 되어 매달리는 아이를 매정하게 떼어 내려니 아침마다 전쟁한다" 고 말한다.
한인 가정들은 일가친척 없이 부부만 이민 온 경우가 많고 대부분 집에서 한국말만 사용하기 때문에 취학 자녀로 인한 어려움을 누구나 겪을 것이다. 엄마 아빠 아닌 외부 사람과의 접촉 경험이 없는 아이가 언어가 다르고 인종이 다른 환경에 갑자기 던져지면 충격이 클 것이다.
몇 년 전 세 살짜리 딸을 프리스쿨에 보냈던 주위의 한 엄마의 말이다.
"우는 아이를 억지로 학교에 떼려다 놓곤 했더니 사흘쯤 지나자 아이가 몸에서 열이 나며 밥에 잠꼬대를 하는 데, 잠결에도 울면서 '엄마, 나 학교 안 갈래!' 라고 했다"며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아이를 계속 학교에 보내야 하는지 판단이 안되어 다음날 소아과를 찾았더니 의사 선생님은 이런 조언을 했다고 한다.
"그래도 학교는 계속 보내라. 정도 차이는 있지만 아이들은 부모와 처음 떨어지면 '결별 불안증'을 겪는다. 애처롭다고 도중에 그만두면 다음에 시도할 때 똑같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마치 홍역 치르듯 한번은 통과해야 하는 과정으로 알아라"
새 학년 초기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불안으로 신경이 예민한 것은 비단 아동들만이 아니다. 상급학교로 진학한 십대들도 내색은 안 하지만 학교생활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한다. 또 중학교는 시간마다 교사가 바뀌는 수업 진행 방식인지라 처음엔 스트레스를 겪는다고 한다.
제일 큰 스트레스는 선배들의 신입생 골탕먹이기라고 한다. 특히 고등학교에서는 졸업반이 되면 나이가 서너 살이나 위이고 덩치는 어른이나 다름없어서 신입생들이 잔뜩 주눅이 든다. 군대에서 고참 잘 만나야 하듯 신입생들도 그 해 좋은 졸업생들을 만나게 되는 운이 따라야 하는 것이다.
선배 여학생들이 신입생 하나를 붙잡아 립스틱으로 얼굴에 '멍청이 신입생' 이라고 써서 모욕을 주는 일, 남학생의 경우 몰매를 때리는 일 등은 대개 부모가 모르고 지나가지만 혹시 안다 한들 어쩔 도리가 없다. 사안이 커서 문제가 크게 불거지지 않는 한 이래 저래 넘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상황에서도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관심을 갖고 키워준다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잘 적응해 낸다.
취학 아동들이 프리스쿨 입학 때 운다고 하지만 반대로 부모가 우는 때가 온다. 자녀가 대학 간다고 집을 떠날 때이다. 우리 부부도 몇 차례나 경험 한 것이다. 프리스쿨 때는 부모의 손을 떨친 자녀가 울고 대학때는 자녀의 손을 떨친 부모가 우니 부모의 자녀의 관계는 참으로 끈끈한가 보다.
이 가을에 자녀를 떠나 보낸 부모들이 있다면 언덕위의 아름다운 나무를 떠올리고 위안을 삼기 바란다. 부모의 든든한 언덕위에서 푸르게 장성할 나무가 바로 그 자녀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