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끝난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국내 스포츠 팬들은 이름도 생소한 카자흐스탄 대표팀이 행사 내내 좋은 성과를 보여주는 것을 보며 깊은 인상을 받았다. 특히 과거처럼 주력 종목에 집중됐던 메달 분포도가 놀랍게 상향 평준화되는 모습을 보인 점은 카자흐스탄에 ‘신흥 스포츠 강국’이라는 타이틀을 안겨줬다. 카자흐스탄은 전반적 성장세를 자랑하며 중국·한국·일본에 이어 4위를 기록, 진정한 아시아 신흥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다졌다. 
  이렇듯 스포츠 분야에서 카자흐스탄의 깜짝 성장에는 사실 몇 가지 비밀이 숨어 있다. 첫째, 카자흐스탄의 전통과 다민족적인 요소다. 체계화된 구 소련 훈련시스템에 길든 세계적 수준의 선수들은 독립 후 카자흐스탄을 대표해 선수 혹은 코치로 꾸준히 해당 분야를 발전시켰다. 다민족 우호정책의 모범국가 카자흐스탄은 선수 선발에서도 민족적 차별을 두지 않고 오히려 민족적 특성을 고려한 선수 개발을 통해 다민족 사회의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두 번째 비밀은 바로 고려인이다. 카자흐스탄 제4의 주즈라 평가받는 모범적 소수민족 디아스포라 고려인 사회는 경제, 정치, 사회, 문화 등 카자흐스탄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스포츠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카자흐스탄의 효자종목 복싱과 역도에는 모두 고려인 감독의 굉장한 공헌이 숨어 있다. 채 유리 전 상원의원은 카자흐스탄 복싱 대표팀의 코치였으며,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역도 4개 금메달의 역사를 쓴 이 알렉세이 고려인 역도감독은 선수보다 더한 인기를 누리며 국민영웅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카자흐스탄 피겨대표팀에 깜짝 동메달을 선사한 데니스 정 선수 역시 민긍호 독립 의병장의 후손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이처럼 한민족의 끈기와 집중력, 재능이 고려인들을 통해 카자흐스탄 스포츠 발전에 한 획을 긋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셋째, 정부 차원의 집중적인 투자와 지원이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급속한 경제발전에 힘입어 강력한 스포츠 진흥정책을 추진하며 스포츠를 다민족 카자흐스탄을 통합하고 새로운 카자흐스탄의 국가 정체성을 강화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2014년 블룸버그 통신에 의하면 선수들의 국제대회 메달 포상금이 가장 많은 나라가 다름 아닌 카자흐스탄이었다고 한다. 
  마지막 비밀은 만년설로 뒤덮인 천산을 끼고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에 있다. 카자흐스탄, 특히 옛 수도 알마티는 천산 지류인 자일리스키 알라타우 산맥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도시다. 시내에서 차로 30분만 올라가면 메데오 야외 빙상경기장에 다다르고, 그곳에서 자동차나 케이블카로 산의 전경을 감상하며 해발고도 2260m의 산중 스키장 침불락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분 안팎이다. 이렇듯 손쉽게 거대한 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장점은 구 소련 시절부터 이곳을 산악스포츠의 메카로 발전시켰다. 여름에는 등산과 산악자전거, 겨울에는 각종 겨울 스포츠를 생활의 일부로서 즐길 수 있게 하는 자연환경 덕분에 이곳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운동을 접하고 이후 이를 전문화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게 된 것이다.
  빠른 경제발전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카자흐스탄은 지난 2011년 동계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뒤 평창에 이은 2022년 동계올림픽에 야심 찬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재 중국의 베이징(北京)과 함께 가장 유력한 후보군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향후 아시아의 스포츠 강국 한국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도 더욱 많아지리라 기대된다. 이제 주요 투자국 비자 면제 및 사증 면제 협약을 통해 비자 없이 비행기로 6시간 안팎이면 방문할 수 있는 겨울 스포츠의 천국, 카자흐스탄으로 한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모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스포츠 강국에 대한 카자흐스탄의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이 향후 어떠한 결과로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된다.(이 기사는 문화일보에 게재된 것입니다)



손치근 / 駐알마티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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