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한 중국 역사를 우리는 주로 소설 형식으로 접하고 있다.그 대표적인 것이 삼국지(三國志)와 열국지(列國誌)이다.
소설이 아닌 역사서로 또한 우리에게 중요한 자료로서 다가오는 것이 바로 <사기(史記)>이다.
<사기>의 작가인 사마 천에 대한 이야기는 대부분 잘 알고 있다.
사마천(司馬遷)은 한나라 전성기인 한 무제 때 활동한 역사학자이자 문학자로, 기원전 145년경 태어났다. 황제 측근에서 각종 기록을 담당하던 아버지 사마담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학문에 정진했다. 사관직인 태사령에 오른 그는 B.C. 99년 자신과 무관한 일- 이릉(李菱)의 화(禍)-에 상소를 올렸다가 왕의 노여움을 사서 사형을 선고 받았다.
이 때 그의 나이 47살이었다. 당시 사형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돈 오십만 냥으로 감형 받는 것과 궁형을 받아 환관이 되는 것이었다. 보석금이 없어 궁형(宮刑: 거세하는 벌)을 당하고 목숨을 건져 말년에 유명한 <사기>를 지었다고 한다. 그가 지은 <사기>는 왕도정치의 이상을 담은 공자의『춘추』를 계승한 책이다.
<사기>는 기존의 역사 책의 구조를 바꾼 획기적인 역사서이다.
통상 일어난 일을 시대적으로 기술하는 편년체에서 사건 중심의 기전체로의 전환을 한 것이다.
어떤 사건의 전후 관계를 쭉 써 내려가는‘기사본말체(記事末本體)’나 연대순으로 일어나는 사건과 인물을 엮어 가는‘편년체(編年體)’로는 인간을 탐구할 수 없다. 먼저 사람을 구분한 뒤 그들의 활동을 분석하는 ‘기전체(紀傳體)’라는 독특한 역사 서술 방식을 고안해 냈다.
<사기>는 제왕의 정치와 행적을 연대순으로 기술한 ‘본기(本紀)’12권, 제후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사건을 시대순으로 서술한‘세가(世家)’30권, 영웅호걸의 전기에 해당하는 ‘열전(列傳)’70권, 천하의 문물제도의 기원과 발달 원리를 추구한 ‘서(書)’8권, 여러 사건의 시공간적 연관성을 도표화한 연대기인 ‘표(表)’10 권으로 되어 있는 총 130 권의 대작이다.
원문을 직접 읽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풍부한 해설과 배경을 설명을 더한 해설서를 읽는 것이 더 이해가 빠를 수 있다.
김영수의 ‘인간의 길을 묻다(왕의서재: 2010)’는 국내 최고의 사마천 연구가로서 직접 현장을 답사하면서 사기를 해설하고 있다.
사마천의 <사기>와 관련해 중국에서 가장 먼저 설립한 섬서성 한성시 사마천학회 정식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우리 나라 대표적인 <사기> 전문가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석, 박사를 마치고 15여 년 동안 중국 전역을 돌면서 현장을 일일이 확인해 저술을 했으며, 수 많은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역사의 등불 사마천, 피로 쓴 사기>, <사기 리더십>, <사기 경영학>, <난세에 답하다>,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 <현자들의 평생 공부법>이 있다.
이 책은 아마도 국내 최초로 QR(quick Response) 코드 태그를 이용해 자신이 찍은 동영상을 제공한 책이다. 평면적인 책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과 현장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담아 사기를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한 책이다.
예전에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로 스마트 폰의 등장으로 IT 기술을 접목해 가능한 일이다.
또 다른 한 권의 책은 김 원중의 ‘통찰력 사전(글항아리: 2009)’으로 다른 시각에서 사기를 해설해 가고 있다. 저자는 한학을 했으며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중국고전으로 박사를 받았다.
고전들의 인문학적으로 재해석하여 고전 속의 인물들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조명하였다.
제 1장‘투시(透視)’로 시작해 36장‘세태(世態)’로 분류해 사마 천의 생각을 정리한 것이다.
하루에 한 문장씩 읽도록 300개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한 인간의 일생일대의 역작이 중국역사는 물론 전 세계 역사에 큰 획을 그은 것이다.
그리고 숨겨진 여러 이야기가 우리에게 큰 감명과 교훈을 주는 책으로 비록 중국인이 아니더라도 동양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일어 보아야 할 필독서이다.
역사서를 읽다 보면 ‘인간은 무엇이고 진리란 무엇인가? 그리고 진정한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삶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최근에 때 아니게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로 이념 대결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역사는 이념이 아니고 진실이다. 역사를 올바르게 기술하고 역사서를 통해 정확한 진실을 알아야만 우리의 정체성을 정확히 알 수가 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도 거창한 국가의 역사가 아닌 우리만의 진솔한 역사를 한 번 써 보자.
칼럼니스트 김영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