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일기] 이민오기 잘했다고 생각하는 이유  

 

(탬파=코리아위클리) 신동주 = 어느새 계절이 바뀌고 있다. 가을이 집 문 밖에 성큼 다가섰다. 나이가 드니 계절이 바뀔 때 마다 마치 인생의 세월이 바뀌는 것처럼 아쉬워 뒤를 돌아보게 된다.

 

나는 늦은 나이에 미국에 이민와서인지 때로 막차를 탄 기분도 들지만 대체로는 '그래도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내게 진취적인 변화를 주었다. 따라서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나라이다. 한 많은 이민 1세대였지만 미국이라는 곳에 살면서 비로소 인성교육과 건강에 신경 쓸 수 있었고, 사안을 멀리 내다보는 안목도 기를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에 대한 관점이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다. 미국에 와서 처음 눈에 띄었던 것은 뚱뚱한 사람들이었다. 미국에는 유달리 과체중인 사람이 많았다.

 

다음으로 눈에 띄었던 것은 제멋대로 개성있게 치장하고 다니는 사람들이었다. 입고 있는 의상은 물론이고 자신의 개성대로 행동하며 살고 있는 이들이 많은 것 같았다.

 

핫팬츠에 브레지어만 하고 가게에 들어 오는 젊은 여성이 있는가 하면 아예 웃통을 벗은 채 들어 오는 사내들도 있었다. '정말 이래서 되겠는가' 하고 생각을 해 본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난장판인 것 처럼 보이기도 했다.

 

또 이민 초기에 직업이나 삶의 터를 바꾸면서 사람들이 여러가지 일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때로 이들이 일을 하는 것인 지 아니면 노는 것인 지 분간하기 어려울 때도 많았다. 근무 시간에 담배를 피워대며 잡담으로 상당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면 저렇게 해서 (미국인들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비하면 한국은 동방예의지국으로 예절도 바르고 교육열이 높아 수준이 높은 나라이다. 또 이곳 미국 사람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질서 정연함도 눈에 띈다. 게다가 동양의 유교 정신까지 깃들어 있어서 효 사상이 높은 나라이다.

 

이렇게 보면 미국보다는 한국이 훨씬 나은 국가인 것 같다. 그렇지만 정작 살아보면 겉 보기와는 다른 면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첫 눈에 제멋대로 인 것 처럼 보였던 미국은 살면 살 수록 그 속에 보이지 않는 질서가 숨을 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에서 많은 일들이 성취되고 세계 1등국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내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더구나 미국에는 제각기 다른 언어, 문화, 풍습, 종교등을 가진 사람들이 혼합되어 있는 데도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엄격한 법이 있고 국민 대다수가 이를 성심껏 준수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얼마 전 골프연습 비디오 테이프를 빌려다 보았다. 그런데 이를 반복해서 보면 도움이 될 것 같아 비디오 가게에 가서 복사를 부탁했고 주인 말대로 일주일후에 비디오를 찾으러 갔다.

 

그런데 주인은 복사를 하지 않았다며 테이프 표지 밑줄에 '두 낫 카피(복사하지 마시오)' 라는 깨알같은 영어 글씨를 가리켰다. "참 내, 일주일 전에 바로 얘기 해주었더라면 다른 곳에 가서 했을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하며 다른 업소에 갔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바보 같으니라고, 꼭 곧이 곧대로 해야하나" 하고 투덜대며 집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또 어제는 약국에 가서 약을 주문했는 데 기한이 지났다며 다시 처방전을 가져 오던지 아니면 담당의사에게 전화를 해 허락을 받으라고 한다. 약병에는 세번 리필할 수 있다고 기록되어 있었는데 두번 사서 먹는 동안 기일을 놓치고 말았던 것이다. 세번 리필은 허락 받은 것이니 좀 안되겠느냐고 부탁하는 나에게 '아임 쏘리'를 연발하는 약사가 나는 좀 답답했다.

 

그러나 법을 준수하겠다는 그들을 탓 할게 아니었다. 나는 이민생활 30년이 훌쩍 넘도록 한번도 급행료 내지 않았고, 단 1불의 뇌물도 주어 본 적이 없다. 그만큼 이들이 법을 준수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던가. 이 때문에 각자 개성대로 살고 있는 것 같은 미국이 잘 돌아가고 있고, 늦게 나마 이민 온 것이 후회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이래서 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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