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야설중(冬夜雪中)(2017. 11. 10. 금요일 밤)

 

고국엔 오늘 폭우가 내린 모양입니다.
오후에 초등학교  동창 밴드에 들어가 봤더니,  한 여자 동창이 
"겨울비가 폭우네. 우산 날아갔어." 라고 썼더군요.

2017년 11월 10일 밤 11시 현재, 몽골 울란바토르 기온이 영하 13도입니다.



지난 11월  6일 새벽부터 울란바토르를 강타한 한 폭설 때문에
몽골 현지 국민들 500명 가량이 병원 신세를 졌다고 뉴스에 나오더군요.

전부 미끄러져서 자빠진 까닭입니다.
저요?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저라고 무슨 수가 있겠습니까?
눈밭에 두 번이나 미끄러졌지만 병원에 갈 정도의 충격은 아니어서 툭툭 털고 일어났지요. ^¿^;;

영하의 날씨 탓에 바짝 긴장하고 삽니다.
아직 장갑은 안 꼈지만, 귀마개에 목도리에 중무장을 하고 다닙니다.
그렇게 오늘도 대학 캠퍼스 강의실로 들어가 한자 쓰기와 사자성어 번역 강의를 소화했습니다.

 
2017111109103091.jpg
 
한자를 칠판에 쓰는 애제자 베. 아니르마(B. Anirmaa) 양의 표정이 자못 진지합니다.
그렇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근데, 이게 쓰는 걸까요? 아니죠. 쓰는 게 아니라 그리는 겁니다. ^.^;;
왜냐. 여기는 중국이 아니고, 몽골이니까요. 
 
2017111108584984.jpg

 


상황이 이러하니, 제가 어찌 한자를 폼 나게 갈겨 쓸 수 있겠습니까?
하여, 저도 애제자들이 잘 쓸 수 있도록 애제자들 눈높이에 맞춰 한자를 칠판에 그려 줍니다.
왜냐. 조금만 갈겨 써버리면 애제자들이 공황 상태에 빠지니까요.

 
2017111109239420.jpg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애제자들이 낑낑거리면서 그려대는 한자가 귀엽기만 합니다.
 
201711110947826.jpg
 
그러나 저러나, 몽골이나 고국이나 눈에 비에 정신 사나운 이 상황에, 
송년회를 알리는 공지사항이 연말 분위기를 돋우는군요.
 
초등학교 동창 밴드 공지 사항을  봤더니, 2017년  동기모임 및 송년회가 
오는  12월 9일 (둘째 주 토요일) 저녁 7시 30분으로 잡혔네요.
 
하지만, 저는, 12월 중순까지 강의에, 시험 실시에,
학점 산출에  정신없을 터이니 , 당연히 동창들과 자리를 같이 하고 싶어도 못 합니다.

2017111109351757.jpg

 
영하의 한밤중에 몽골 현지에서 쓰는 이 글을 , 한자 얘기가 나온 김에 ,
저는, 신라 시대의 최치원(崔致遠) 선생이 쓴  추야우중(秋夜雨中)
-저로서야, 동야설중(冬夜雪中)이라고 해야 하겠으나-
이라는 한시(漢詩)로 마무리합니다.
 
秋夜雨中(추야우중)
최치원(崔致遠) 

秋風惟苦吟(추풍유고음) 世路少知音(세로소지음) 
窓外三更雨(창외삼경우) 燈前萬里心(등전만리심) 
소슬한 가을바람 애를 끊는데 세상에선 내 뜻을 뉘 알아주랴 
창 밖은 삼경인데 궂은 빗소리 등불만 깜박일 제 고향 생각뿐.
 
어쩌겠습니까? 그저 팔자려니 하고 삽니다.
동창들이 이해해 주면 고마운 것이고, 아니면 마는 거지요.
 
201401243017305.gif
2014012431167852.gif
2014012431257700.gif
2017111109351757.jpg

 

  • |
  1. 이미지 1.jpg (File Size:40.0KB/Download:10)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7 2016년 7월 9일 토요일 오후 file 코리아위클리.. 16.07.10. 80
116 박 통이 옵니다! file GWBizNews 16.07.14. 62
115 7월 19일 한국 갔다가 8월 11일 몽골로 복귀합니다. GWBizNews 16.07.18. 64
114 2016년 7월 21일 목요일 오후 3시 file GWBizNews 16.07.21. 62
113 2016년 7월 21일 묙요일 오후 10시 48분(플로리다 시간) 코리아위클리.. 16.07.22. 85
112 몽골 복귀 D-2(2016. 08. 09. 화요일) file GWBizNews 16.08.09. 48
111 여름날 알마티의 추억 (1) [2] file 프랑스존 16.08.20. 147
110 여름날 알마티의 추억 (II) [1] 프랑스존 16.08.26. 61
109 [애도(哀禱)] 희극인 구봉서 장로 file GWBizNews 16.08.27. 53
108 2016 팔월 한가위 D-1 몽골 울란바토르 풍경 (2016. 09. 14) file GWBizNews 16.09.15. 70
107 2016년 서머타임 해제된 몽골 현지 밤하늘에도 둥그런 보름달이 file GWBizNews 16.09.25. 709
106 [경축] 2016년 대한민국 국군의 날(2016. 10. 01) file GWBizNews 16.10.01. 52
105 가을은 이별의 계절 file GWBizNews 16.10.04. 49
104 2016 재외동포언론인 국제 심포지엄 참가 차 서울 입성 file GWBizNews 16.10.08. 69
103 국기원 공인 태권도 고단자 단증 수령 완료 file GWBizNews 16.10.09. 319
102 몽골 복귀 완료(2016. 10. 17) file GWBizNews 16.10.18. 48
101 박근혜, '한국의 마지막 대통령'이 될까 코리아위클리.. 16.10.21. 66
100 [KBS 월드 라디오 대담] 재외동포언론인협회 김소영 회장(캐나다 밴쿠버 중앙일보 대표) file GWBizNews 16.11.01. 65
99 말을 해 봐! 말을 해야 알지! (2016. 11. 02) file GWBizNews 16.11.02. 67
98 제45대 미국 대통령 선거 (2016. 11. 08) D-1 file GWBizNews 16.11.08. 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