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김태환 칼럼니스트
당초 트럼프의 방한 일정에서 DMZ 방문이 빠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백악관도 DMZ는 다른 미국대통령들과 고위 관리들이 자주 가는 진부한 방문지이기 때문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President Donald Trump will reportedly be skipping the infamous demilitarized zone between North and South Korea during his Asia tour next month? because it's "cliche.")
하지만 트럼프가 워낙 깜짝쇼를 즐기는지라 첫날 공식 만찬 이후, DMZ를 방문할 가능성에 대한 소문이 나돌았던게 사실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튿날 트럼프가 DMZ를 방문하려고 근처까지 날아갔으나, 도착 5분쯤 전에 기상 관계로 되돌아 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를 태운 헬리콥터 ‘머린 원(Marine One)’은 왠만한 기상 상황에서 충분히 날 수 있지만 이날은 안개가 너무 자욱해 앞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천하의 명 조종사일지라도, 아차하는 순간에 대통령은 물론, 자기 목숨도 잃을 판이니 회항(回航)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아베에 비교해서 대접이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을까 걱정이 되었는지, 아니면 트럼프의 헛소리를 막으려 했든지 문재인 대통령이 일찌감치 판문점을 향해 가다가 그 역시 짙은 안개 때문에 헬리콥터에서 내려 자동차편으로 판문점에 가서 트럼프의 행차를 기다렸다고 한다. 한미 양국 대통령의 아주 멋진(?) 깜짝쇼가 안개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트럼프는 DMZ행 불발을 내내 아쉬워했다고 하지만 필자는 깜짝쇼가 일어나지 않은 것을 천만 다행으로 생각한다. 우선은 천하의 미국 대통령이라고 으쓱대는 트럼프도 하찮은 안개 때문에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다는 걸 배워서 세상일이 모두 자기가 맘 먹는다고 될 수 없다는 점을 배우고 깨닫기 바란다.
이번의 안개 소동은 분명히 하늘의 섭리(攝理)가 작용해서 예기치 못한 변고(變故)를 예방해 준 것이 아닐까. 세계를 뒤엎는 대 사변도 조그만 일이 불씨가 되어 일어날 수 있다.
1914년 여름 오스트로-헝가리 제국의 후계자인 페르디난도 대공이 사라예보 방문 도중 20세의 젊은 유고슬라비아 (남 슬라브) 민족주의자의 저격을 받았다. 이 사건은 유럽의 양대 동맹관계의 연합국측(영,불,러) 과 동맹국측(독일, 오스트로-헝가리)이 서로 으르렁대던 참에 화약고의 도화선(導火線)에 불을 지핀 꼴이었고 결국 제1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했다.
트럼프의 말 폭탄 교환 때 가장 최고 수준은 “북한을 전멸 시키겠다“ 고 내뱉은 것이다. 만일 트럼프가 판문점을 방문했다면, 북한측 경비병력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만약 누군가 트럼프의 발언에 분개해 몸서리 친 적이 있었다면, 김정은 정권의 사주가 아니더라도 개인의 돌발적인 행동으로 위해(危害)를 가할 수 있다.
트럼프가 판문점에서 어떠한 형태든 공격을 받아 불행한 일이 생긴다면, 당장 한국 땅에 전쟁이 발생하고, 상황에 따라 제3차 세계 대전으로 발전하지 않는다고 누가 단언할 수 있겠는가.
8일 아침 MSNBC 의 뉴스쇼 에 출연한 전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사회자 앤드리아 미철과의 대담에서 자신도 판문점에 여러번 방문한 적이 있었다면서 그곳은 ‘위험한 곳 ’(Dangerous Place) 이라고 지적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트럼프의 깜짝 쇼가 다행히도 ‘하느님이 보우하사’ 안개 덕분에 불발된 것에 다시 한번 감사드릴 뿐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 러시아의 푸틴과의 만남에서도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어나가는데 합의해서 순리대로 이끌어 나가기를 바란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김태환의 한국현대사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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