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문화예술 건물들의 대대적인 보수공사로 대부분의 문화단체들이 당분간 떠돌이 신세가 됐다. 특히 이번 보수공사 프로젝트에 시드니 오페라하우스(Sydney Opera House)의 인테리어 업그레이드 작업 및 월시베이(Walsh Bay) 예술구역 조성이 포함되어 있어 이곳에 입주해 있는 여러 단체들은 공사가 마무리되는 오는 2021년까지 연습실 및 공연장을 물색해야만 한다. 사진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이벤트 홀.
오페라하우스 보수작업으로 2020년까지 사무실-연습실 찾아 떠돌이 신세
시드니 문화예술 건물들에 대한 대대적인 보수공사로 대부분의 예술 기관들이 당분간 떠돌이 신세가 됐다.
이번 보수공사 프로젝트에 포함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Sydney Opera House)의 인테리어 업그레이드 작업 및 월시베이(Walsh Bay) 예술구역 조성에만 5억 달러 이상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며, 공사는 2021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공사가 마무리 되면 이 모든 공간들은 시드니극단(Sydney Theatre Company)과 시드니심포니오케스트라(Sydney Symphony Orchestra)에서 방가라 무용단(Bangarra Dance Theatre)과 음악단(The Song Company)의 세계적인 무대 및 공연 리허설을 위한 장소로 활용될 예정이어서 큰 기대를 받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문화예술 단체들은 건물 보수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임시로 사용할 사무실 및 연습 공간을 찾는 것이 발등의 불이다. 더불어 중단된 공연으로 인한 재정적 타격도 우려사항 중 하나다.
이번 대규모 보수공사의 첫 작업 중 하나는 ‘호주 발레단’(The Australian Ballet)이 주로 공연하는 오페라하우스 내 ‘존 서덜랜드 콘서트홀’(Joan Sutherland Theatre)의 무대 뒤 공간 업그레이드(4천500만 달러 소요)이다.
이번 주말 호주 발레단은 ‘캐피털 시어터’(Capitol Theatre)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무용수이자 호주 발레단 예술감독 데이빗 맥알리스터(David McAllister)의 작품, <잠자는 숲속의 공주>(The Sleeping Beauty)를 공연한다. 극중 오로라(Aurora) 역할을 맡은 주연 배우 라나 존스(Lana Jones)의 복귀 무대로 이 발레 공연은 더욱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페라하우스에 입주해 있던 ‘호주 발레단’(The Australian Ballet)은 현재 ‘캐피털 시어터’(Capital Theatre)에서 공연 중인(11월11일부터 25일) <잠자는 숲속의 공주>(The Sleeping Beauty)를 준비하는 동안 연습실 등을 찾아 옮겨다니느라 엄청난 불편을 겪었다고 하소연 했다. 사진은 이번 공연에서 오로라(Aurora) 역할을 맡은 주연 배우 라나 존스(Lana Jones)씨.
이번 공연을 위해 세계적인 의상 디자이너 가브리엘라 타일레소바(Gabriela Tylesova)가 디자인한 130개의 의상과 70개의 날개, 70명의 발레리나들과 57명의 기술 스태프가 멜번에서 시드디로 이동하게 된다. 총 12회 공연 중 입장권은 80% 이상이 예약된 상태이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끝나고 앙코르 시즌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 공연도 마련되어 있다.
맥알리스터 감독은 “현재 리허설 일부는 캐피털 시어터에서 진행되고 일부는 오페라하우스에서 이뤄져 마치 캠핑하는 것 같은 기분”이라며 공연장 공사로 인해 옮겨 다녀야 하는 불편한 심정을 토로했다.
호주 오페라극단인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Opera Australia) 또한 지난 5월 ‘존 서덜랜드 콘서트홀’을 비운 상태이며, 12월31일 프란츠 레하르의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The merry widow)이라는 작품으로 다시 오페라하우스로 돌아올 예정이다.
오페라하우스 보수공사 작업(2억7,300만 달러)의 일부로 진행되는 ‘존 서덜랜드 콘서트홀’의 무대 뒤 및 입장 공간 보수 작업으로 2020-21년 동안 시드니교향악단(Sydney Symphony Orchestra, SSO)도 갈 곳을 잃은 상태다.
시드니교향악단의 상당한 크기와 공연에 사용되는 특정 음향기기들로 이 공간의 작업 규모가 가장 방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페라하우스 보수공사 프로젝트가 최초로 제안된 이후 공사계획은 계속해서 진행 중이며, 시드니교향악단 행정 측은 신임 CEO가 아직 취임하지 않아 현 단계에서는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공사로 인한 공연 손실액에 대해 극단 측은 정부로부터 아무런 재정지원을 받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 로리 제프스(Rory Jeffes. 전 시드니교향악단 CEO) CEO는 “정부가 공연 중단으로 인한 손실비용을 지원할 어떤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는 2016년 공연수입에서 남은 300만 달러로 현재 상황을 버티고 있는 중이며, 올해 진행될 또 다른 공연들로 재정적 어려움을 헤쳐 나간다는 계획이다.
호주 오페라극단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Opera Australia)가 공연하는 프란츠 레하르의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The merry widow)에 출연하는 소프라노 다니엘 드 니스(Danielle De Niese)씨.
이 중에는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 요나스 카우프만(Jonas Kaufmann)의 출연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파르지팔>(Parsifal.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도 포함되어 있다.
제프스 CEO는 그러나 “공연장 폐쇄로 공연을 진행할 또 다른 공간을 알아봐야 했던 2017년 한해는 정말 다사다난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공연을 어떤 방식으로 다르게 진행할 것인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으며, 평소 자주 해온 그랜드 오페라에서 벗어나 보다 폭넓은 관객들과 소통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을 구상하게 됐다”며 이번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게 됐음도 덧붙였다.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나온 새로운 발상은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가 2018년 서리힐(Surry Hills)에서 공연 예정인 브라이언 하워드(Brian Howard)의 실내 오페라 <변형>(Metamorphosis)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편 ‘호주발레단’은 내년 4월 호주 최고 안무가 그레임 머피(Graeme Murphy)의 공연을 들고 오페라하우스로 복귀할 예정이다. 맥알리스터 예술감독은 이 작품이 새로운 발레 팬을 확보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월시베이(Walsh Bay) 예술 구역 조성은...
월시베이 예술 구역 프로젝트 공사는 내년 7월로 예정되어 있으나 공사계획은 상당부분 지연된 상태다.
NSW 주 정부 기획부(Department of Planning)의 크레이그 림킨(Craig Limkin)씨는 “공사기간 동안 예술 공연단들과 협력해 공연장 변경 등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전했다.
주 정부는 새로 단장될 월시베이의 모습을 강조하며 시드니의 발전된 미래만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예술공연 단체들은 18개월 넘는 기간 중에 발생될 이사비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이중 ‘오스트레일리아 유소년 씨어터’(Australian Theatre for Young People, ATYP)는 내년 중반 20년간 지켜온 학원건물을 떠나 다른 곳으로 옮겨가야 하는 상황이다.
ATYP의 행정을 맡고 있는 사무처는 울루물루(Woolloomooloo)로 이전되며, 공연은 킹스크로스(Kings Cross)의 그리핀 극장(Griffin Theatre)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오페라하우스 보수공사 프로젝트 중 ‘존 서덜랜드 콘서트홀’의 무대 뒤 공간 및 입구 보수 작업으로 2020-21년 동안 ‘시드니 교향악단’(Sydney Symphony Orchestra, SSO)도 새 장소를 물색해야 한다. SSO의 새 CEO로 부임하게 되는 엠마 던치(Emma Dunch)씨(사진).
프레이저 코어필드(Fraser Corfield) 예술감독은 “전국적으로 수많은 학교와 젊은 사람들이 찾아왔던 이 건물을 떠나는 것은 향후 혼란과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그는 “건물 이전에 따른 비용으로 5~6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월시베이의 대표적 공연단체인 ‘시드니 시어터 컴퍼니’(Sydney Theatre Company, STC)도 당분간 집을 잃게 됐다.
‘시드니 시어터 컴퍼니’의 패트릭 맥킨타이어(Patrick McIntyre) 대표는 4번 부두에 세워질 새 공연장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면서도 당장 건물 이전에 따른 비용과 영향에 대한 우려감을 나타냈다.
‘시드니 시어터 컴퍼니’는 오페라 하우스 내 연극 극장과 월시베이에 있는 ‘로슬린 파커 극장’(Roslyn Packer Theatre)을 사용할 수 있으나 4번 부두에 있는 두 개의 극장이 폐쇄돼 소규모 공연 및 신임 배우들의 공연이 위기를 맡게 됐다.
맥킨타이어 전무이사는 “공사가 2019년 말에 마무리 된다면, 대규모 공연을 위주로 이어가면 되겠지만, 만약 2020년까지 공사가 이어지게 될 경우 소규모 프로그램이 불가능해 공연 발전을 지속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우려감을 표하면서 “소규모 공연을 위한 공연 장소를 물색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STC의 행정부 및 다른 소품들은 모두 폭스 스튜디오(Fox Studios)로 옮겨가게 된다.
이번 보수공사 작업으로 건물을 이전하게 된 또 다른 공연기관은 21년 전통을 가진 ‘시드니 작가 페스티벌’(Sydney Writers' Festival)로, 이 단체는 이블리(Eveleigh)에 자리한 아트 센터 ‘Carriageworks’로 이전할 계획이다.
이블리는 시드니대학교(University of Sydney) 및 뉴타운(Newtown)과 인접해 있어 보다 젊은 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Carriageworks’ 및 ‘시무어 센터(Seymour Centre)의 경우 4번 부두보다 공연장 이용료가 비싸다. 작가 페스티벌 측은 이전에 따른 추가비용을 지원받기 위해 NSW 주 정부와 논의 중이다.
‘시드니 작가 페스티벌’ 주최측은 매주 토요일 진행되는 농산물 마켓(이블리에서 열림) 측과 논의해 공연과 마켓을 동시에 진행하는 공동 사업도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스트레일리아 실내 관현악단’(Australian Chamber Orchestra, ACO)의 리차드 토그네티(Richard Tognetti) 감독(사진). 이 관현악단은 보수공사가 진행되는 중에도 사무실과 연습실을 사용할 수 있어 큰 피해는 면했다.
월시베이의 세입자 중 가장 소규모 기업인 공연예술단 ‘The Song Company’도 공사로 인한 이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6~8명의 보컬 앙상블 공연단인 ‘The Song Company’는 현재 ‘곤드와나 성가대’(Gondwana Choirs) 및 ‘시드니 필하모닉 성가대’(Sydney Philharmonia Choirs)와 리허설 공간을 공유하고 있으나 이들과 함께 또 다른 리허설 공간을 찾아나서야 한다.
데이빗 사이드보텀(David Sidebottom) 총괄 매니저는 “공연팀이 워낙 작은 규모라 이전하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다”며 “월시베이로 다시 돌아왔을 때에는 방음장치가 되어 있어 더 이상 밖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으면 한다” 바람을 덧붙였다.
한편 현재 월시베이에 입주해 있지 않은 극단 ‘벨 셰익스피어’(Bell Shakespeare)와 ‘오스트레일리아 실내관현악단’(Australian Chamber Orchestra, ACO)은 현재 사무실과 연습 공간을 유지하며 평소와 같이 공연을 하다가 보수공사가 완료되는 대로 입주를 시작하는 경우로, 이번 공사로 인한 피해는 면하게 됐다.
ACO의 리차드 토그네티(Richard Tognetti) 감독은 “극단 직원 및 배우들은 하루 종일 햇볕도 못 보고 상쾌한 공기조차도 마실 수 없다”며 서큘러키(Circular Quay)에 위치한 감옥 같은 연습실을 벗어날 수 있다는 기쁨을 표하기도 했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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