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지역 한인동포 최다 거주지역이 포함되어 있는 베넬롱 지역구(Division of Bennelong) 존 알렉산더(John Alexander) 위원이 영국 시민권 보유 의혹으로 사임을 발표하면서 새로 치러질 보궐선거에 크리스티나 케닐리(Kristina Kemeally) 전 NSW 주 총리가 출마를 공식화 했다. 금주 화요일(14일) 이스트우드(Eastwood)에서의 미디어 론치에서 빌 쇼튼(Bill Shorten) 대표(오른쪽)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케닐리 예비 후보(왼쪽).
자유당 존 알렉산더 의원 사임으로... “턴불에 경고 메시지 보낼 기회...”
지난 7월 호주 정계에 일부 의원들의 이중국적 스캔들이 불거진 가운데 가장 최근에는 한인동포 밀집 거주지역이 포함된 베넬롱 선거구(Division of Bennelong)의 존 알렉산더(John Alexander) 의원(자유당)이 영국 시민권 의혹 제기 며칠 만인 지난 주 토요일(11일) 사임을 발표하면서 이 지역구 보궐선거에 전 NSW 주 총리를 역임한 노동당 크리스티나 케닐리(Kristina Keneally) 전 의원이 출마를 결정, 그 결과가 주목된다.
금주 화요일 호주 언론들 보도에 따르면 케닐리 전 주 총리는 베넬롱 지역구 보궐선거 출마를 밝히는 자리에서 이중국적 의원 논란으로 끔찍한 상황을 맞이한 턴불(Malcolm Turnbull) 집권당 후보를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케닐리 예비후보는 이날 빌 쇼튼(Bill Shorten) 노동당 대표와 함께 이스트우드(Eastwood)에서 베넬롱 지역구 출마를 공식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쇼튼 대표는 케닐리 예비후보에 대해 “내 친구이면서 통찰력과 정확한 판단력, 정의를 향한 투쟁심을 가진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케닐리 예비후보는 “지난 주말 쇼튼 대표가 직접 전화를 걸어와 베넬롱 지역구 출마를 설득했고 월요일(13일) 출마를 결심했다”면서 “너무 이른 시간에 결정한 것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나는 싸움을 피하지 않는다”는 말로 자신의 출마 의지가 확고함을 드러냈다.
케닐리 예비후보는 “베넬롱 지역구 주민들은 마땅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전제한 뒤 “자유당 정부는 의료복지 예산을 삭감했고 또 대학 지원금 혜택도 거부했으며 전기사용요금은 인상되고 느리고 값비싼 NBN 통신망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모든 것들은 베넬롱 선거구 주민들, 그 가족들을 짜증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녀는 “베넬롱 보궐선거 출마를 결심한 배경은 이런 점에서이며 단지 알렉산더 의원이 이중국적으로 사임해 공석이 되었기 때문은 아니다”고 강조하면서 “현 집권당 수장인 턴불에게 ‘당신 정부는 충분히 끔찍하다’는 말을 하고자 (보권선거에) 나서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케닐리 예비후보는 현재 자신이 이 선거구 지역에 거주하지 않고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녀는 베넬롱 지역구에서 불과 800미터 거리에 거주하며 이 지역구와 깊은 유대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지역 유권자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말할 수 있으며 만약 알렉산더 전 의원이 이 부분을 나와 비교한다면 나는 얼마든지 환영한다”고 말했다.
알렉산더 전 의원은 베넬롱을 지역구로 하지만 본다이(Bondi)에서 거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알렉산더 전 의원에 대해 “좋은 사람, 온화한 품성”이라고 언급하면서 테니스 선수 출신임을 인식, “테니스 경기라면 그는 충분히 나를 이길 수 있을 것이며 단지 (그의 이중국적 논란은) 서류상의 문제일 뿐, 달리 할 말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보궐선거 출마를 밝히는 자리에서 케닐리 예비후보는 향후 총리직에 오를 야망을 갖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그녀는 “전혀 그럴 마음은 없다. 지금 이 자리에 선 것은 베넬롱 지역구에서 최상의 선거전을 치르기 위한 것이며 베넬롱 지역구 연방 하원의원에 선출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케닐리 예비후보는 지난 2003년 NSW 주 의회에 진출한 이후 2009년 선거에서 승리, 2011년 9월까지 NSW 노동당 집권시 주 총리를 역임한 뒤 의원직을 사임했다. 이후 매콰리대학교(Macquarie University) 부교수 및 호주 케이블 뉴스채널인 ‘Sky News’ 시사평론가로 활동해 왔다.
올해로 48세인 케닐리 예비후보는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이지만 지난 2002년 NSW 주 선거에 출마하면서 미국 시민권을 포기했다.
이날 쇼튼 대표는 부연 연설에서 “베넬롱 지역구 보궐선거는 이 지역 유권자들이 턴불 총리 및 그의 정부에 경고를 보낼 수 있는 시간이자 대다수 호주인들이 현재 갖고 싶어하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면서 “현 집권 정부의 정치적 장애와 정책 마비, 지도력 실패에 대해 베넬롱 유권자들이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 달라”고 촉구했다.
지난 2010년 이후 3회 연임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사임한 베넬롱 지역구 존 알렉산더(John Alexander) 연방 하원의원. 그의 사임으로 집권 여당인 자유-국민 연립은 다수당의 지위를 잃었다.
베넬롱 지역구는 시드니 북부 데니스톤, 데니스톤 이스트 및 웨스트, 이스트 라이드, 이스트우드, 매콰리 파크, 마스필드, 메도뱅크, 멜로스 파크, 노스 에핑, 노스 라이드, 푸트니, 라이드, 테니슨 포인트, 웨스트 라이드 그리고 비크로프트-칼링포드-채스우드 웨스트-던다스-어밍턴-글레이즈빌 일부 지역을 포함하는 연방 선거구이다. 이 지역구에 있는 각 서버브(suburb)는 NSW 주 거주 한인동포들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지난 1996년부터 4회 연임 호주 총리를 지낸 자유당 존 하워드(John Howard) 의원의 확고한 기반이었으며 2007년 연방 총선에서 노동당의 강력한 후보 맥신 맥큐(Maxine McKew) 후보에게 자리를 내주었다가 다음 선거인 2010년 자유당 존 알렉산더 전 의원이 의석을 되찾은 선거구이다.
한편 지난 7월 시작된 연방 상하원 의원들의 이중국적 스캔들이 불거진 이후 일단 대부분 의원들이 사임하거나 의원직을 잃으면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정당은 자유당이었다. 특히 자유당은 이중국적 논란 마지막 스캔들인 알렉산더 의원이 영국 이중국적 의혹 제기 후 불과 며칠 만에 사임을 발표하면서 다수당 지위마저 잃게 됐다.
현재 연방 하원 의석은 150석으로 다수당이 되기 위해서는 76석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의 사임 또는 의원직 자격 상실로 자유-국민 연립은 74석으로 그쳤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