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의 추억

뉴스로_USA | 미국 | 2017.11.18. 14:43

평창의 깜짝쇼를 보고싶다

 

 

Newsroh=로빈 칼럼니스트

 

 

김연아가 뉴욕을 다녀갔다.

 

유엔 총회에서 올림픽 휴전결의안 채택을 위한 대표단의 일원으로 뉴욕을 방문했다. 도종환 문체부장관을 비롯해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 대표단은 10명이었지만 단연 관심은 김연아에게 쏠렸다.

 

김연아가 은퇴후 뉴욕을 공식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김연아를 처음 만난 것은 8년전이다. 뉴욕은 뉴욕인데 맨해튼에서 북쪽으로 차타고 5시간을 가야하는 뉴욕주 레이크플래시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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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는 2009년 11월 16일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린 그랑프리 5차대회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1위를 했다. 두차례나 동계올림픽이 열린 유서깊은 레이크 플래시드엔 뉴욕 뉴저지 한인들이 단체응원을 가는 등 2천여명이 운집(雲集)해 홈링크를 방불케 했다.

 

김연아가 7연속 그랑프리 우승의 위업을 일군 그날 저녁 열린 갈라쇼에서 김연아는 환상적인 조명속에 관객들을 황홀경으로 이끌었다. 이미 그녀의 적수는 없었다. 김연아는 이듬해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피겨스케이팅 첫 금메달의 위업을 일궜다.

 

그리고 모두가 기억하다시피 4년뒤 소치에서는 완벽한 연기를 펼치고도 편파 판정으로 금메달을 놓쳤다. 김연아를 볼때마다 2009년 레이크플래시드의 환상적인 연기와 소치에서 2위에 머문후 눈물흘 훔치던 모습이 오버랩된다.

 

아래 글은 소치의 금메달을 도둑맞고 쓴 것이다. 너무나 분하고 안타까워 쓴 글이었지만 진정 김연아가 평창에서 링크를 질주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금메달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 열악한 상황에서 링크의 신데렐라, 피겨퀸으로 우뚝 선 우리의 연아가 역사적인 올림픽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필경 성화 최종주자로 우리에게 나타날 것이다. 비록 선수로서 링크를 수놓는 모습을 볼 수 없지만 혹여 특별한 갈라쇼를 통해서라도 그녀의 우아한 ‘댄스온더아이스’를 평창에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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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ko.wikipedia.org

 

 

“김연아 평창까지 뛰어라!” 2014-02-24 (월) 12:47:47

 

“김연아 평창까지 뛰어라!”

 

이런 소리를 했다가는 필경 돌 날라오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올림픽을 두 번 나온 것도 어딘데 또 4년을 뛰라고? 정신나간 소리하지말라고 육두문자가 난무(亂舞)할만하다.

 

안다. 백번 안다. 처음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한 후로 얼마나 많은 눈물과 땀을 쏟았나. 이미 고등학교시절부터 만성적인 허리통증에 시달려 엄마를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그만하고 싶다고 호소했다는 김연아. 엄마는 어린 딸에게 네가 정 힘들면 그렇게 하렴, 하고 허락했다지.

 

하지만 김연아는 다시 스케이트끈을 질끈 동여매고 링크에 나섰다. 상상(想像)을 초월하는 훈련과 노력 끝에 주니어시절부터 될성 부른 나무가 된 김연아. 그녀는 마침내 2010밴쿠버가 열리기도 전에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었다.

 

4년전 밴쿠버는 올림픽 첫 무대였지만 김연아는 사실상 왕좌를 지켜야 하는 챔피언이었다. 져도 밑질게 없는 물불 안가리는 10대 선수가 아니었다. 필생의 라이벌 아사다 마오가 역대급 연기를 바로 전에 했음에도 아무 일도 아니라는듯 전문가들조차 홀리는 신들린 연기를 했다. 역대 최고점을 기록하며 진정한 ‘피겨퀸’으로 등극(登極)을 한 것이다.

 

최고의 정점에 올라선 김연아가 여기서 은퇴를 한들 누구도 탓할 이들이 없었다. 그녀도 한동안은 말을 아꼈다. 그러나 결국 다시 올림픽 무대에 도전했다. 언론은 부담스런 동기부여를 하기 시작했다. 2014소치까지 우승하면 역대 3번째로 올림픽 피겨를 연패하는 위대한 선수가 된다며.

   

김연아가 그 ‘위대한 반열(班列)’에 오르고 싶어 도전한걸까? 아니다. 절대 아니다. 김연아는 후배들을 위해서, 팬들을 위해서, 국민들을 위해서 정말 하기 싫은, 아니 몸상태로 말하면 절대 해서는 안되는 재도전의 가시밭길을 택한 것이다.

 

입장을 바꿔놓고 보자. 이미 역사에 남을 올림픽 금메달로 인정받은 선수가 잘못하면 자신의 이미지와 화려한 경력을 손상(損傷)시킬 수도 있는 만용(蠻勇)을 왜 부린단 말인가. 허리부상 발목부상 몸상태도 최악인 선수가 잘해야 본전인 경기를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한번 더 뛰어주면 안될까’라는 팬들의 소망에 응답했다. 아직은 척박(瘠薄)한 우리 피겨의 현실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 김연아처럼 100년에 한번 나올만한 선수가 현역생활을 더 함으로써 좀더 많은 후배들에게 동기제공을 하고 피겨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켜 인프라를 다질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올림픽에 그녀의 높은 랭킹덕분에 한국은 한명의 선수가 더 출전할 수 있었다.

 

그녀는 밴쿠버올림픽이 끝난후 2년간 학업도 열중하며 ‘국민의 요정’으로 수많은 광고에도 출연하면서도 자선과 공익활동에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유니세프 친선대사 등을 맡고 아이티 대지진, 필리핀 태풍 각종 재난에도 거액의 성금을 쾌척하는 등 지금까지 20억원 이상을 기부한 통 큰 여성이기도 하다.

 

정말 쉼없이 달려온 세월이다. 이제 영광의 링크를 뒤로 하고 긴장의 스케이트 끈을 풀어놓고 지난 18년간 한번도 갖지 못한 맘 편한 휴식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런 것을 알면서도 왜 나는 왜 “한번 더!”를 외치는가.

 

소치올림픽의 아쉬움때문일까. 물론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이번 결과에 분노한 것은 아름다운 여왕의 마무리가 심판진의 야합(野合)으로 훼손(毁損)됐기 때문이다. 증거가 있냐고 주장(主張)하지 말라. 소트니코바도 금메달 연기를 했다고 강변(强辯)하지 말라.

 

애당초 그려진 그림이었다. 다만 시나리오1이 시나리오2로 바뀌었을뿐이다. 러시아챔피언 리프니츠카야가 큰 실수만 하지 않았더라고 시나리오1이 ‘소치 사기극’에 채택됐을 것이다. 대타였던 소트니코바는 정말 운좋게도 큰 실수를 하지 않아 우승시나리오가 급수정된 것이다.

 

소트니코바는 레벨 4를 주고 가산점도 아낌없이 줬는데 왜 김연아는 레벨 3에 가산점 0점을 준 심판도 있냐고 눈을 부라릴 필요가 없다. 구태여 점수를 현미경 들여다보듯 분석할 필요도 없다.

 

한 통계에 따르면 선수가 같은 나라 심판으로부터 얻는 프리미엄은 20%라고 한다. 총점 기준, 20점 정도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여자 피겨 심판진은 러시아 등 구소련이 두명, 우호적인 동구권까지 포함하면 60%였다. 소트니코바가 홈링크의 잇점으로 늘어난 점수는 아무리 박하게 봐도 10%는 더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견제 대상인 김연아는 적어도 5%는 깎였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소트니코바는 총점 224.59가 아니라 202.13으로 줄어야 하고, 김연아는 219.11이 아니라 230.06으로 늘어야 한다는 것이다. A급대회에서 단 한번도 우승한 적이 없는 러시아 2인자가, 1년전만해도 170점이 고작인 선수가 200점대를 넘은 것만해도 엄청나게 잘 한 것이다. 소트니코바는 '금메달 경기'를 펼친게 아니라 200점대를 겨우 넘긴 동메달급 경기를 한 것이다.

 

그럼, 김연아는 밴쿠버에서 수립한 228.56의 세계신기록을 경신하는게 온당하냐고? 당연하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밴쿠버와 소치에서 김연아의 경기가 대등한 수준이라고 했다. 겨우 2점의 프리미엄은 김연아가 더 이상 목표를 세울 필요가 없는 세계 정상의 엄청난 정신적 중압감을 이겨낸데 대한 당연한 보상이다. 영원한 라이벌 아사다 마오가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쇼트 프로그램에서 무너진 것을 보라. 정상급의 기량을 4년간 유지한다는 것은 솔직히 기적에 가깝다.

 

더구나 김연아는 허리와 발목 등 만성적인 부상을 달고 다니는 등 몸 상태도 4년전에 비해 훨씬 나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밴쿠버급 기량을 과시한 그녀에게 심판진이 세계신기록을 주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억울하게 금을 놓쳤으니 4년후 평창에서 한풀이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세계는 소치에서 명예가 훼손된 피겨퀸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볼 자격이 있다. 메달은 논외다. 성적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김연아가 세 번째 올림픽에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행복할테니까.

 

김연아는 두 번의 올림픽을 악조건에서 출전했다. 아무리 김연아의 명성이 있다한들 밴쿠버에서 한국피겨는 ‘듣보잡’이었다. 그러나 세계를 매혹시키며 금메달을 따냈다. 4년후 소치는 더 악조건이었지만 완벽한 기량을 뽐냈다. 그럼에도 주최국과 심판진의 농간(弄奸)으로 메달의 색깔이 바뀌었다. 은메달이 아니라 동메달, 노메달이어도 좋다. 김연아는 후회없는 경기를 했으니까.

 

하지만 김연아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상처는 남아 있다. 최선을 다한 그녀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 그래서 평창은 온전히 그녀를 위한 무대가 되야 한다. 또다시 조국의 명예(名譽)를 두 어깨에 짊어지라는게 아니다. 힘겨운 승부의 세계에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가라는게 아니다.

 

은퇴한다해도 김연아는 세계 곳곳을 누비며 그녀의 아이스쇼를 선보일 것이다. 어차피 은반을 떠나지 않을 그녀이기에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만큼의 랭킹만 유지해 달라는 부탁이다.

 

김연아가 우리가 개최하는 올림픽에서 은반을 누비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비록 전성기의 기량은 보여줄 수 없겠지만 우리의 피겨퀸이 그려낼 미소와 몸짓 하나하나는 잊을 수 없는 헌정(獻呈)의 무대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빈의 스포테인먼트’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ro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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