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한국문화재현황조사 컬럼비아대 세미나
Newsroh=노창현특파원 newsroh@gmail.com
“식민사관에 의해 대한제국역사가 너무나 많이 왜곡됐습니다.”
대한제국 황실의 적손 이원(56) 황사손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지난 17일 맨해튼 컬럼비아대학의 알프레드 러너 홀에서 열린 ‘대한제국 그리고 잃어버린 황실문화재’라는 제하의 세미나가 열렸다.
컬럼비아대와 대학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열린 이번 세미나는 대한황실문화원 주최로 이원 황사손과 이원욱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문화재환수연대 이상근 대표, 문화재환수전문위원 김영관 박사, 김정광 미주한국불교문화원장 등이 자리한 가운데 열렸다. 특히 조선조의 마지막 공주로 뉴욕에 거주하는 이해경(87) 선생도 함께 해 시선을 끌었다.
이원 황사손(皇嗣孫)은 고종 황제의 5번째 아들 의친왕의 9남 이갑(李鉀, 이충길)의 장남으로 지난 2005년 황태손 '이구'가 후사없이 사망함에 따라 계자(系子)로 입후되어 삼년상을 치르고 2008년부터는 전주이씨대동종약원의 총재 역할을 맡고 있다.
이번에 황사손 일행이 미국을 찾게 된 것은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한지 120년 되는 해를 맞아 제중원의 설립자인 닥터 알렌(Dr.Allen)의 발자취를 답사하고 그가 가져온 문화재의 현황조사를 위한 것이다.
컬럼비아대는 고종의 5남 의친황의 유일한 법적 자녀이자 이원 황사손의 고모인 이해경(83) 공주가 미국 유학후 이 대학 도서관 사서로 근무하며 묻혀진 근대사 자료들을 발굴한 곳이라는 인연을 갖고 있다.
양서희 컬럼비아대 한인학생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세미나에서 이원 황사손은 “대한제국의 황손으로 태어났지만 물려받은 것은 아무것도 없이 평범하게 살았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30년전 뉴욕으로 유학을 와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하고 방송국 PD로 생활하다 (이구황사손이 타계한) 12년전 집안의 부름으로 전주이씨대동종약원의 400만 대표가 됐다. 그후 대한제국 조선시대의 제사란 제사는 다 지냈다. 젊은 시절엔 나만의 공부를 했지만 12년간 지나간 역사를 찾는 활동을 하면서 고종황제가 근대국가를 만들기위해 얼마나 노력했으며 식민사관에 의해 감춰지고 왜곡된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일본군이 동학농민군의 봉기를 진압하는 구실로 삼은 갑오경장은 사실 갑오왜란이다. 1592년 임진년 왜군의 침략이 임진왜란인것처럼 갑오왜란도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고 왕권을 유린한 왜란에 불과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을미사변도 일본무뢰배들이 치외법권 지역인 궁에 난입했다는 점에서 명성황후 시해가 아니라 명성황후 살해사건이다. 또한 고종의 아관파천도 러시아공관인 아관이 치외법권 지역이므로 파천이 아니라 망명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용어상의 문제부터 제기했다.
이원 황사손은 “지나친 열강의 간섭에 따라 외교전략상 사대를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고종은 강한 자주독립 국가를 세워야한다는 신념에 따라 환구단(圜丘壇)을 만들어 천제 지내고 대한제국을 선포하며 황제로 등극했다. 120년전 대한제국은 13년의 근대화과정을 거쳤지만 결국 외교에 실패해 나라의 주권을 빼앗기고 만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의 역사와 비교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은 이른바 ‘코리아 패싱’을 염려하고 있다. 역사에서 나라를 빼앗겼던 그 기억 때문이다. 1905년 미국과 일본이 카스라 태프트 밀약 체결을 한 역사적 사실을 사실대로 알고 행동하는 것은 반미와 다르다. 한국은 미국과 가장 친하고 국방에서 미국에 의지하지만 과연 미국은 우리와 가장 친하다고 말할 수 있느냐?
또한 “대한제국의 역사를 되돌아봤을 때 국제관계는 냉정한 국가이익에 의해 움직인다. 대한민국은 중요한 역사적 상황에 있다. 진보와 보수 더 이상 그런 의미가 통하지 않는 시대다. 한국내에서보다 미국에 있는 여러분과 같이 넓은 시각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이젠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 황사손은 식민사관에 의해 왜곡된 대한제국의 역사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그 얘기를 하자면 몇시간을 해도 모자르다”며 몇가지 예를 들었다.
“우선 일본이 조선이 근대국가가 되도록 지원했다고 하는데 1894년이후 고종은 근대국가 이루기 위해 모든 준비를 했다. 미국 등 서방의 선교사들이 많은 정보와 도움을 주었고 철도부설과 전기를 놓는 도시근대화를 했고 은행, 학교들을 세웠다. 일본이 한게 아닌데 잘못된걸 주장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좀더 깊이 들어가면 식민사관 만들었던 교수들이 문제다. 역사의 진실을 위해 컬럼비아대 영문자료, 심지어 일본 궁내청 자료를 보여줘도 아니라고 부인한다. 근대국가 형성은 고종황제가 다 한거다. 독립협회도 고종이 붕괴시켰다고 하는데 친일파들이 나중에 조작한거다. 대한제국은 공부하면 할수록 너무 많은 것들이 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이해경 공주는 황실에서 성장했던 기억들을 회고하며 최근 궁주사극에서 잘못 고증된 예들을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이해경 공주는 “어려서 궁에서 자랐지만 역사를 아무것도 몰랐다. 황실의 왕자들은 볼모로 모두 일본에 끌고가 철저히 일본사람으로 만들려 했다. 주위에서 일부러 가르쳐주지도 않은게 일경들이 언제나 감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린 내가 황실과 조선역사에 관한 얘기를 하게 되면 경을 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해경 공주는 “사실 어릴때는 아버지(의친왕)가 술이나 먹고 여자들하고 애기들이 만든다고 생각해 솔직히 싫었다. 역사를 모르고 자랐다. 나중에 컬럼비아대에 와서 도서관 책들 읽고 아버지가 독립운동 지원활동을 하는 등 무슨 일을 했는지 알고 아버지한테 너무 불효한게 죄송했다”고 털어놓았다.
이해경 공주는 “요즘 조선시대를 다룬 사극을 보면 대왕대비 등 왕실사람들이 번쩍번쩍하고 화려한 옷을 입고다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어렸을 때 창덕궁에 들어가면 순종 승하하신후 윤대비마마 홀로 사셨는데 뵐때마다 화려한 옷을 입은 적이 없다. 소박하면서도 우아했다. 어머니 의친왕비는 옥색저고리에 자주고름 금박이 입힌걸 입으셨지만 다른 사람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요즘 드라마를 보면 임금의 상징이 용문양도 아무렇게나 막 나오고 시녀들의 댕기도 잘못된 고증을 하고 있어 눈에 거슬린다”고 지적했다.
미국유학후 음악을 전공한 이해경 공주는 “고등학교다닐 때 피아노를 사달라고 해도 어머니가 안사주셔서 갖고 있던 금노리개를 팔려고 내놨더니 도금이라고 하더라. 알고보니 옛날 정조대왕 시절에 귀족들이 너무 사치를 떨어서 궁에서도 웬만하면 진짜 금을 안하고 도금을 했다고 한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했다.
이해경 공주는 “어머니는 밥을 먹을 때 남기면 ‘백성들이 땀을 흘려서 지은 곡식을 네가 어쩌자고 한톨을 남기냐고 혼을 내시기도 했다. 남이 볼적에 궁에서 살아서 호강을 많이 한 것 같은데 학교에 가면 잘사는 아이들이 많아서 친구들과 비교하면 너무 비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복 뚫어지면 어머니가 꿰매서 입고 다녔다. 그래서 어렸을땐 궁을 싫어했고 거기서 뛰쳐나올 생각만 했다. 미국 온지 60년이 됐는데 이렇게 얘기하면 비겁하지만 난 도망나왔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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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뉴스>
“우리 문화재의 가치 너무나 훌륭” 이상근 문화재환수국제연대 대표
문화재환수국제연대 이상근 대표는 해외에 유출된 우리 문화재의 현황과 환술활동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상근 대표는 “얼마전 다빈치 그림이 5억달러라는 뉴스가 있었는데 우리도 10억달러짜리 문화재가 여러개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만 해도 1조원의 가치가 있다. 일본에 있는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일본에서는 1조원을 줘도 안판다고 말한다. 우리 성화, 종교그림만해도 훨씬 좋은게 많이 있다. 3세기 고려불화는 고려청자 나전칠기와 함께 고려 3대 유산인데 전 세계에 잇는 130점 중 임진전쟁과 일제강점기에 대부분 일본에 약탈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문화재 환수 활동을 10년째 하고 있는데 일제강점기에 빼앗긴 조선황실의궤 6년반동안 환수운동을 벌여 2011년에 일본 황실 도서관에서 의궤를 반환받은 것은 해방이후 약탈을 인정하고 돌려받은 최초의 사례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대마도엔 고려불상만 133점이 있다. 일본이 국보로 지정한 보물도 두점이 있다. 대부분 왜구들에 의해 고려후기 약탈당한 문화재들이다. 대마도에 언젠가는 한국문화원을 개원해 잊혀진 우리 문화재와 역사를 보존하고 알리는 일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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