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노창현 칼럼니스트

 

 

‘가짜뉴스에 몸살을 앓는 세계, 댓글조작에 진저리 치는 한국.’

 

가짜뉴스가 범 세계적인 문제라면 댓글조작은 한국의 고질적인 병폐(病廢)가 아닐까요. 지난 20일 맨해튼 흥사단 미주위원회 사무실에서 ‘가짜뉴스와 댓글조작 길라잡이’라는 제목으로 강연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가짜뉴스와 댓글조작의 심각성에 대해 좀더 많은 분들과 나누고자 신문의 역사 등 여러 자료들을 참고한 글을 올립니다.

 

어찌하다보니 뉴스를 끼고 사는 언론인으로 30년을 지냈습니다. 지나고나면 늘 그렇듯 눈깜짝할 세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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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란 무엇일까요. News는 문자그대로 해석하면 ‘새로운 것들’입니다. 신문(新聞)도 ‘새롭게 들은 것’이란 뜻으로 뉴스를 번역한 것이구요. 뉴스는 14세기 중세 영어에 처음으로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각에서는 뉴스의 어원이 동서남북 사방(North, East, West, South)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들어졌다는 그럴듯한 말도 있지만 이는 꿈보다 해몽이 좋은 격이구요. New의 복수형태로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뉴스는 넓게 보아 새로운 소식이지만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그리고 가치를 느낄만한 정보입니다. 뉴스는 미디어에 종사하는 언론인/편집인의 가치관이나 신념, 선입관이 개입되곤 합니다. 그래서 가능한 뉴스의 객관성을 위해 ‘6하원칙’에 의거해 감정을 담지 않는 스트레이트 기사가 일반화됐지만 오늘날 인터넷과 SNS의 시대에 뉴스의 형식과 개념 또한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고대 로마에서는 ‘악타 디우르나’라는 정부 공고문이 생산되었고 중국에서도 8세기경에 당나라 수도 장안(長安)에서 저보(邸報)로 불리는 정부 발표물이 있었다고 합니다.

 

근대신문으로 세계최초는 1609년 독일에서 발행한 주간신문 렐라치온(Relation)과 아비소(Aviso)입니다. 이후 네덜란드(1618년경) 영국(1622) 프랑스(1631)에서도 순차적으로 주간신문이 발행되었습니다. 초기에 신문은 국왕의 허가를 받아야 발행할 수 있었는데 17세기 영국에서 왕당파와 의회파의 대립과정에서 ‘언론의 자유’가 화두가 되었고 1695년 특허검열법 폐지로 영국에서 처음으로 언론의 자유가 확립됐습니다.

 

일간신문의 효시는 1860년 독일의 라이프치거 차이퉁겐(Leipziger Zeitungen)인데요. 한국 최초의 신문은 1883년, 고종 20년에 발행된 한성순보입니다. 1896년 민중 계몽을 위해 첫 발행된 서재필의 독립신문은 파격적으로 한글, 가로쓰기를 채택했으니 시대를 엄청 앞서간 셈입니다.

 

1905년 영국인 E.T.베셀이 창간한 대한매일신보(大韓每日申報)는 항일운동의 선봉에 선 민족지였는데 놀랍게도 국한문판과 한글판, 영문판(The Korea Daily News)을 동시에 발간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1910년 한일합병후 조선총독부기관지 매일신보(每日申報)로 바뀌는 굴욕을 당하고 맙니다.

 

조선일보(朝鮮日報) 동아일보(東亞日報)는 3.1운동후 일제가 온건 회유정책을 펴면서 1920년 발행되기 시작했지만 필화 등으로 숱한 압수와 정간처분속에 해방후 기사회생했고 경향(1946년) 서울신문(1905년 대한매일신보가 전신) 한국(1954) 중앙(1965) 한겨레(1988) 국민 세계(1989) 문화(1991) 등이 차례로 탄생했습니다.

 

PC통신망을 이용한 전자신문은 1986년 11월 '한경 KETEL'이 국내 최초입니다. 90년대 중반부터 신문 방송들이 홈페이지 형태로 인터넷 신문을 운영했고 2000년엔 전문 인터넷신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불과 16년뒤인 2016년 7월 현재 등록된 인터넷신문만 6605개라니 가히 매체의 홍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포탈사이트는 지금은 서비스가 중단된 1997년 야후코리아가 효시(嚆矢)입니다. 이듬해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인 다음 카페와 네이버가 오픈했고 99년엔 드림위즈와 엠파스, 프리챌, 2001년 네이트, 가장 최근엔 2011년 줌(ZUM)이 오픈했습니다.

 

네이버는 지식인(In) 등의 서비스가 히트치면서 2003년 야후코리아를 추월했고, 2004년엔 다음을 넘어서 현재 부동의 포탈 사이트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포탈 사이트의 뉴스 서비스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네티즌들은 자신이 즐겨보는 미디어들에 직접 들어가는게 일반화됐었지요. 그러다 2002년 월드컵을 깃점으로 상업성에 눈 뜬 포탈의 새로운 서비스가 히트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포탈사이트는 고유의 검색기능에 충실한 구글과는 달리 미디어의 뉴스목록을 재구성하는 편리성과 백화점식 정보와 커뮤니티 서비스로 네티즌들을 사로잡았습니다.

 

포탈은 우리 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는 긍정적인 기능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클릭 광고 등 수익을 원하는 미디어들이 낚시뉴스, 재탕뉴스, 검색어뉴스 등 무가치한 뉴스들을 어지럽게 양산하는 온상(溫床)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가 대중화되면서 온라인 광고수익을 쉽게 얻을 수 있도록 가짜뉴스들이 출몰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가짜 뉴스(fake news)’는 호주 맥쿼리 사전(Macquarie Dictionary)이 ‘올해의 단어’로 선정할만큼 문제가 심각합니다. 본래 가짜 뉴스는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때 정부가 대중의 여론을 호도하기위해 가짜 정보를 흘리면서 만연(蔓延)했는데요. 지난 60여년간 비교적 잠잠했다가 지난해 미국대선에서 급부상하며 범 세계적인 골칫거리로 등장하였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클린턴 미 대선 후보가 이슬람국가(IS)에 무기를 팔았다’ 등 지난해 미국대선에서 페이스북에 가장 많이 공유된 뉴스 5개중에 4개가 거짓정보였으니 말입니다.

 

가짜 뉴스는 필연적으로 언론의 신뢰도를 망가뜨리고 궁극적으로 대중들에게 피해를 입힙니다. 프랑스의 37개 언론사는 지난 4월 대선을 앞두고 ‘크로스체크’ 프로젝트를 발족하는 등 공조체제를 갖기도 했는데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페이스북 등을 통해 ‘양파를 귀속에 넣고 자면 중이염등 귓병이 치료된다’ ‘잘 익은 바나나의 검은 반점은 암치료에 특효가 있다’는 등의 뉴스에 현혹된 적이 있을겁니다. 이것들은 모두 가짜뉴스로 밝혀졌습니다. 최근 페이스북은 가짜 뉴스 도메인을 가려내고, 허위 뉴스 게시자는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치고 빠지는 식의 가짜뉴스에 대한 근본 대책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문재인정부 출범후 국정원 댓글 조작, 기무사 댓글부대 등 가짜 댓글을 통한 여론조작이 수사를 받는 등 진실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습니다. 국가기관의 조직적인 댓글은 두 번 다시 있어선 안될 일이겠지만 익명성(匿名性)에 숨어 악성 댓글을 올리는 문제도 근원적인 처방이 필요합니다.

 

포탈 사이트들은 최초 댓글을 쓸 때 본인 여부를 확인하지만 이후엔 아이디만 표시하는 등 익명의 그늘이 갖는 한계는 분명합니다.

 

그런 점에서 2009년 네이트가 댓글에 '완전 실명제'를 도입한 사례를 환기하고자 합니다. 네이트가 '완전 실명제'를 도입했을 때 세간에선 방문자수가 급감(急減)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명제가 오히려 뉴스와 포탈의 신뢰성을 높이고 충성도 높은 이용자를 확보하는 등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었습니다. 그런데 2012년 8월에 헌법재판소가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리면서 네이트의 '완전 실명제'는 폐지되고 말았습니다.

 

인터넷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한다고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익명이 아니기 때문에 올릴 수 없는 글이라면 그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봐야합니다.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처럼 비판의 글은 얼마든지 비유와 은유, 풍자적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노골적인 욕설이나 음해(陰害) 등 현재 익명성이 야기하는 문제점이 원천 봉쇄되고 건전한 댓글 문화가 정착될 것입니다.

 

더불어 가짜뉴스와의 전쟁은 언론사와 포탈, SNS의 제도적인 뒷받침도 선행되야 하지만 무엇보다 독자들이 깨어있어야 합니다. 평소 뉴스를 볼 때 한 언론사에만 의존하지 말고 복수의 언론사를 통해 뉴스의 객관성을 얻어야 합니다. 기사를 보면서 신뢰할 수 있는 기관과 전문가 견해가 뒤따르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른바 듣보잡 언론은 물론이거니와 메이저 언론사라 하더라도 마감에 쫒긴 기자가 가짜소스에 현혹되거나 오역을 통한 실수도 빈발(頻發)하는만큼 해당 언론사를 맹신하지말고 ‘팩트 체킹’의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부나비처럼 군중심리에 휩쓸리면 안됩니다. 익명의 댓글들이 이끄는 선정적인 여론에 춤추지 말아야 합니다. 독자가 부지런해야 언론의 일탈을 막습니다. 똑똑한 독자가 공정한 언론을 이끈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노창현의 뉴욕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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