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10년 정도는 (최근에 맡은) 호주농구협회장에 전념하겠다.”
6년 전인 지난 2011년 4월24일 NSW주 선거에서 단기 필마로 자유당에 맞섰다가 패배한 당시 노동당 대표이자 주수상이던 크리스티나 케닐리(Kristina Keneally)가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했던 말이다.
케닐리는 당시 자신은 당선됐으나,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던졌었다. 그리곤 곧바로 호주 농구협회 회장직을 맡았으며, 페이지우드의 자택에서 농구공을 들고 환한 모습으로 포즈까지 취했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정치에서 내 시대는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내가 공헌해 온 NSW주 노동당이 다음에 집권한다고 해도 아무 역할을 맞지 않을 것이다”며, NSW주에서의 정치 복귀는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랬던 그가 6년 만에 컴백했다. 그것도 존 하워드 전 연방총리(자유당)의 아성이었고 전통적으로 자유당 텃밭으로 분류된 베네롱(Bennelong) 선거구 보선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호주 정치 뉴스에 케닐리가 등장할 정도로 그의 바람의 강도가 예사롭지 않다.
케닐리는 지난 주 화요일(14일) 빌 쇼튼(Bill Shorten) 노동당 대표와 함께 이스트우드 지역에서 출정식을 가진 뒤, 일요일(19일)엔 라이드 시빅홀(Civic Hall)에서 붉은색으로 이 지역 중국 커뮤니티의 후원을 받았으며, 다음 날 월요일(20일) 다시 이스트우드 한인상가를 돌면서 표심 잡기에 나섰다.
연방노동당은 이번 보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 집권당인 자유국민연립이 과반보다 1석 많은 76석을 차지하고 있는데, 만약 베네롱을 빼앗아 올 경우 여당의 집권 기반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베네롱은 연방 선거구 중 중국인들이 두 번째로 많은 곳이다. 물론 한인들의 밀집 지역이기도 하다.
호주 언론에 따르면, 최근 센서스에서 중국 출신이라고 응답한 사람들이 3.9%에 달했으나, 베네롱의 경우 20% 이상인 것으로 집계돼, 중국계가 가장 많은 왓슨(Watson)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그러니 중국계를 붙잡지 못하면 케닐리의 화려한 정계 복귀도 빌 쇼튼의 야심도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을 듯 싶다.
우선 케닐리의 이번 출마 결심이 갑작스레 이뤄졌다는 점에서 준비가 충분치 않았을 수 있다. 케닐리와 빌 쇼튼 모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일 이스트우드와 라이드 지역의 거리를 발로 뛰고 있다.
복수 국적 문제로 사퇴한 존 알렉산더 직전 의원(자유당)이 다시 도전한다는 점도 케닐리에겐 불리하다. 알렉산더 의원은 불과 1년3개월 전인 지난 2016년 7월 연방총선에서 당선됐다. 정책 실패 등 민심이 돌아설 만한 결정적 이유로 사퇴를 한 것도 아니다. 지지 정당을 바꾸는데 다소 오랜 시간과 상황 등이 필요한 호주 민심의 특성도 알렉산더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케닐리가 이런 부담을 이기고 NSW주를 넘어 캔버라로 복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인구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