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U 연구팀 “주택공급 부족이 부동산 가격상승의 원인 아니다”
최근 5년간 시드니의 집값은 81%가 올랐다. 호주의 치솟는 주택가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여전히 그 이유는 미스테리다. 주택공급이 인구 증가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호주 국립대(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이하 ANU)의 연구팀의 조사에서 2001년부터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16만4천채의 주택이 과잉 공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택이 부족해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이번 조사에 공동으로 참여한 ANU의 벤 필립스(Ben Phillips) 교수와 쿡쿠 조셉(Cukko Jeseph) 조사원은 인구증가와 인구통계학적인 측면(나이 및 가족형태 등)을 감안해 2001년부터 2017년까지 각 지역의 주택 공급 현황 및 수요의 상관관계를 비교 분석했다.
조사에 따르면 호주 주요 3대 도시 시드니, 멜번, 브리즈번의 이너시티(inner city)와 여러 광산지역 및 캔버라에서 거주 인구에 비해 주택이 현저하게 과잉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주의 지역별 현황을 살펴보면, 주택공급 초과현상이 가장 심한 시드니의 경우 이너시티 지역에 6천채(전체 물량의 6%)가 추가로 공급돼, 주택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중부 및 서부지역, 센트럴코스트(Central Coast) 지역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시드니에 이어 브리즈번의 이너시티(4천5백채), 멜번의 CBD와 그 주변지역(4천채) 이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는 이들 지역에서 주택이 과잉공급 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로 새로운 유닛(unit) 개발을 꼽고 있다. 상당수의 유닛이 매물로 나와 있음에도 매매나 렌트가 이뤄지지 않아 비어있는 상태이며, 의도적으로 사람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너시티를 벗어난 지역이나 광산지역 중 주택이 과잉공급 된 주된 이유는 인구가 줄어들면서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주택공급의 과잉이나 부족현상이 부동산 가격과는 큰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 물량이 과도하게 많은 지역 중에서도 주택가격 상승폭이 높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섞여 있었다.
광산지역의 경우 대부분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지만, 일부 지역의 경우 가격이 급등한 곳도 발견됐다.
필립 교수는 “주택 수요-공급과 주택 가격간의 상관관계가 10%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부동산 가격은 다른 여러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진단했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호주 주택공급위원회(National Housing Supply Council)의 과거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주택시장은 지역별 수요공급 상황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이번 보고서로 호주 집값 상승의 원인은 또 다시 미궁에 빠졌다.
그러나 필립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호주 연방정부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주택구입능력(housing affordability) 상승 방안을 위한 정책을 세우는 데에 또 하나의 힌트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