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랑스 언론에서는 페이크 뉴스(fake news)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이는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거물급 IT기업들이 지난 10월 31일 워싱턴 국회청문회에 출두했던 것이 기폭제가 됐다.
페이크 뉴스에 대한 논란은 2016년 미국대통령 선거와 2017년 5월 프랑스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크레센도로 고조되었던 핫이슈이다.
언론, 커뮤니케이션 분야 프랑스 전문가들 일부는 10년 후 맞이할 ‘뉴스의 미래’에 불안감을 표명했는데, 페이크 뉴스가 21세기 인류사회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대두된 것은 사실이다. ‘당신은 페이크 뉴스가 두렵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에, “북한의 핵무기만큼 저널리즘의 미래에 불안감을 지닌다”는 답변도 흘러나왔다.
▶ 1인 미디어 시대, 정보의 홍수들
오늘날 국민여론을 조성하는 새로운 주도세력으로 1인 미디어 시대가 전격적으로 도래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을 통해 정보교류가 활발해지고, 스마트폰으로 현장을 실시간 생방하는 유튜브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이다. 대중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매스 미디어와 1인 미디어가 쌍벽을 이루는 시대로 돌입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이제 뉴스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정보들은 거의 통제 불능상태이며,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마저 가짜정보를 생산한다고 의심받을 정도이다. 지난 워싱턴 국회청문회에서 페이스북은 1억 2,600만 미국인들이 가짜 뉴스에 노출되어있음을 시인했다.
여기에서 정통 저널리즘마저 입지가 흔들리는데, 기존 메이저 언론들이 미국, 중국, 러시아발 대형 웹사이트가 토해내는 정보홍수에 숨을 헐떡이며 쫒아가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뉴스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뉴스의 생명주기도 갈수록 빨라져, 1시간 전에 발표된 뉴스가 거대한 정보의 무덤으로 파묻혀버리기도 한다. 정보가 진짜이든 가짜이든 상관없이, 누가 먼저 대박을 터트리느냐에 생사가 걸려있기도 한다. 기존 메이저 언론들은 매일, 매시간, 매초마다 쏟아지는 정보들을 확인하는 작업에서도 많은 시간과 인력을 투자하느라 벅찰 정도이다. 심지어 SNS에서 떠도는 정보를 기반으로 뉴스를 만들어내고, 혹은 웹에서 정보를 사들이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정통 저널리즘이 1인 미디어시대에 맞서 정체성을 유지하려면, 수익창출과 동시에 가짜뉴스와 어떻게 차별화를 두느냐에 달려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페이크뉴스의 목적은 돈과 권력
페이크뉴스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 돈과 권력이라고 프랑스 인터넷전문가 베르트랑 질렝 씨가 밝혔다.
주요 타깃은 주로 정치계, 대기업, 유명브랜드이다. 그의 의견에 따르면, 가짜 정보는 검은 돈이나 다름없다. 돈세탁이 필요하듯, 가짜 뉴스도 SNS을 통해 진짜로 위장하는 세탁이 필요해진다는 것이다.
권력을 뒤쫓는 가짜 뉴스는 유난히 대통령선거 때면 가열되기 마련이다. 2016년 미국대선이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었던 요인 중에 하나는 바로 페이크 뉴스에 기인한다.
오스트레일리아 저널리스트 줄리언 어산지가 운영하는 위키리크스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보들은 대선후보들과 지지 유권자들의 간담을 써늘케 했을 정도였다.
2016년 미국대선이후, 프랑스 정당들은 대서양 건너편에서 벌어진 일들을 분석하며 대처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사이버보안시스템에 관련된 세미나를 즉각 개최했다고 한다. 올해 3월 21일 프랑스대선 레이스가 개시되자, 총 900여개 프랑스 언론매체도 뉴스시장에 뛰어들어 치열한 정보경쟁을 벌였다.
이때 마크롱 대선후보켐프는 우선순위로 사이버공격에 대한 대처방안 모색에 주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클리턴, 오바마 전 미대통령을 비롯하여 힐러리 클리턴의 대선켐프에서 활약했던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전문담당 론 클레인도 등장한다. 그는 마크롱 대선캠프가 러시아발 가짜 뉴스의 타깃이 될 것이라 경고했으며, 간접적으로 악성루머를 막기 위해 자문역할을 담당했다.
실제로 2차 대선투표기간 중에 마크롱 대선캠프는 9Go에 해당되는 엄청난 가짜 정보들을 48시간 만에 차단시키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프랑스 정치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후에 절반은 인간, 절반은 로봇인 바이오맨(Bioman) 계정을 통해 해커들이 무차별적으로 가짜와 진짜 뉴스를 혼합하여 흘려보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 진위를 구분하는 판단력이 중요
2016년 11월, 뱅시(Vinci)그룹은 인터넷 주식시장에 악성루머가 떠돌면서 몇 초 만에 70억 유로의 손실을 입었다. 루머의 진원지는 랑드 지역 낭트노트르담 신공항건설에 반대하는 환경단체의 인터넷 계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졌다. 뱅시는 바로 신공항건설을 떠맡은 건설업체였다.
사실상 거짓정보 혹은 악성루머는 인류의 역사와 동행한다. 중세시대의 마녀사냥과 마녀재판은 물론이고, 20세기 나치즘을 위해 신문, 라디오, 집회, 음악, 영화 등 모든 분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제하고 선동했던 괴벨스, 이어서 영국 브렉시트 파문에 이르기까지 페이크 뉴스와 같은 맥락을 이룬다.
영국 브렉시트의 경우, SNS 가짜계정을 통해 여론이 수렴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 David Jones라는 유명한 트위터 계정이 동참한다. 이 계정을 통해 브렉시트와 미국대선을 거치는 과정에서 14만 개 이상의 트위터가 05시에서 17시 사이 집중적으로 전파됐음이 밝혀졌다. 또한 이 계정에는 미스터리한 러시아계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가 연계된 사실도 영국 사이버전문가들은 밝혀냈다.
페이크 뉴스는 21세기 인류를 위협하는 신종바이러스 전염병으로도 비교된다. 중세기 대중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콜레라나 페스트만큼, 하나의 악성바이러스로서 인간의 정서와 정신을 황폐하게 감염시킬 수 있다는데 우려심마저 든다.
각 전염병마다 백신이 필요하듯, 고도의 정보통신 테크놀로지가 발전할수록 극성스러운 가짜 뉴스들에 걸맞는 백신도 발굴해야하는 실정에 이르렀다. 따라서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도 가짜 뉴스를 필터링하는 정책들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최첨단 테크놀로지는 아마추어들에게도 사진이나 비디오를 감쪽같이 편집하여 가짜 영상을 만들도록 했지만, 거꾸로 페이크 뉴스를 가짜로 입증하는데 정밀하게 동원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양면성을 지닌다. 진짜 능력 있는 저널리스트라면 이제는 가짜 뉴스를 가짜로 입증하는 능력도 갖춰야할 때가 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뉴스 시장에서 가짜와 진짜를 구별하는 백신으로는 소비자 각자의 깨어난 의식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진다. 소비자 스스로가 가짜에 전염되지 않기 위해 냉철한 판단력을 갖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1인 미디어시대에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 정신없이 쏟아지는 정보와 뉴스를 무작정 소비하기에 앞서, 진짜일까? 라는 의혹을 한번쯤 가져보는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도의 테크놀로지가 인간의 본성을 순화시키지는 못 한다’는 의견도 있다. 1인 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는 각 개인마다 자신의 선입견과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경향도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애플사 CEO 팀 쿡은 “타인의 생각과 관념까지 지배하겠다는 의도에서 가짜뉴스를 이용한다”고 피력했다.
【프랑스(파리)=한위클리】이병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