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발표한 뉴질랜드 중앙은행 융자 정책의 발표 시기가 흥미롭다. 새정부의 각종 부동산 시장 규제책이 발표가 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내용은 투자용 부동산과 본인 거주용 부동산의 융자시 LVR( Loan to Value Ratio ; 융자시 자기 자본 비율)정책을 내년초부터 완화한다고 밝혔는데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큰 변화는 아니지만 정부의 정책과 달리 부동산 시장 살리기라는 느낌을 배제할 수 없다.
신 융자정책을 발표한 후 하락을 거듭하던 플레처 빌딩의 주가가 잠시 오르기도 했다. 부동산에 영향을 크게 주는 요소를 들자면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 융자에 대한 금융 환경 그리고 부동산시장의 수요인데 시점이 맞으면 시장은 활성화가 될 수 밖에 없다. 이 세가지 측면에서 살펴보면 중앙은행의 신융자정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것이다.
정부의 정책은 알려진대로 일단 외국인의 농지 투자의 엄격한 제한을 시작으로 주택시장에도 적용하게 될 예정이다. 이에따라 뉴질랜드 부동산시장은 내수위주로 움직여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재정부 부장관인 데이비드 파커의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주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규제를 재차 역설한 바 있다.
그리고 새이민자의 급격한 감소로 내국인에게 좀 더 많은 일자리와 복지정책을 펼쳐 나갈 예정이다. 그러나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가 목표하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이 자칫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고 그 조짐은 이미 시장에 나타나고 있음이 인지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수요는 뜨거웠던 지난 7-8년동안 지속해왔다. 그러나 작년 6월경 중앙은행의 융자제한 정책을 같은 해 10월 시행예정이라고 발표하면서 빠르게 냉각되기 시작,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으며 부동산 실 수요자대비 주택 공급과잉을 우려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도래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주택을 지어도 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국민의 수가 충분하지 않다는 반증이어서 내년 건축과 부동산 경기는 밝지 않다.
금융환경은 여러가지 지표가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중앙은행이 최근 밝혔지만 실상은 호주와 뉴질랜드 시중은행들은 두가지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문제는 자기자본 비율이 매우 낮아 중앙은행의 새로운 융자 완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처지가 안된다.
호주의 금융감독원인 APRA는 자기자본 비율에 대해 지난 수년간 자회사인 뉴질랜드 은행들을 계속 감사하며 감독해 오고 있는데 스위스 바젤에 본부를 두고 있는 BIS 기준을 맞추느라 허덕이고 있는 중이다. 뉴질랜드 중앙은행도 그 동안 조용하다 최근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 문제는 은행 자격의 결격사유가 될 수도 있다.
두번째 문제는 작년과 올해초 호주, 뉴질랜드 은행들의 사업내용에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가계대출에 집중되어 있어 부동산시장의 침체시 위험성이 높아 신용등급이 한단계 내려가는 수모를 겪은 바 있기도 해서 이 문제 또한 융자완화 정책을 얼마나 받아 들일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중앙은행의 신융자 정책은 실질적인 효과보다는 금융당국의 의지를 표현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상황을 보면 현재 뉴질랜드의 부동산 시장 규제책은 큰 의미가 없다. 이미 정부정책과 상관없이 잘 규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기간에 개선될 문제들도 아니다.
더해서 뉴질랜드 경제가 심상치 않다. 특히 이번에 다가 온 여름은 뉴질랜드 총생산의 25%를 기여하는 농축산업을 강타할 예정이다. 계속 내려가는 세계 분유가격과 하염없이 올라가는 축산업의 가공 단가는 기상전문가들이 말하는 140년만의 극심한 가뭄으로 절정에 이를 수도 있음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까지 낮은 실업률에 혁혁한 공헌자인 건설업도 이미 하향길이다. 중앙은행의 그란트 스펜서총재는 이번 발표가 뉴질랜드 부동산 시장의 끝에 서있기 때문은 아니라고 밝히면서 아직 뉴질랜드의 모든 경제 상황은 점차 개선되고 있음을 천명하기도 했다.
사실 집을 지어 본다면 현재의 부동산 가격이 건축비 대비 높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내년 전국의 렌트비가 급상승할 것으로 보는데 잡아야 할 또 한마리의 토끼다. 이번 중앙은행의 정책은 세계와 함께 맞물려 있는 뉴질랜드 경제 환경에 적절한 조치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