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에 충만한 삶을 즐기면서
남이 나를 기쁘게 해줄 것만 바라지 말고
내가 상대를 위해서 기쁘게 해줄 수 있는
소양을 길러나가야……
톨스토이 어록 중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지금’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일’이라는 말이 있다.
옆에 있는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일은 결국 자기 자신도 즐거운 일이기에 결국 사람들과 함께 즐기면서 현재를 행복하게 보내라는 말로 해석된다.
과거는 이미 지나간 일일뿐이고 미래는 아직 오지도 않았으며 우리는 오직 현재라는 시간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미래를 위하여 현재를 너무 희생할 필요도 없고 지나간 과거에 얽매어 현재의 삶에 족쇄를 채워 살 필요도 없다.
오직 현재에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가치 있게 활용하고 즐길 일이다. 그럼으로써 밝은 미래도 전개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민 사회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새로운 삶을 엮어나가고 있다. 일정부분 과거와의 단절을 단행했고 일정 범위의 인간관계와도 단절을 하고 멀리 떠나온 실정이다.
또한 극심한 생존경쟁, 미래를 위한 현실 희생을 탈피하고 좀 더 자유스러운 환경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켜보고자 뉴질랜드까지 건너온 처지이다.
“인생의 일관된 목표는 죽는 순간까지 행복을 추구하는데 있다”라고 말할 수 있다.
뉴질랜드에 살면서 이 목표를 추구하는데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한국과는 상당히 다른 생활방식을 참고로 할 필요도 있겠다. 뉴질랜드에 와 살면서 새롭게 느끼는 점은 사람들이 상당히 현실적이라는 점이다.
유머를 좋아하고 현실을 즐기고 자신의 존재를 우선한다는 점이다. 비현실적인 꿈을 좇아 현재의 희생을 감수한다거나 가족이나 주위의 사람들을 위해서 비합리적인 자기희생을 강요당하지도 않는다. 한국의 부모들이 자식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뒷바라지하느라 고생을 계속하는 것과 다르다.
부담이 되는 사람이라면 만나지 않으면 그뿐 왈가왈부 할 필요가 없다. 분쟁이 따르는 일이라면 법에 호소하면 그만이다. 만나기 싫어하는 사람한텐 접근금지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한국인의 정에 치우친 행위가 피해를 당할 수 있음에 비해 너무 이기적인 인간관계의 측면도 있다. 우리는 한국인의 정서를 유지하되 서구식 패턴의 좋은 점은 도입을 해서 적절히 융합된 생활 방식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위기의 순간, 난처한 입장에서도 옆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자신도 기쁨을 누리며 상황을 역전시키는 경우가 있다. 상대방의 비아냥거림이나 비난에 맞대응하지 않고 위트를 발휘하거나 유머를 적절히 사용해 오히려 상대를 무안하게 만들 수도 있다.
현실을 즐기는 여러 방법 중 유사개념들을 정리해볼 필요도 있겠다. 농담(弄談)에 해당하는 조크(Joke)는 청각을 자극해서 즐거움을 주는 말이다. 반면 익살에 해당하는 코믹(Comic)은 시각을 자극해서 즐거움을 주는 행위이다.
기지(機智)에 해당하는 위트(Wit)는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등 5감(五感)을 통해서 들어온 정보에 대해 반사적으로 작동하고‘재치’또는‘순발력’을 발휘하는 행동으로 6감(六感)에 해당한다.
조크와 코믹은 각본에 의존할 수 있지만 위트는 의존할 수 없다. 나쁜 뜻이 없는 웃음을 유발하는 해학(諧謔) 즉 유머(Humour) 감각이 좋다는 말은 위트가 좋다는 뜻이다. 풍자(諷刺)는 누군가를 비판 한다던가 반어(反語)를 사용해서 비웃는 것으로 통쾌한 웃음을 유발한다.
이들 용어들의 공통 인자는 모두 웃음과 관련된다. 이러한 행위들이 그냥 웃고 재미로 끝나버리는 유희가 아니라 정서의 고갈과 일상의 삭막함을 치유하는 완충, 해방, 여유, 공감 등을 유발하게 될 때 그 가치가 빛난다.
웃음은 유통기한이 없는 최대의 명약이다. 적절한 농담과 코믹, 기지와 해학, 풍자가 넘쳐날 때 이들은 심리적 안정제가 되어 현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빅토르 유고가 말한 대로 인생이 엄숙할수록 웃음이 필요하다. 인생 성공의 비결은 학교 성적이 아니라 유머감각이다. 현대 기업에서 직원의선발 기준도 위트가 있는 사람을 우선한다. 아브라함 링컨(Abraham Lincoln)이나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 등 역사상 유명했던 정치가들도 유머와 위트의 명수였다.
물질로 베푸는 것은 물질적 만족을 어느 정도 채워줄 수 있다. 그러나 21세기 감성 사회에서 현대인들은 물질적인 만족에 대해선 쉽게 실증을 느낀다. 인간의 감각 기관을 자극해서 웃음을 선사하는 일이야 말로 가치 있는 베풀음을 실천하는 일이다.
이러한 일은 물질 낭비를 일으키지 않고 생산 원가가 크게 소요되는 것도 아니다. 남이 나를 기쁘게 해줄 것만 바랄 것이 아니라 내가 상대를 위해서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소양을 길러 나갈 일이다.
카르페 디엠 (Carpe diem), 호라티우스의 라틴어 시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현재를 잡아라, 현재를 즐겨라, 현재를 잘 활용하라”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말이다.
지나간 과거는 놓아버리고, 미래는 미래가 알아서 잘 돌볼 테니 내버려두고 오직 현재에 충만한 삶을 누릴 일이다.
칼럼니스트 한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