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총독(Governor-General)인 피터 코스그로브 경(Sir. Peter Cosgrove)이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에 서명한 뒤 이를 턴불(Malcolm Turnbull, 왼쪽) 총리에게 건네고 있다. 이번 법안은 12월9일 자정을 기해 발표됐다. (사진: 페어팩스 뉴스 영상 캡처)
총독 공식 서명, 12월9일 자정 이후 발효... 첫 동성커플 이혼신청도
“결혼법(Marriage Act) 개정안이 가결되었습니다.”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 통과가 발표되자 ‘찬성’ 진영의 다수의 의원들이 일제히 일어나 기립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의원들과 동성애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흔들며 환호하는 의원들로 의회는 감동의 축제 분위기가 됐다.
지난주 목요일(7일), 전체 150석 하원의원 중 반대 4표와 기권 9표를 제외하고 대다수 의원들이 ‘찬성’에 표를 던짐으로써 호주 연방의회는 동성결혼 허용 법안을 시원하게 통과시켰다.
이로써 호주는 전 세계에서 동성결혼을 합법적으로 인정한 26번째 국가가 됐다. 존 하워드(John Howard) 전 총리(자유당)가 2004년 결혼법(Marriage Act)을 ‘이성간의 결합’으로 제한하고 동성결혼을 금지(본지 1240호)한 이래 13년 만에 호주에서 결혼은 ‘두 사람(two people)간의 결합’으로 변경됐다.
다음날인 금요일(8일) 오전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 총리와 조지 브랜디스(George Brandis) 법무장관은 호주 총독(Governor-General)인 피터 코스그로브 경(Sir. Peter Cosgrove)을 방문했고, 총독이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에 공식 서명함에 따라 12월9일 자정 이후 법이 발효됐다. 또 동성간 결혼식은 내년 1월 9일부터 가능해졌다.
이날 브랜디스 장관은 ABC와의 인터뷰에서 복받치는 감정을 억누르며 “의회에 입성한 이래 내가 해온 일 중 오늘 일이 가장 중대한 사건”이라며 “오늘은 잊을 수 없는 날”이라고 전했다.
턴불 총리 또한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불안과 고통 속에서 지냈던 호주 성소수자(lesbian, gay, bisexual, trans, intersex. LGBTI)들의 권리를 회복시켰다”며 법안 통과에 대한 기쁨을 표했다.
이어 총리는 “우편조사 결과가 법을 통과시키는 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한 뒤 “의회 전체가 함께 이룬 승리”라고 격찬했다. 더불어 “동성결혼 합법화로 종교의 자유나 전통적인 개념의 결혼이 위험에 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내년 차기 과제와 관련, 턴불 총리는 “이제 정부의 관심사는 세금, 에너지, 교육 및 차일드케어(childcare)에 있다”고 밝혔다.
“호주의 가정경제를 살리고 국내 사업체의 수익창출을 끌어올리는 것이 2018년도 정부의 가장 큰 주제”라면서 “사업 소득세 절감을 통해 하루 1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중 85%를 정규직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와 함께 내년 선거를 앞두고 개인 소득세를 절감할 계획도 살며시 내비쳤다.
첫 동성커플 이혼 건수 발생
한편 동성결혼 합법화 법이 발효된 지난 12월9일(토)부터 전국적으로 동성커플들의 혼인신고가 쇄도하는 하는 가운데, 첫 동성커플의 이혼신청 건수도 발생했다.
금주 월요일(11일) ABC 방송 보도에 따르면, 퍼스(Perth)에서 한 레즈비언 커플이 변호사를 통해 이혼신청서를 제출했다.
2015년 동성결혼을 허용하고 있는 유럽의 법을 이용해 주 퍼스 영사관에서 혼인신고를 한 이들은 이후 사이가 안 좋아져 별거를 시작하게 됐다.
이혼을 신청한 여성은 “이성커플보다 동성커플의 이혼이 더 복잡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변호사(solicitor)와 법정 변호사(barrister)를 고용해 이혼이 가능한지 자문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의 법정 변호사인 테레사 파머(Teresa Farmer)씨는 “이 커플의 경우 유럽국가의 법에 따라 결혼을 했으나, 두 사람 모두 해당 국가에 살고 있지 않아 호주에서는 그 나라의 이혼절차를 따를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녀의 변호사인 마리아 루카스(Maria Loukas)씨는 “이미 마음이 떠난 관계에 지속적으로 묶여있어 원치 않는 삶을 깨끗하게 정리하지도 못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지도,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한 채 상당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10년간 공인주례사로 활동하며 수많은 동성커플들의 ‘시민결합’(civil union) 주례를 진행해온 랜스 탭셀(Lance Tapsell)씨(사진). 그는 “동성커플들의 경우 합법적인 결혼을 위해 힘들게 싸워온 만큼 이성커플보다 이혼율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ABC 방송에 따르면 지난 8월 유엔인권위원위(United Nations Human Rights Committee)는 “이 커플이 호주에서 이혼할 수 없다는 것은 국제인권 및 인도법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파머 변호사는 “지난주 가결된 호주 결혼법 개정안에 따르면 동성커플들의 이혼은 이들이 호주인일 경우에만 인정이 되므로 이 레즈비언 커플의 이혼은 복잡한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동성커플 이혼도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10년간 공인주례사로 활동하며 수많은 동성커플들의 ‘시민결합’(civil union) 주례를 진행해온 랜스 탭셀(Lance Tapsell)씨는 “동성커플들은 합법적인 결혼을 위해 힘들게 싸워온 만큼 이성커플보다 이혼율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