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청론] 중국, ‘전쟁나면 러시아와 참전하겠다’ 결의... 위기 자초하는 트럼프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2월 14일 크렘린궁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북 제재 지지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미국이 북한의 도발을 자초하고 있다. 북한의 핵은 반대하지만 북한에 대한 고립, 압살, 군사적 압박도 반대한다. 미국은 러시아를 이란, 북한과 함께 ‘악의 축‘에 끼워 넣으면서도 러시아가 북한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란다‘라고 비꼬았다고 <미국의소리>가 보도했다.
▲ 필자 김현철 기자 |
최근 미국의 일부 군.정계 관련 인사들이 생각 없이 대북 ‘해상봉쇄’ 발언을 꺼내자,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2월 14일, “해상봉쇄는 주권 국가의 자주권과 존엄에 대한 난폭한 침해행위이며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침략전쟁행위다. 우리는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이 해상봉쇄를 강행할 경우 전쟁행위로 간주, 무자비한 대응조치로 대답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며칠 전 미국정부의 온건파(반전파) 수장격인 틸러슨 국무장관이 ‘북한의 비핵화 요구는 비현실적이다’라고 바른 소리를 했다가 사흘 후에는 이 말을 뒤집는 등 대북 문제에 관한 한, 백악관 따로, 국무부 따로, 의회 따로 갈팡질팡하고 있음은 트럼프 취임 이후 오랫동안 지속돼 온 웃지 못 할 미국 지도층의 안타까운 모습이다.
미국이 북한에 ‘선 비핵화, 후 대화’ 조건은 북한이 미국에 ‘선 아시아패권 포기(주한미군 철수), 후 대화’와 똑같이 북미 대화가 열리기 어려운 조건들로 결국 북미의 종착역은 전쟁뿐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미국이 겉으로 허풍 떠는 것과는 달리 북한과 전쟁을 할 용기도 없는 것 같다. 국제정세 전문가들에 따르면, 11월 말 시진핑의 특사가 평양에서 귀국 직후 중국정치국 ‘비상대책회의’가 열렸다. 갑론을박 끝에 북미 전쟁이 벌어지면 중국은 미래를 내다보고 러시아와 함께 대미 전쟁에 참전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한미일-이스라엘 대 북중러-이란 등의 3차대전을 의미한다.
설마 했던 트럼프는 중국의 참전 의지에 당황, 비밀특사를 중국에 급파, 미국은 북한과 핵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완전히 간파한 미국은 중국을 통해 사실상의 대북 전쟁 포기의사를 비밀리에 전달, 꼬리를 내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미국이 더욱 곤혹스러운 것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지구상에서 가장 가까웠던 영국이 유럽 여러 나라로부터 왕따 신세가 되어 이제 옛날처럼 미국편에 서서 도와줄 힘이 없어졌다는 사실이다. 유럽연합에서의 고립, 북한의 압박에 따라 위험에 봉착한 아시아패권, 러시아의 압력에 따른 중동에서의 위축 등 미국의 주변 여건이 모두 미국의 시대는 갔음을 누차 암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가 12월 18일 발표한 새로운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북한이 미사일의 수와 종류, 효율성, 사거리 등을 높이면서 미사일에 핵무기를 탑재해 미국을 타격할 수 있게 되었다. 북한의 공격에 대해 압도적 군사력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강제하기 위한 옵션들을 향상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새로운 내용은 없고 과거의 미국 정부의 자세를 재강조한 것이다. 한가지, 달라진 것은 트럼프가 8월에 유엔에서 ‘북한 붕괴’ 등 막말을 쏟았던 것에 비해 많이 후퇴했다는 것. 또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트럼프는 클린턴에게 배우라
미국이 지난날 북한을 상대로 돌변해 온 자세 중 일부를 돌이켜 보면, 24년 전인 1993년 4월 9일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제9기 5차 회의에서 김정일 북한 최고사령관이 국방위원장에 추대 되자, 북한 정보에 어두웠던 클린턴 행정부는 때를 맞았다는 듯 북한에 특별핵사찰을 강요하기 위해 ‘달러 위조지폐’ 의혹을 제기, 6주 후인 5월 25일 추가적인 대북제재를 시사했다.
그러자 북한은 4일 뒤인 1993년 5월 29일, 2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태평양에 발사, 1발은 6000km 떨어진 하와이 앞바다에, 또 1발은 3600km 밖의 괌 엔더슨 미 공군기지 앞바다에 떨어트렸다. 북한은 이미 24년 전에도 지금보다는 질적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그 정도의 ICBM을 비장하고서도 대외 공개를 안 했던 것이다.
대북 정보 부족으로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몰랐던 미국은 이에 혼비백산, 4일 후인 6월 2일 북미고위급회담을 요청, 미국 유엔 대표부 로버트 갈루치와 강석주 북한 제1부상이 미국에서 만나 6월 11일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탈퇴 유보를 이끌어 냈었다.
클린턴 정부 이후 그런대로 잘 이어가던 북미 관계는 아들 부시의 등장으로 북한이 ‘악의 축’이 되면서 양국 관계가 악화했지만, 부시정부 역시 결국은 핵.미사일로 무장한 북한에게 어쩔 수 없어 대화를 선택할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제 미국이 ICBM 상승 속도 세계 제일(화성-15=마하 34, 2위 미국 미니트맨-3=마하 16)인 핵강국 북한을 압력과 제재, 특히 전쟁을 의미하는 해상봉쇄로 계속 괴롭힌다면 북한은 이를 미 본토 전역을 공격하는 구실로 삼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여론은 트럼프에게 북과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할 것이고, 이를 성사시키지 못하면 다음 대선에서 트럼프를 낙선시켜 북미 평화협정을 성사시킬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할 것이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 보여 주었듯이 미국은 패배로 여론이 들끓고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만 그 때 황급하게 불을 끄려드는 습성이 있다. 문제는 과거의 재래식이 아닌 핵전쟁은 예고 없는 단 한방의 공격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지조차 알 새 없이 만사가 끝나고 만다는 사실이다.
트럼프는 지금이라도 클린턴이 지난 2000년 북한과 ‘핵보유국 인정’을 전제로 한 핵동결과 평화협정을 맺으려 결단했던 이유, 아울러 북한에 ‘악의 축’이라는 오명을 씌운 부시마저도 뒤늦게 자신의 오판을 깨닫고 북한과 대화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까지도 함께 공부한다면 대북 적대 정책이 미국에는 ‘독배’라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깨달을 것이다.
백악관은 무기 장사를 더 해보겠다고 어리석게 ‘비핵화’에 목을 맬 게 아니라 대북 적대정책부터 포기하고 북한의 무력 완성 목표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시급히 국가안보파탄 위험이라는 막다른 골목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