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회관 사무장실의 흩어진 서류들. 16일(월) 이른 새벽으로 추정되는 시간에 한인회관을 무단 침입한 자가 뒤진 서류들이 바닥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금주 월요일(16일) 새벽 추정... 귀중품 그대로, 문서철만 뒤져
민원실 입구 정문 열고 침입, ‘의도적 소행’ 강한 의혹 남겨
금주 월요일(16일) 이른 새벽으로 추정되는 시간대에 크로이돈 파크(Croydon Park) 소재 시드니 한인회관을 무단 침입, 사무실 문을 비롯해 각종 서류를 훼손시킨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무단침입자는 한인회관 내 민원실을 겸한 사무장실과 회장 및 부회장실 등 3개 사무실을 침입했으며, 값나가는 물품은 그대로 둔 채 문서철만 뒤지고 훼손시켜 놓아 단순 절도가 아니라는 강한 의혹을 남기고 있다.
▲사건발생 시간= 한인회 측은 이번 사건 발생이 금주 월요일(16일) 오전 2시30분 이후에 발생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그 배경은 일요일(15일) 저녁 한인회관 대강당이 펑션을 위해 임대된 상태였고, 이 행사가 16일 오전 12시30분 경 끝났으며, 한인회관 관리를 맡고 있는 정광용 관리위원이 차량의 배터리 이상으로 퇴근이 지연돼 오후 2시30분경에야 집으로 귀가했다는 점에서이다.
무단침입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시간은 이날 오전 7시30분경으로, 이 시간에 다시 출근한 정 위원에 의해서였다.
▲경찰 조사= 무단침입 흔적을 발견한 한인회 측은 즉각 애쉬필드 경찰서에 사건을 신고했으며 수사경찰이 출두, 현장을 조사했다. 경찰은 피해를 입은 사무실의 지문을 채취했으며 기타 침입자의 흔적을 조사했다.
▲한인회 피해= 무단침입의 흔적은 한인회관 내 3개 사무실로 확인됐다. 민원실을 겸한 사무장실과 회장실, 그리고 부회장실 등 3곳이다. 한인회 아래층에는 이들 3개 사무실 외 회의실과 외부인사 접대실, 현재 비어 있는 회의실 옆 사무실, 그리고 대강당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의 2개 사무실(상조회, KASS 단체 이용)이 있다.
이날 침입자로 인해 한인회 측이 입은 물질적인 피해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사무장실을 비롯한 3개 사무실은 문서철이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으며 사무용 책상서랍, 사물함 등을 뒤진 흔적이 요란하게 남아 있었다.
또한 문을 잠가두었던 회장실 출입문은 침입자가 문을 부수어 새로 설치해야 할 정도이다.
▲단순 절도로 추정하지 않는 배경= 한인회 백승국 회장을 비롯해 관계자들은 이번 무단침입 사건이 단순한 절도범의 소행이 아닌, 누군가 의도적으로 한인회 내의 특정 서류를 취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갖고 있다.
당시 한인회 내 사무실에는 고가는 아니지만 값나가는 물품들이 제법 있었던 상태였다. 회의실에는 한국의 날 행사에 기증받았다가 라플 당첨자가 수령하지 않은 전자제품, 주방용 가전제품, 특히 한인회가 대강당에 설치하려 구입해 놓은 최신형 대형 TV 등이 있었으나 이 물품들에는 일체 손을 댄 흔적이 없다.
또한 회장실에도 몇 개의 소형 디지털 카메라가 눈에 띄는 곳에 놓여 있었으나, 이 역시 전혀 만진 흔적이 없다. 사무장실 또한 마찬가지로, 복사비 등으로 수령하는 동전통이 놓여있던 자리에 그대로 있으며 문서보관 선반에 있는 문서폴더들만 바닥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어 침입자가 한인회 서류를 뒤졌다는 의혹을 남기고 있다.
특정 서류를 뒤졌다는 또 다른 의혹은, 부회장실에 있던 문서 폴더가 사무장실로 옮겨져 있는가 하면, 문서철 가운데서도 특정 연도 및 주제의 서류를 모아 놓은 폴더들만 세심하게 뒤진 흔적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내부 사정 잘 아는 자의 소행’ 강한 의혹= 한인회 측은 이번 무단침입이 단순절도가 아닌 것으로 추정하면서 또한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이의 소행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그 첫째는, 민원실 출입문 상태를 알고 있었기에 침입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한인회 관계자는 사무장실을 겸한 민원실 문은 데드록이 아니었다는 것을, 이번 침입사건 이후 알았다. 즉 열쇠를 이용해 외부에서 문을 잠그더라도 안쪽에서 잠금장치의 꼭지를 비틀면 문이 열리게 되어 있었던 것을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이다.
침입자는 민원실 창문을 열고 쇠창살 사이로 팔을 넣어 잠금장치의 꼭지를 열고 침입한 것으로 보인다. 민원실 문이 망가진 흔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30대 회장단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회장실 등은 도어록 장치를 교체했지만 다른 공간은 그대로 두었는데, 잠금장치를 교체한 회장실 문을 부수고 침입했으며 다른 방은 열쇠를 이용해 열고 들어간 흔적이 있다는 게 한인회 측의 설명이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자의 소행이라는 의혹의 또 다른 배경은 앞서 언급했듯이 특정 서류만을 찾은 흔적이 강하게 남기 때문이다.
금주 수요일(18일) 현재 한인회가 파악한 분실물은 한인회의 ‘Bank statement 폴더’와 ‘한인회관 임대 관련 서류 폴더’이다.
뿐 아니라 사무장가 한인회 재정 상황을 기록해 놓은 전용 컴퓨터의 관련 엑셀 파일에 접속한 흔적도 남아 있다.
한인회 재정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은행 관련 서류, 그리고 캔터베리 카운슬과 체결한 임대 관련 서류가 없어졌다는 것은 특정 의도를 갖고 침입했다는 의혹을 갖게 하는 충분한 배경이 될 수 있다.
▲한인회 입장= 백승국 회장은 한인회 모든 관계자들이 추측하듯 이번 사건을 단순 절도가 아닌, 의도적으로 저지른 사건으로 보고 경찰 수사를 강하게 종용한다는 방침이다. 백 회장은 “이는 누가 보아도 의도적이라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찰의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하면서 자체적으로 사건을 파악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