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노창현 칼럼니스트
새해 첫 아침 좋은 꿈 꾸셨나요?
해는 매양 뜨는 것이지만 그래도 새해 첫날 첫 해를 보려는 마음은 새로운 희망과 기대 때문이겠지요. 전날 TV를 통해 타임스퀘어 신년맞이 행사를 보면서 대단하다 생각했어요..100년만에 최강 한파(체감온도)가 몰아쳤는데도 1백만명이나 모였다니 말입니다.
올해는 춥기도 하고 새해 아침도 얌전히 집에서 맞을 생각이었지만 그게 또 인력으로 안되더군요. 새벽 4시50분 경 눈이 떠진채 잠이 안와 스마트폰 들여다보다 집근처에서 일출(日出)을 봐야겠다 했지요.
보통 해맞이는 바닷가에서 하지만 바다로 가려면 시간도 걸리고 사람들도 많고, 그보단 집근처 산에서 맞는 것도 나름 운치가 있고 뜻이 있겠다 싶었어요. 더구나 제가 있는 곳이 ‘뉴욕 알프스’ 아닙니까. ^^
사실 몇 년전 베어마운틴에서 새해 일출을 하려고 나갔다가 동절기(冬節期)엔 차량 진입이 안되어 낙심하여 돌아오다 콘왕산 뷰포인트에서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더라구요. 콘왕산은 인왕산(仁王山)을 닮은 우리동네 산 이름이랍니다. ^^
언덕길을 올라가면 웨스트포인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허드슨강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풍치(風致)가 펼쳐져 평소에도 지나던 차량들이 많이 서서 감상하는 명소이지요. 이곳에 동쪽을 향하고 있으니 일출 감상으로도 제격이지요. 그당시 꿩대신 닭이다 하고 갔지만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주변 풍경과 더불어 베어마운틴보다 되레 낫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엄청난 칼바람에 대비해 패딩조끼에 롱파카까지 단단히 갖추고 차부터 데웠습니다. 이곳의 일출 예정시간은 7시20분. 집에서 10분거리니까 7시에만 도착하면 충분히 여명(黎明)부터 감상할 수 있으니 여유만만.
일부러 허드슨강을 끼고 도는 코스로 돌아갔습니다. 사실 이 길은 웨스트포인트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고 우회(迂回)하는 코스여서 외지인들은 잘 모르는 곳인데요. 아주 빼어난 경치를 자랑합니다.
이곳에서 사진 한 장 찍고 목적지로 이동합니다. 어이쿠 이런, 바깥온도가 화씨 1도(섭씨 영하 17도)를 가리키네요. 체감온도(體感溫度)까지 생각하면 영하 25도를 밑돌 것 같습니다.
마침내 언덕의 뷰포인트에 도착했습니다. 새해 일출을 위해 보통은 차들이 몇 대 씩 있는데 날이 추워서인지 아무도 없네요. 그래도 이전 경험에 비춰 사진촬영을 시작하면 따라 서는 차들이 있을겁니다. ^^
날은 아주 쾌청합니다. 목도리를 단단히 두르고 내리는데 다행히 바람은 심하지 않네요.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주로 하다보니 이런 날은 참 불편합니다. 장갑을 낀 채 카메라를 작동시킬 수 없으니까요.
동녘의 붉은 기운이 점점 차오르는 장엄(莊嚴)한 시간이 다가옵니다. 가슴도 덩달아 부풀어 오릅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짧은 소원을 빌어 봅니다.
가족의 건강과 행복, 인연있는 모든 분들의 건승(健勝)을 빌었습니다. 남북이 화해하고 통일의 그날이 다가오기를 소망했습니다. 더 이상 전쟁이 없고 평화를 향유(享有)하는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희구했습니다.
비록 그것이 희망으로 그친다해도 우리가 노력하는만큼 좋은 세상은 만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는 사이 우리를 따라 차가 두 대 섰더군요. 한 가족은 아시안이었습니다. 한인들은 별로 없는 곳인데 일본계처럼 보입니다. 애견까지 동반한 채 온 가족이 해맞이를 하고 있습니다.
잠깐 나갔을뿐인데 어찌나 추운지 손가락끝이 아파옵니다. 이런 추위는 정말 오랜만입니다. 기온을 확인해보니 화씨 0도. 이런 숫자는 정말 오랜만에 보네요. 10년전쯤 한겨울 뉴욕 북부에 올라갔을 때 화씨 마이너스 5도가 되는걸 보고 신기해했는데 오랜만에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바로 들어가는게 아쉬워 질러가는 길 보다 이웃 동네쪽 한적한 길을 택해 내려왔습니다. 왼쪽 도로이름은 사슴언덕(Deer Hill)인데 바로 다음 길은 독수리머리(Eagle head)네요. 길 이름도 운치(韻致) 있습니다.
작은 마을은 아직도 잠에 취한 듯 한적하기만 합니다. 타운의 중심가 건물에 붙은 성조기 위로 2018년 사인판이 보입니다. 네 정말 새해가 되었군요. ^^
새해 새아침 여러분 가정에 만복(萬福)이 깃드시길 기원합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노창현의 뉴욕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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