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청론] ‘한반도 운전자론’ 실현… 비핵화 요구는 판 깨는 소리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1월 9일 고위급 회담 개최 등 남북 간 해빙 무드가 조성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드디어 1월 6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평창올림픽과 문재인 대통령을 100% 지지한다. 적절한 시점에 우리도 북과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며 북미대화를 바라는 속내를 직접 드러냈다.
트럼프는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통화도 할 수 있다”며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 필자 김현철 기자 |
이번 첫 고위급 회담에서는 평창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대규모 북한 대표단과 선수단 방문, 군사적 긴장상태 해소를 위한 군사회담 개최, 남북 고위급회담 및 각 분야의 후속 회담 개최 합의를 속속 이끌어냈다.
전 세계의 언론은 이번 남북회담과 예상하지 못했던 트럼프의 북미 대화 급선회 관련 발언을 크게 보도했다.
여기서 또 한 번 웃기는 해프닝은, 언론 본연의 자세를 무시해 온지 오랜 보수대표 매체 <조선일보>가 1월 6일자 4면에 “백악관, ‘문 대통령 100% 지지, 남북대화’ 언급 안했다”는 제목의 허위 글을 보도한 것이다.
이 같은 태도로는 북미, 남북 대결이 날로 격화해서 무력북진통일을 바라던 자유한국당 등 호전적 수구세력들과 함께 조중동 등 보수언론의 미래는 캄캄할 뿐이다.
<미국의소리>는 1월 9일 세계금융의 총본산으로 막강한 정보력을 가진 영국이 ‘남북통일이 되면 북한에 빌려준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탕감해주려던 계획을 접었다‘고 보도, 남북통일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세계 언론들이 미국의 대북정책이 새해를 맞아, 일단 대화 쪽으로 급격히 선회했음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그간 대북 강경 발언으로 며칠 전까지 북한을 극도로 자극했던 자세를 왜 갑자기 선회, “평창대회와 문 대통령 100% 지지” 및 “북과의 대화 참여“ 등 파격 발언을 하는 자세로 바뀌었을까?
시진핑을 통해서도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해 온 북한과, 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평창대회를 계기로 남북관계가 호전하는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트럼프의 조바심 이외에는 다른 이유가 안 보인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이번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리게 된 것은 자신이 초강력 대북제재와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라며 생색을 내고 있다. 하지만, 실은 김정은이 새해 첫날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 참가의지와 그를 위해 남북대화에 시급히 나설 뜻이 있음을 미리 밝혔다는 사실을 볼 때, 트럼프의 생색은 신뢰성이 없는 것이다.
오히려 북한은 미국이 압박할 때마다 더 강력한 핵무장 능력을 과시하며 미국을 더욱 궁지로 몰아왔기 때문에 지금 트럼프와 백악관의 자화자찬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북한과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처량한 미국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 트럼프는 자신의 ‘대북압박이 대화국면을 만들었다’며 억지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 ‘한반도 운전자론’ 실현… ‘비핵화’ 주장 중단해야
한편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약 30분간 전화 통화로 평창대회를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개최되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합의, 대회 기간 동안 한미합동군사훈련도 중단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처음에 남북한이 대화 쪽으로 급선회하자 못마땅해 했던 트럼프를 잘 구슬려 “그간 한반도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해 확고하고 강력한 입장을 견지해온 것이 남북 대화로 이어지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껏 추켜세웠다.
그 결과, 한국 측의 요구인 한미군사훈련 연기, 미국이 내내 반대해 온 남북 대화, 남북고위급회담 재개 등을 수용토록 해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실현되도록 부추기는 데에 성공했다.
이제 평창대회를 평화적으로 치르면서 군사 등 남북 간 각계의 대화가 진전되고 그간 중단됐던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등의 재개, 각종 국제대회 남북단일팀 구성, 남북 문화 예술인 상호 방문 공연 등의 논의로 서로 간의 긴장을 완화시키다 보면, 자연스레 북미 관계도 풀려 남북, 북미 정상회담까지도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30분간에 걸친 김정은의 긴 신년사를 잘 들여다보면, 금년에 남북관계개선 추진, 남북정상회담 개최, 전 민족적 통일국가 건설 운동 추진 등의 뜻이 함축돼 있어 위에 지적한 내용들이 실현될 가능성이 있음은 결코 허황된 것이 아니다.
문, 김, 트럼프 등 남북미 3 정상들이 자세를 같이 한다면 그 실현성은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는 트럼프가 김정은과 대화할 뜻은 비치면서 아직도 북한의 ‘비핵화’ 조건을 입버릇처럼 되뇌고 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가 북한과 대화 용의의 뜻을 비친 것은 북한의 핵을 인정하고 미국의 안전을 보장받겠다는 뜻이다.
틸러슨 국무장관의 주장처럼 이제 실현성이 없는 대북 비핵화 주장은 더 이상 들먹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번 남북회담에서 리선권 북한 수석대표가 “남측 언론은 지금 북남 고위급 회담에서 무슨 비핵화 문제를 갖고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는 얼토당치 않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무엇 때문에 이런 소리를 내돌리는지 이해 안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북측의 이 같은 지적은 미국의 대북 정책만을 추종해 온 문재인 정부가, 진심으로 남북대화 성공을 바란다면 ‘비핵화’라는 단어는 앞으로의 남북대화에서 불협화음을 또다시 불거지게 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불가능한 사실을 계속 주장하는 것은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미국도 한국도 대북대화를 바라는 이유는 전쟁이 아닌 평화를 선택했기 때문임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미국이 ‘비핵화’를 고집해서 계속 대북 압박에 나서거나, 평창대회 후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재개 된다면 북미, 남북 관계는 급격히 얼어붙게 될 것은 물론, 그 때는 북한의 감정을 고조시켜 훨씬 더 위험한 위기국면을 맞게 될 것임을 예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