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드니 도심에서 남쪽으로 1시간 떨어진 번디나(Bundeena) 지역이 새로운 주거지 및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다. 사진은 번디나에 위치한 홀던스 비치(Horderns Beach).
도심(CBD)서 1시간 거리... 해변-국립공원으로 둘러싸인 최적의 주거지
시드니 도심에서 남쪽으로, 승용차로 1시간이 채 안 걸리는 유명 비치 타운 크로눌라(Cronulla)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서로 머리를 마주하고 있는 작은 마을 번디나(Bundeena)는 크로눌라와 우편번호까지 공유하는 가까운 지역임에도 시드니사이더(Sydneysiders)에게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이 마을 북쪽의 포트 해킹(Port Hacking) 해안가를 제외한 나머지 세 면이 왕립국립공원(Royal National Park)으로 둘러싸여 있어 광역 시드니(Greater Sydney) 내 다른 지역(suburb)들과 직접적으로 인접해있지 않은 유일한 내륙지역이라는 지리적 특성이 번디나를 미스테리하게 만든 주된 요인이기도 하다.
호주에 정착한 백인들은 1830년대부터 번디나의 소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했으며, 1879년 존 로버트슨(John Robertson) 전 NSW 주 총리가 현재의 왕립국립공원을 지정한 이래 이 지역은 고립된 해안가 마을로 남게 됐다.
현재 이곳에는 시끌벅적한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과 고요함을 찾아 온 약 2천 명의 주민들이 모여살고 있다. 작은 수퍼마켓 하나와 병원 하나가 전부인 번디나의 주민들은 국립공원을 가로지르는 구불구불한 도로를 달리거나, 1시간에 한 번 운행되는 페리(ferry)를 타고 북쪽 크로눌라로 건너간 뒤 다시 기차를 타고 도시로 출근한다.
바다를 끼고 북쪽으로 번디나와 머리를 마주한 크로눌라(Cronulla)로 향하는 페리. 시드니 도심으로 이동하는 주민들은 페리를 타고 크로눌라로 간 뒤, 도심으로 가는 기차를 이용한다.
부동산 중개 사무소 ‘Century 21 Beachside’의 웬디 휴이트(Wendy Hewitt) 중개인은 “번디나의 인구는 다양하다”고 말한다.
그는 “번디나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다시 이곳에 집을 구매하며, 오랜 세월 여러 세대가 지속적으로 거주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건강한 삶을 찾아서 출퇴근길의 불편함을 무릅쓰고 이곳으로 이주해 오는 전문직 종사자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휴이트씨에 따르면, 이곳에 별장을 구매하는 부유층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시드니 동부나 이너웨스트(inner west) 지역에 사는 이들은 금요일 저녁부터 번디나의 별장으로 들어와 주말을 보낸다. 자동차로 한 시간 남짓 달리면 아름다운 바닷가와 국립공원의 산림이 펼쳐지는 고요한 이 마을은, 북적거리는 도심에서 벗어나 평온을 찾고 싶은 이들에게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최적의 주말 휴양지로 손꼽히고 있다.
비즈니스 분석가 조 히디(Joe Headey)씨와 광고제작 감독인 그의 파트너는 최근 번디나로 이주해 왔다. 시드니 CBD에서 살았던 이들은 “집을 사려는 계획은 없었는데 이곳이 너무 마음에 들어 충동적으로 구매했다”고 말했다.
번디나는 북쪽방면의 포트 해킹(Port Hacking) 바다를 제외한 나머지 세 면이 왕립국립공원(Royal National Park)으로 둘러싸여 있어 광역 시드니(Greater Sydney) 내 다른 지역(suburb)들과 직접적으로 인접해 있지 않은 유일한 마을이다.
히디씨는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근시의 소요시간은 1시간으로, 직장과 멀지 않으면서도 스몰타운(small-town)의 느낌을 즐길 수 있고, 마당이 있는 하우스를 구매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덧붙였다.
주택 가격도 중요한 이유였다. 휴이트 에이전트는 “해변이 보이는 대가족 하우스의 가격이 100만 달러도 채 되지 않았다”며 “크로눌라에서 이런 조건의 집은 이 가격의 두 배는 줘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계에서 근무하다 은퇴한 린다 멀더(Lynda Mulder)씨는 엔지니어였던 남편과 함께 지난 30년간 이곳에서 거주해온 번디나의 오랜 거주민이다.
이 부부는 은퇴 무렵 달링허스트(Darlinghurst)와 로어노스쇼어(lower north shore)에도 각각 주택을 갖고 있었으나, 두 집을 매각하고 이곳 번디나에 모든 부동산 투자를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멀더씨는 “도시에서 비교적 가까움에도 아주 먼 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마치 퀸즐랜드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그녀는 “친밀한 유대감”이 번디나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작은 초등학교가 있는데 규모가 작다보니 교사가 아이들과 그 부모까지 다 알아 학교가 학생 개개인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기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것을 참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시드니 남부 외곽에 자리한 왕립국립공원(The Royal National Park).
조용한 것도 이 마을의 장점이다. “달링허스트는 매일 밤 사이렌소리와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소리, 사람들의 고함소리 때문에 귀마개가 없이는 밤에 잠도 못 잔다”며 조용한 번디나와 비교하기도 했다.
멀더씨는 이어 “번디나는 점차 여행지로도 각광받고 있다”면서 “특히 오스트레일리아 데이(Australia Day)나 크리스마스 기간에는 주차공간을 찾기도 어렵고 공중화장실도 만원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휴이트씨에 따르면 카운슬의 지역구획 계획에 따라 3층 이상 높이의 집은 건축할 수가 없게 되어 있어 다른 지역들처럼 개발이 급속도로 이루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가 번디나 마을에 대해 “시드니의 천국”이라고 묘사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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