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네 명의 한인 젊은이들이 멜번(Melbourne)에서 공동사업으로 시작한 ‘치맥’ 전문점(Gami Chicken & Beer)이 현재는 호주 전역에 14개 매장, 연매출 1천600만 달러를 올리는 요식 기업으로 성장, 화제가 됐다. 사진은 공동창업자 중 한명인 이준씨.
멜번서 공부하던 4명의 친구들, ‘Gami Chicken & Beer’로 ‘문화’ 공유
프라이드 치킨과 맥주의 조합을 일컫는 ‘치맥’은 다소 뒤늦게 ‘한류’에 합류한 대중 브랜드이다. 호주에서도 김치, 불고기와 함께 ‘치맥’(치킨과 맥주)이 한국의 대표 음식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으며, ‘KFC’가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대신 ‘코리안 프라이드 치킨’을 의미하는 용어로 인기를 넓혀가고 있다.
금주 수요일(10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멜번(Melbourne)에서 치킨전문점을 시작, 현재 거액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네 명의 한인동포들을 소개, 눈길을 끌었다.
‘비즈니스’ 섹션에 소개된 이들은 지난 1996년 멜번 모나시대학교(Monash University)에서 유학 중이던 이준(Jun Lee), 로이 윤(Roi Yoon), 맥스 지(Max Ji), 아이든 정(Ayden Jung)씨로, 이들은 매주 금요일 함께 ‘한식 먹는 날’로 정하고 미래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이준씨는 “영어를 거의 못했고, 호주 생활에 적응하느라 힘들었다”며 당시 상황을 추억했다. 비즈니스와 IT를 공부하던 이들은 10년 뒤 언젠가 함께 공동사업을 하자고 약속하곤 했다. 그런 와중에 “우리 중 두 명이 셰프(조리사)여서 요식업을 생각했었다”고 이씨는 말했다.
이후 이들은 오직 매콤하고 바삭한 프라이드 치킨에만 집중한 치킨전문 식당 ‘Gami Chicken & Beer’(가미 치맥)를 함께 시작했다.
▲ 나눔의 문화= 이씨는 “한국은 함께 나눠먹으며 즐기는 문화가 강하다. 이런 한국 문화를 전통 음식과 함께 알려보자”는 의도로 한식을 선택했다. “고급 레스토랑의 경우 나눠먹는 문화가 덜하고, 한국 고깃집(Korean barbecue)은 너무 흔해서 호주의 펍(pub)처럼 흔한 한국의 치킨전문점으로 결정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2006년, 이들 네 명의 젊은이는 한 사람당 3만 달러씩 낸 돈을 모아 모나시 대학 인근의 카네기(Carnegie) 지역에 첫 식당을 오픈했다. 3년 뒤 그들은 컨셉(concept)을 조정하고 ‘Gami Chicken & Beer’라는 이름으로 멜번의 CBD에 새 가게를 열었다.
이들이 가게 이름을 만든 과정은 간단하다. 이씨는 “치킨과 맥주를 제공하므로 직접적으로 ‘Chicken & Beer’라고 했고, ‘Gami’(가미)는 한국어로 ‘음식에 양념이나 식료품을 더 넣어 맛이 나게 하다’는 의미로 한국의 아름다운 맛을 나타낸다”며 말 그대로 “맛있는 치킨과 맥주” 라고 설명했다.
▲ 소규모 매장으로 첫 오픈= 이들의 시작은 그리 쉽지 않았다. “한국의 프라이드 치킨이 호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아 처음에는 소규모의 매장을 열 수밖에 없었다”고 이씨는 말했다.
“당시 호주인들에게 한국의 프라이드 치킨은 매우 생소한 음식이어서 처음에는 별로 관심을 얻지 못했지만, 몇 달 후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인근 다른 식당의 종업원들이 우리 가게에서 일하러 옮겨오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현재 ‘Gami Chicken & Beer’의 한 해 매출액은 1천600만 달러다. 지금까지 호주 전역에 14개 매장을 오픈했으며, 120명의 종업원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일부 가게는 프랜차이즈로 운영되고 있으며, 일부는 이씨 등 4명의 친구가 직접 소유하고 있다.
▲ “사람이 차이를 만든다”= “좋은 사람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또 “좋은 직원을 찾았다손 치더라도 우리 가게는 규모가 작아 더 큰 유명 브랜드를 찾아서 옮겨가는 경우가 많다”고 이씨는 말한다.
이씨는 “음식을 잘 만드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나 결국 차이를 만드는 것은 사람”이라며 회사 이념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른 식당과 ‘Gami Chicken & Beer’의 차이점은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라며 “이는 음식을 바르게 조리하고 고객을 바르게 대하고, 거래하고 있는 협력업체들을 바르게 대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음식에 문제가 생기면 손님들이 바로 느끼기 때문에 식품산업은 매우 정직한 사업”이라며 ‘음식과 직원들을 바르게 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Gami Chicken & Beer’의 프라이드 치킨. 소스를 별도로 내어 고객들이 각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 올해 시드니로 확장 예정= ‘Gami Chicken & Beer’는 올해 시드니 지역으로 사세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향후 3년 이내, 2020년까지 호주 전역에 45개 매장을 오픈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호주에도 ‘치맥’을 위주로 한 사업이 점차 증가하면서 이들의 경쟁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멜번의 ‘다린’(Da Rin)과 시드니의 ‘참새방앗간’(Sparrow's Mill)은 가장 막강한 경쟁 치킨 전문점들이다.
이씨는 “경쟁자가 있다는 것은 제가 현실에만 안주하지 않고 발전하도록 도와주기에 좋은 약”이라고 말했다.
서비스업 자문화사인 ‘Profitable Hospitality’의 켄 버긴(Ken Burgin)씨는 이들의 사업을 긍정적으로 분석했다. 그는 “치킨 자체가 모든 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이어서 ‘Gami Chicken & Beer’는 ‘안전한 모험’(safe adventure)이었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바삭한 튀김옷에 매콤한 소스로 한층 입맛을 살린 이들의 프라이드 치킨은 누구든 거부할 수 없는 조합이며, 원할 경우 소스를 빼면 되니 매운 것을 먹지 못하는 고객층도 확보할 수 있다”고 이들의 성공을 전망했다.
버긴씨는 “프랜차이즈를 어떻게 운영하는가가 앞으로 이들 사업을 변화시킬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