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무덤 2차 조국순례기
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보건소장 남편이 나에게 미술관 관장 선호남 화백을 소개했다. 해발 80미터 낮은 언덕으로 이루어진 연흥도에는 수십 채 파란기와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미술관으로 향하는 골목길 집집마다 담장에 벽화와 설치예술품이 장식되어 있다. 해변에도 각종 조각품들이 세워져 있었다.
해변 한 구석 폐가도 프랑스 설치예술가 실뱅 페리에가 며칠 동안 작업한 페인팅으로 예술품으로 변모했다. 폐가(廢家)를 새로운 이미지로 변신시킨 ‘탈출’, 물때 따라 수면 위로 드러나는 ‘은빛 물고기’가 그의 작품이다. 이밖에도 파란 바다와 때 묻지 않은 모래해변 등을 배경삼아 놓인 작품들은 경관과 어우러져 예술의 섬임을 실감케 했다. 온종일 여유 있게 감상하고 싶은 인상적인 섬이다. 그러기에는 일정이 너무 촉박했다.
나는 56세 선호남 화백과 미술관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놓고 대화했다. 연흥도 출신 김정만 화백이 시작한 연흥 미술관은 현재 선 화백이 운영하고 있다. 폐교된 초등학교 연흥 분교를 개조해 2006년 개관한 미술관은 작품과 섬의 평화스러운 풍광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한국 유일의 섬 미술관이다. 매년 5~6회 씩 초대전을 개최한다.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고향 고흥에 내려와 식당을 하면서 작품활동 하다 식당이 도로에 편입되는 바람에 폐업하고 동갑 아내와 연흥도에 들어와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2015년 전라남도가 연흥도를 가보고 싶은 섬 6곳 중 한 곳으로 선정한 후 관광객들이 부쩍 늘었다. 연흥도를 예술의 섬으로 만든 재원은 도에서도 상당부분 지원했다. 관광객들은 섬을 한 바퀴 돌고 미술관에서 차를 마시며 작품을 감상한다. 하긴 섬 구석구석이 벽화와 조형미술품으로 채워져 산책 자체가 작품관람이다.
선 화백은 꿈이 많다. 많은 예술인이 이곳에 살면서 마음껏 작품활동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다. 조각가 화가 등 각 분야 예술인들이 창작을 통해 보람을 얻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연흥도가 예술의 섬으로 탈바꿈하면서 주민소득도 늘었다. 거금도를 오가는 연락선 수입과 관광수입은 주민들이 공유한다. 선호남 씨는 연흥도에 다리가 놓이는 것을 반대한다. 연락선 타고 들어 와 다음 배 시간동안이라도 마을을 천천히 구경하기를 바란다. 몇 몇 예술가의 열정이 무명의 작은 섬 연흥도를 유명한 예술의 섬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나는 그의 꿈이 실현되기를 바라며 선착장에서 선 화백과 포옹으로 작별했다. 거금도로 향하는 연락선 건너편 김일 체육관이 손에 잡힐 듯 보였다. 박치기왕의 거금도와 예술의 섬 연흥도가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거금도에 도착한 나는 섬을 방문한 목사 부부의 차를 얻어 타고 녹동 터미널에 편하게 도착했다. 터미널에서 강진을 거쳐 저녁 8시 무렵 진도에 도착했다. 내일은 “청산도 절로 절로” 청산도 행이다.
<계속>
*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빈무덤의 배낭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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