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날씨 변화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요란해지고 있다. 

이는 비단 뉴질랜드만이 아닌 전 지구적 현상이기도 한데, 

이 바람에 예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기후가 

우리 삶은 물론 지구 생태계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1월 초에 ‘국립수대기연구원(NIWA, National Institute of Water & Atmospheric Research)’이 작년에 국내 각지에서 수집된 각종 기후 통계자료들을 분석한 ‘연례 기후 보고서 (Annual Climate Summary)’를 공개했다. 종잡을 수 없도록 변화무쌍했던 작년 한 해의 날씨 변화를 이 자료를 가지고 분야별로 더듬어 본다. 

 

<기상관측 이래 5번째로 더웠던 해> 

 

작년 한 해 ‘전국 연평균기온(average air temperature nationwide)’은 13.15℃였는데 이는 지난 1981년에서 2010년 사이 평균보다 0.54℃나 높았다. 

 

이 같은 평균기온은 뉴질랜드에서 본격적으로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9년 이래 5번째로 높은 것으로, 이보다 높았던 해는 지난 1998년과 1999년, 그리고 2013년과 2016년뿐이었다. 

 

전국에서 연평균기온이 가장 높았던 곳은 오클랜드 북쪽인 리(Leigh) 지역으로 17℃였으며 팡가레이(Whangarei)가 16.6°C, 그리고 카이타이아(Kaitaia)가 16.5°C로 각각 그 뒤를 이었다. 

 

월별로는 특히 작년 12월에 전국 월평균기온이 18.1℃에 달해 평년보다 2.4℃나 높아지면서 사람들에게 연일 무더운 날씨를 선물했다. 

 

이런 가운데 남섬 오타고 내륙의 크롬웰(Cromwell)에서는 12월 평균기온이 예년보다 3℃나 높아지면서 23일 연속 25℃ 이상의 뜨거운 날씨가 이어지기도 했다. 

 

한편 작년에 기록된 최고기온은 캔터베리의 애시버턴 (Ashburton)과 호크스 베이의 와이로아(Wairoa)에서 2월 6일 같은 날 동시 기록된 35.5℃였으며, 당일 해스팅스 내륙의 마라에카카호(Maraekakaho)에서도 34.9°C가 기록됐다. 

 

지난 10월 20일에도 호주 쪽에서 뜨거운 기단이 몰려오면서 마운트 쿡(Mt. Cook)국립공원에서 25.2℃의 한낮 최고기온이 기록됐는데, 이는 이 지역의 기상관측 사상 88년 만에 10월 최고기온이었다. 

 

반면 가장 낮은 기온은 7월 29일 남섬 테카포(Tekapo)에서 기록된 -14.6℃였으며 같은 날 마운트 쿡 국립공원 비행장에서 기록된 -13.7°C가 그 뒤를 이었다. 

 

또한 ‘연간 일조량(annual sunshine)’부문에서는, 평소 일조량 많기로 유명한 남섬 북부 넬슨(Nelson)이 금년에도 2633시간으로 1위였으며, 이웃한 말버러(Marlborough)가 2605시간, 그리고 북섬 호크스 베이가 2504시간으로 그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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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시기별로 편차 컸던 강수량> 

 

한편 강수량은 지역별로 많은 편차를 보였던 데다가 또한 월별 편차까지도 커 가뭄과 홍수를 번갈아 선물하는 고약한 날씨가 일년 내내 이어지면서 농부들은 물론 일반 주민들의 삶도 피곤하게 만들었다. 

 

통상 강수량은 남섬 서해안이 가장 많은데, 작년에도 호키티카(Hokitika) 동쪽 해발 975m의 크랍(Cropp)강에서 기록된 8662mm가 최고였으며 인근의 975m 높이의 투케(Tuke) 강의 8097mm가 그 다음이었고, 북섬의 노스 에그먼트 (North Egmont)의 7082mm가 3위에 올랐다. 

 

이들 지역은 거주자가 거의 없는 고지대인데, 반면 낮은 지대 중에서는 연강수량 6000mm의 밀포드 사운드가 1위였으며 그 인근의 시크리터리(Secretary)섬의 4385mm였다. 그리고 프란츠 조셉(Franz Josef) 빙하마을의 3587mm가 3위였는데, 그러나 이곳 강수량은 예년의 80%에 불과했으며 1926년 이후 이 지역의 기상관측 사상 3번째로 적은 양이었다.  

 

하루 동안의 집중호우 기록은 피오르드랜드 캐슬(Castle) 산에서 9월 24일 기록된 316mm였으며 1월 31일 밀포드 사운드가 309mm, 그리고 노스 에그몬트가 8월 8일에 260mm를 각각 기록한 바 있다. 

 

이에 반해 오타고 중부 클라이드(Clyde) 지역은 연간 278mm로 가장 적었으며, 인접한 크롬웰과 알렉산드라(Alexandra) 역시 연강수량이 각각 280mm와 297mm로 300mm도 채 안돼 주민들이 연말까지도 극심한 가뭄을 겪었다. 

 

크라이스트처치는 작년 10월 말부터 12월 중순에 걸쳐 하루 1mm 이상 비가 내린 적이 없는 이른바 ‘무강수일수’ 기록이 47일에 달하면서 1954년 이후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는 오클랜드와 와이카토, 베이 오브 플렌티, 캔터베리 해안, 그리고 오타고 북부는 예년 대비 120~149% 강수량을 보인 반면 사우스랜드와 오타고 내륙은 50~79%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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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갈아 밀어닥친 폭우와 가뭄> 

 

나머지 지역들은 예년의 80~119% 정도였는데, 그러나 작년 강수량은 지역별보다는 월별 편차가 훨씬 커지면서 시기적으로 골고루 내리지 않아 심각한 물 부족 문제를 발생시켰다. 

 

특히 작년 1월에 남섬에는 타스만해로부터 폭풍우가 밀어 닥쳐 춥고 습한 날씨로 한 해가 시작됐던 가운데 3월과 4월에는 북섬에도 태풍(Ex-Tropical Cyclone) 데비(Debbie)와 쿡 (Cook)이 연거푸 접근해왔다. 

 

이 바람에 홍수로 큰 피해가 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기록적인 강수량을 보이기도 했는데 덕분에 금년 초부터 한창 가물었던 노스랜드는 물 문제가 손쉽게 해결되기도 했다. 

 

그러나 후반기로 갈수록 전국의 많은 지역, 그중에서도 남섬 대부분과 북섬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가뭄이 심해졌다. 

 

이처럼 들쭉날쭉했던 연간 강수량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줬던 대표적인 지역은 남섬 중부 동해안에 자리잡은 소도시인 오아마루(Oamaru)였다. 

 

이곳에서는 작년 7월 21일 하루 만에 161mm 비가 내려 1950년 기상관측 이래 최대 일일강수량을 기록했으며, 이로 인해 7월 월간강수량 역시 224mm로 관측 사상 2번째였다. 

 

그렇지만 후반기 들어서는 12월이 될 때까지 4개월 동안에 강수량이 달랑 6mm에 그치는 기록적 가뭄이 나타나 농민들은 물론 일반 주민들도 큰 고역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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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르드랜드에서도 잡힌 스내퍼> 

 

한편 작년에 뉴질랜드 주변 바다의 ‘평균 해수면 기압 (mean sea level pressures)’은 남부와 동부 바다에서 예년보다 약간 높았는데 이로 인해 보통 때보다는 연중 북풍이 약간 더 많아지는 현상이 벌어졌다. 

 

특히 1월부터 9월 사이 여러 달에 걸쳐 남부와 동부 바다에서 기압이 이례적으로 높았다. 

 

이 같은 환경에서 연초에는 평균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시작됐던 ‘해수면 온도(sea surface temperatures, SSTs)’가 작년 중반부터 평균 이상으로 높아지기 시작해 연말까지 지속됐다. 

 

특히 11월과 12월에는 타스만해를 거쳐 ‘바다 열파(marine heatwave)’가 닥쳐오는 게 관측됐으며, 이로 인해 국내 연안의 해수면 온도가 해역별로 예년보다 2°C에서 4°C까지 높아졌다. 

 

이 같은 해수 온도 상승으로 인해 작년 내내 적도 부근 태평양에서 시작됐던 라니냐(La Nina) 현상이 빠르게 중립적 상황으로 바뀌는 모습도 감지됐다. 

 

한편 일부 수역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6℃나 높아졌는데,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자 북섬에서 주로 낚이는 스내퍼(snapper)가 12월에는 남섬 서해안 피오르드랜드의 다우 트풀(Doubtful) 사운드에서도 잡히기도 했다. 

 

스내퍼는 이미 번식기가 예전보다 3개월 빨라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해양전문가들은 어류뿐만 아니라 해초를 비롯한 바다 생태계가 크게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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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량, 일조량 모두 1위였던 타우랑가> 

 

오클랜드를 비롯한 국내의 6개 대도시들은 모두 평년보다 높은 연중 평균기온과 연간 강수량을 나타냈다. 

 

연중 평균기온은 16.1℃(평년 대비 +0.7℃)의 오클랜드가 가장 높았으며 타우랑가 15.7℃(+0.8℃), 해밀턴 14.5℃(+0.7℃), 그리고 웰링턴이 13.4℃(+0.5℃)를 보인 가운데 크라이스트처치가 12.0℃(+0.4℃), 그리고 최남단의 더니든이 11.6℃(+0.5℃)를 각각 기록했다. 

 

이처럼 대도시별 기온에서는 위도에 따른 일반적인 경향이 나타났지만 강수량에서는 지역별로 예년과 대비해 편차가 컸다. 

 

타우랑가는 평년 대비 142%나 되는 1687mm가 내려 대도시 중 평년 대비 강수량이 가장 많았으며, 크라이스트처치는 후반에 47일 연속 무강수일수까지 기록했지만 연강수량 은 804mm로 784mm였던 더니든과 똑같이 오히려 평년에 비해 135%나 많은 비를 기록했다. 

 

한편 해밀턴이 1528mm로 127%를 보였으며 오클랜드는 1308mm(116%), 그리고 웰링턴이 평년의 111%인 1349mm 강수량을 각각 기록해 평년 대비 강수량의 수치만으로는 모든 대도시에 별다른 물 부족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또한 일조량 부문에서는 전통적으로 맑은 날이 많은 타우랑가가 2281시간으로 1위에 오른 가운데 오클랜드가 2110시간으로 그 뒤를 이었으며 해밀턴이 2035시간을 기록했다. 

 

또한 크라이스트처치가 2000시간, 그리고 더니든이 1999시간을 기록했지만, 반면 북섬 웰링턴이 1939시간으로 6개 대도시 중에서 일조량이 가장 적은 한 해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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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심해지는 변덕스런 날씨> 

 

이처럼 작년 연간 기상자료 통계 수치들만을 단순히 나열해보면 예년보다 좀 더웠고 비도 좀 더 많이 왔을 뿐 별다른 큰 이상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기상이나 환경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교민들을 포함한 일반 뉴질랜드 국민들이 이미 몸으로 확실하게 느끼듯, 이러한 날씨가 전과는 달리 계절에 맞게 고르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데 그 문제가 있다. 

 

더욱이 이 같은 경향이 갈수록 심해지고 일교차나 연교차, 월별 강수량 변화 등 그 변화의 폭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 통계에서 확인돼 우리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작년에도 1,2월 초반에 북섬 북부와 동부에서는 그 전년부터 이어진 가뭄으로 크게 메말랐던 토양이 2월에서 4월에 걸쳐 몇 차례 접근해온 태풍에 의한 집중호우로 비교적 쉽게 해갈됐다.

 

남섬 역시 겨울과 봄을 거치면서 그런대로 내려준 비 덕분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처럼 보였지만 약한 라니냐 현상 속에 10월부터 이어진 가뭄으로 인해 ‘가뭄지수(NZ Drought Index)’상으로 12월 말에는 전국 16개 지방 중 11개 지방에서 가뭄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6대 대도시들 역시 이미 작년 9월에 모두 평년의 연간 강수량에 도달했지만 이후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타우랑가와 웰링턴에서는 작년 12월에 수돗물 사용 제한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이 같은 경향은 금년에 들어와서도 계속 이어져 한창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이미 1월 초에 북섬 북부와 특히 동해안 코로만델을 중심으로 집중호우로 인해 한바탕 큰 물난리를 겪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덕스런 날씨와 그로 인한 피해, 나아가 환경과 생태학적인 변화는 앞으로도 더욱 심해져 우리의 일상 생활을 전보다 더 크게 날씨가 좌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남섬 지국장 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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