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보다 평화에 무게
대화에 중·러 포함시켜야
밴쿠버회의에서 미국 주도로 북한 제재를 최대화하기 위한 결의를 이끌었고, 이에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반발하는 양상을 보이며 갈등이 심화되고 있지만, 이번 회의 기간 중 민간 사회단체들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성숙된 의견을 교환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16일 '한반도 안보와 안정을 위한 외교장관 회의(밴쿠버회의)'에 앞서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부 장관이 주재하는 캐나다 시민사회단체와의 토론 시간이 지난 15일 오후 4시 30분에 개최됐다.
UBC 한국학연구소 소장 박경애 교수가 사회(중재자)를 맡아 진행된 이번 토론에는 프리랜드 장관을 비롯한 캐나다 외교부 장차관과 의회서기 등 외교관련 정치가들과 수잔 리치 퍼스트스텝스 회장 등 북한구호기관이나 탈북자, 난민구호단체나, 인권단체 등의 대표 11명이 참가했다.
이번 토론에서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단체의 속성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이번 토론에서 박 교수와 수잔 리치 회장 등은 자주 북한을 방문해 북한의 실정을 무엇보다도 잘 아는 인사에 속한다. 우선 현재 북한이나, 북핵에 대해 제한된 지식이나 피상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참석자들에게 북핵 관련해 깊이 있는 내용을 이해시키는 시간을 가졌다.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북한이 지향하고 있는 ‘핵·경제 병진노선(Byungjin)’이 경제 활성화를 확실히 하기 위한 핵억제력을 강조하며 동시에 김정은의 정치적 정통성을 강화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런 정책 하에서, 북한은 지난 20년간 가장 빠른 속도의 경제성장을 보였으며 삶의 질도 향상됐다는 사실이다. 북한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북한주민의 접근도 확대돼 왔다. 결국 그동안 북한 제재는 강화됐지만 효과는 그리 크지 못했다는 역설인 셈이다.
이후 각 참가자들은 북핵문제와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군사압력이나 국제재제보다 효율적인 방안을 민간전문가(Track II) 외교를 적극 활용하자는 의견을 내 놓았다.
그리고 이번 회의에 초대를 받지 못한 중국과 러시아가 북핵 문제의 주요 역할을 담당하는 국가로 공식적이던 비공식적이던 국제 회의에 참여시켜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현재 현재의 적대적 분위기가 촉발된 데는 트럼프 행정부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참석자들은 긴장완화를 위해 국제적인 소통을 늘리는 것과 동시에 남북한의 대화의 필요성에 대해 재차 강조했다. 이와 동시에 평화와 행복 추구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다자간 상호 존중하는 관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남북대화를 고무하고 올림픽휴전(평창 동계 올림픽 기간 중 군사훈련 중단 등) 기간을 연장하고 한반도의 평화협정을 이끌어내는 방안도 제시됐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지배 야욕이나 한반도 적화통일의 신념체계는 평화협상을 불가능케 한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캐나다는 반드시 핵무기를 금지하는 조약에 서명하면서 동시에 제재보다 민간인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참가자들은 핵무기가 북한 지도자의 목숨을 보장하기 때문에 북한에서 정권이 바뀌어야 비핵화가 실행될 수 있다며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 한국이 정권 교체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밴쿠버 중앙일보 표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