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와 멜번(Melbourne) 등 대도시의 높은 주택 가격을 감당하지 못한 첫 주택 구입자,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이주가 늘어나면서 지방 도시 부동산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시드니 남부의 작은 도시 고울번(사진) 또한 지난 3년 사이 주택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사진 : aap
시드니 및 멜번 주변 지방 도시들, 인구 유입으로 부동산 시장도 강세 이어가
시드니와 멜번(Melbourne) 등 대도시의 높은 주택 가격을 감당하지 못한 첫 주택 구입자,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이주 등으로 지방 도시 부동산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국민당 대표이자 자유-국민 연립 정부 부총리였던 바나비 조이스(Barnaby Joyce) 의원은 대도시 주택 가격 급등에 대한 사회적 불만이 고조되자 ‘시드니나 멜번에서 내집 마련을 할 수 없다면 서부 내륙 지방으로 이주하라’는 무책임한 발언을 내놓아 질타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그의 이 같은 발언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호주 부동산연구원(Real Estate Institute of Australia)의 말콤 거닝(Malcolm Gunning) 대표는 조이스 의원의 문제성 발언에 대해 현실적으로는 인정하는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는 의견이다.
그는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 지역 평균 주택 가격은 35만5천 달러인 반면 주요 대도시 평균은 65만 달러로 30만 달러의 차이가 있다”며 “시드니의 중간 주택 가격은 90만 달러, 멜번은 72만 달러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가격만을 감안할 때 아주 쉬운 결정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거닝 대표에 따르면 지난해 서부 호주(Western Australia) 지방 지역의 부동산 시장은 하락세를 보였으며 남부 호주(South Australia)는 이전과 비교해 큰 변동이 없었다. 반면 이들 두 지역을 제외하면 시드니와 멜번의 급등한 주택 가격이 예비 구매자들로 하여금 지방으로 눈을 돌리게 하고 있다.
경제 컨설팅 사인 ‘코어로직’(CoreLogic) 집계는 2017년 12월까지 이전 12개월 동안 NSW 주 지방(regional New South Wales) 부동산 시장이 7% 상승의 강세를 보였으며 타스마니아 5.5%, 빅토리아 4%, 퀸즐랜드 지방 지역이 1.3% 상승했음을 보여준다.
지난 주 금요일, ABC 방송은 지방 도시의 인구 증가와 함께 그 요인을 분석, 눈길을 끌었다.
“시드니에서는 내집 마련이 불가능했다”= 시드니를 벗어나 남부 고울번(Goulburn)으로 이주한 레베카 누난(Rebecca Noonan)씨는 주택 가격이 200만 달러가 넘는 시드니 도심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살면서 ‘내집 마련’의 대상이 될 만한 주택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울번으로 이주한 후 그녀는 시드니에서 매주 지불하던 임대료만으로도 ‘내집’의 융자금을 갚아나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년 지난해 하반기, 고울번에 42만 달러의 주택을 구입하고 그곳으로 이주했다.
그녀는 “캔버라(Canberra)와 가까이에 있는 도시여서 고울번의 주택 가격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면서 “이곳 주택 시장은 지난 3년 사이 빠르게 성장했으며, 오래 전부터 이곳에 거주하던 주민들은 내가 구입한 주택 가격이 42만 달러라는 것에 대해 ‘아주 높은 금액’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방에서의 일자리 찾기, 만만찮아= 누난씨가 고울번으로의 이주를 결정한 배경에는 이곳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주택 가격이 저렴하다고 하지만 대도시와 달리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편이다.
호주 지역정책연구원(Regional Australia Institute)의 킴 호튼(Kim Houghton) 연구원은 지방 소도시로 이주하는 이들을 보면 저렴한 주택을 찾아 지방으로 가는 이들도 있지만 보다 큰 요인은 바로 취업에 따른 것“이라고 말한다.
호튼 연구원은 인구 통계를 언급하면서 “대도시에 있는 직장으로의 출퇴근이 가능할 만큼 가까운 거리의 지방 소도시 인구 증가가 강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호주 부동산연구원인 거닝 대표 또한 지방 도시의 일자리가 제한되어 있다는 부분에 동의하면서 “업무 방식의 변화, 통신을 이용한 재택근무 등으로 지방 도시의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튼 연구원은 호주의 보편화되지 않은 광대역 통신망(National Broadband Network) 서비스는 지방 도시로의 이주를 고려하는 이들의 결정에 가장 큰 장애가 된다고 지적했다.
빅토리아 주 ‘벤디고’ 인구, 지속 증가= 빅토리아(Victoria) 주에서는 1800년대 금광 개발로 도시가 형성된 벤디고(Bendogo) 지역 인구 증가가 가장 두드러진다.
벤디고 카운슬(City of Bendigo) 도시개발부의 트레보 벗지(Trevor Budge) 매니저는 “최근 수년 동안 벤디고에는 매년 1천700여명의 인구 유입이 이어졌으며 2015-16년 인구 통계는 2천 명 이상의 가장 많은 신규 유입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벗지 매니저는 벤디고로의 이 같은 인구 이주에 대해 “대도시에 비해 저렴한 주택 가격이 이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이라며 “보다 큰 주택, 넓은 부지, 대도시 주택에서는 너무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수영장 등과 같은 부대시설을 즐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여기에다 벤디고 지역의 강한 고용성장, 완벽한 보건 및 교육 시설, 적은 교통혼잡, 멜번을 연결하는 하이웨이 업그레이드 등도 인구 유입을 부추긴 요인”이라고 말했다.
■ 부동산 성장 상위 10개 지방 지역
(2017년 1월-12월 사이)
-Newcastle and Lake Macquarie, rest of NSW : 11.7%
-Southern highlands and Shoalhaven, rest of NSW : 10.3%
-Geelong, rest of VIC : 9.7%
-Coffs Harbour - Grafton, rest of NSW : 9.2%
-Capital Region, rest of NSW : 9.2%
-Launceston and North East, rest of TAS : 7.8%
-Illawarra, rest of NSW : 7.6%
-South East, rest of TAS : 7%
-Hunter Valley(Excluding Newcastle), rest of NSW : 6.7%
-Sunshine Coast, rest of QLD : 6%
Source: CoreLogic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