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율이 높은 특정 지역사회가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개개인의 비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만이 ‘사회적 전염’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 : aap
비만율 높은 지역 거주민, 비만 또는 과체중 가능성 크게 높아
호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비만이 심각한 문제로 부상한 지 오래다. 최근 미 연구진이 비만인 사람과 가까이 거주하는 이들의 경우 과체중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아 주목을 받고 있다고 지난 주 목요일(25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사우스 캘리포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South California) 연구진은 동일 집단의 구성원들과 생각이나 행동을 같이 하는 모방과 순응을 통한 생각 및 패턴을 폭넓게 조사한 결과 비만의 ‘사회적 전염’ 증거를 확인했다.
연구진은 군 부대의 필요에 따라 특정 지역에 배치된 군인 가족 3천140명을 관찰했다. 이들은 본인 스스로 지역을 선택한 이들이 아니었다.
그 결과 비만율이 높은 지역에 배치한 군인을 따라 해당 지역에 거주하게 된 군인 가족들은 비만율이 낮은 지역의 군인 가족들에 비해 과체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만율이 높은 지역에 거주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과체중 결과는 더욱 높았다.
이번 연구팀 일원인 애슐리샤 다타르(Ashlesha Datar) 박사는 “연구팀도 다소 놀랐다”면서 “일반적으로 우리는 구축된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나 사람들이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위해 환경을 선택한다고 여기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건강이) 지역사회와 강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다타르 박사는 미국 기반의 글로벌 정책연구 싱크탱크인 ‘RAND Corporation’의 낸시 니코샤(Nancy Nicosia) 경제학자와 함께 이를 공동 연구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다타르 교수는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모든 이들이 자전거를 탄다”고 말한다. 그런 분위기가 많은 이들로 하여금 같은 행동을 보이게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적 전염’(Social Contagion)은 건강한 행동 또는 그렇지 않은 행동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사진 : aap
현재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성인 37.7%가 비만이다. 이는 성인 인구 27.5%가 비만이며 35.3%가 과체중인 호주와 비슷한 상황으로 미국 또한 전체 성인의 62.8%가 과체중 또는 비만 상태이다.
시드니대학교의 아동비만 연구원인 루이스 바우어(Louise Baur) 교수는 “호주에는 건강에 대해 더 우려하는 소집단(sub-group)이 있다”며 “호주에서 성인과 어린이 사이의 사회적 불균형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우어 교수는 이어 “신선한 건강식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고 지역마다 걷기운동 기반을 더 많이 조성하는 등 비만에 대비해 보다 균형 있는 환경적 영향 하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환경에 따라 건강에도 상당한 격차가 있다는 진단이다. 호주 성인의 경우 지방에 거주하는 이들(68.8%)은 도시 거주자(60.1)에 비해 비만 가능성이 높으며 시드니의 부유층 지역(suburb) 거주민은 덜 부유한 지역 거주자에 비해 비만율이 낮았다.
이는 아동 비만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먼 지방 지역 아동의 56%가 비만 또는 과체중인 반면 도시 지역 아동의 비만 비율은 25%로 절반이나 낮다.
이처럼 사회적 환경과의 관계는 이번 미국 연구진의 주요 내용으로, 비만 결과는 특정 지역사회에 정착한 가족들보다 본래의 가족 기반이 아닌 외부 지역의 가족 내부에서 보다 강하게 나타났다.
다타르 교수는 “가능성 있는 부정적 함축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행동과 그렇지 않은 행동 양방향으로 전염성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그녀는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모든 이들이 자전거를 탄다”며 “이 또한 사회적 전염”이라고 설명했다.
바우어 교수도 “당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당신의 행동을 정상화한다”면서 “환경적 요인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이다.
이번 남부 캘리포니아대학교 연구진 보고서는 의사들의 비만 치료에 중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연구 결과에 대해 언론들은 “과체중 부모를 치료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비만 가능성이 있는 그들의 자녀를 돕는 효과적인 길임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바우어 교수에 따르면 이는 이번 연구를 통해 제시된 것이 아니라 이전에도 이에 대한 의견이 있었다. 그녀는 “부모는 자녀에게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라며 “이번 연구는 만약 엄마가 체중을 줄이면 아이도 그렇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