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필수 서비스 직종인 경찰-소방관-교사-간호사 분야 종사자들의 거주 지역이 지난 10년 사이 크게 변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주택 가격과 임대료로 인해 도심 인근을 더나 먼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시드니 외곽의 한 신규 주거단지(ABC 뉴스화면 캡처).
‘Urban Housing Lab’ 보고서... 높은 주택 가격-임대료 부담으로
연구진, “경찰 등 필수 서비스 인력의 거주지-직장 거리는 가까워야”
지난 2016년 8월 실시된 인구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필수 사회 서비스 직종 및 특정 직종 종사자들의 시드니 지역 거주 현황을 분석한 결과 도심 인근 지역에 거주해야 하는 이들이 시드니 먼 외곽에 다수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본지 1277호- 2018년 1월26일 자 보도).
지난 수년간 이어진 주택 가격의 엄청난 상승으로 인해 도심 이내 지역(inner city) 및 도심과 가까운 지역(middle-ring)의 경찰-소방관-간호사-교사 등 필수 서비스 직종 종사자 상당수가 도심에서 더 먼 거리의 지역으로 말려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사가 나왔다. 이로 인해 각 분야 종사자가 고루 분포되어야 하는 지역 기반이 느슨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주 월요일(5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한 연구 자료를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10년(2006년에서 2016년) 사이 파라마타 지역(Parramatta region)은 필수 직종 종사자들이 가장 많이 떠난 곳으로, 감소폭은 21.4%에 달했다. 이어 시드니 동부(Eastern suburbs)가 -15.2%로 집계됐으며, 시드니 이너 사우스웨스트(inner south west. -14.6%), 라이드(Ryde. -14.2%), 이너웨스트(inner west. -11.3%) 순이었다.
같은 기간 광역시드니를 벗어난 NSW 주 남부, 서던 하일랜드(Southern Highlands)는 지역 내 필수직종 종사자 거주 비율이 17%나 증가했으며 헌터밸리(Hinter Valley. +13.6%), 일라와라(Illawarra. +10.5%) 또한 경찰-소방관-간호사-교사 거주 인구가 늘어났다.
이번 연구는 시드니대학교 도시개발 및 주택정책 연구소인 ‘Urban Housing Lab’이실시한 것으로, 보고서는 “시드니 지역의 경우 핵심 종사자의 거주지와 직장 사이의 공간적 불일치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필수 직종 종사자들이 대도시 지역(metropolitan region), 특히 도심과 가까운 지역에 거주하기는 하지만 대다수는 대도시 외곽의 먼 교외 지역(outer ring suburbs)에 몰려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보고서는 이들 직종 종사자들을 도심으로부터 먼 거리의 외곽으로 밀어내는 요인으로 ‘높은 주택 가격과 임대료’를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가시적인 주택정책 혁신 또는 정책이 없는 한 이들의 도심(또는 인근) 지역 거주 비율을 더 낮출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6년, 필수 직종 종사자들이 이너시드니(inner Sydney) 지역의 중간 가격 주택 구입을 위한 20%의 디포짓(deposit)을 마련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8.4년이었으나 2016년에는 13년으로 늘어났다. 그 사이 주택 가격이 크게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들 직종 종사자 가운데 이제 막 근무를 시작한 간호사(entry level enrolled nurse)가 얻는 임금에 맞는 적정 가격의 주택 임대료 지역은 시드니에서 자동차로 약 2시간30분 거리인 헌터밸리(Hunter Valley) 지역의 세스녹(Cessnock)이었다.
교직원 상호은행(Teachers Mutual Bank)의 스티브 제임스(Steve James) 대표는 “세스녹은 시드니의 어느 병원으로 가더라도 150킬로미터 거리, 왕복 300킬로미터가 된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전했다.
이런 가운데 보고서는 어렵지 않은 정책 변화로 필수 직종 종사자들이 직장과 가까운 곳에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시드니 대도시의 일부 지역에는 이들 필수 직종 종사자들이 얻은 임금으로는 주택 가격이나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주택 가격이 저렴한 지역의 개발을 확대해 이들을 위한 주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시드니 대학교(Sydney University)의 니콜 그란(Nicole Gurran) 정책 분석가는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통합적 주택 및 지역개발 정책(inclusionary planning)을 통해 개발자들이 부동산 가격을 낮추도록 만들면 주요 공공 서비스 직종 종사자들의 이동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Urban Housing Lab’의 이번 조사는 또한 필수 직종 종사자들의 경우 직장까지의 거리가 멀다 보니 개인 승용차 이용이 많으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비율은 5%에 불과했다. 이는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일반인 비율 12.7%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이다.
그란 교수는 “핵심 직종 종사자들로 하여금 주택 가격이 저렴한 지역에다 대중교통 이용도 불편한 곳에 거주하도록 강요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 사회 최우선 필수 서비스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이 주택 가격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높은 비용 때문에 먼 출퇴근 거리를 왕복해야 하는 현실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 결과 시드니 시티(City of Sydney), 울라라(Woollahra) 및 모스만 카운슬(Mosman Council) 지역은 교사-경찰-소방관-간호사 등 필수 직종 종사자 거주 비율이 가장 낮은 카운슬 지역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들의 거주 비율이 높은 곳은 시드니 먼 외곽의 블루마운틴(Blue Mountains), 캠든(Camden), 광역시드니를 벗어난 카이야마(Kiama)였다.
지난 달, 호주 통계청의 ‘센서스 2016’ 자료를 기반으로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시드니 외곽 지역 중 경찰 종사자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은 서부 펜리스(Penrith) 인근의 글렌모어 파크(Glenmore Park)였다. 이곳은 시드니 도심에서 55킬로미터 거리이다.
■ 필수 직종 종사자들의 지역별 이탈
(2006-2016년 사이)
-Parramatta : -21.4%
-Eastern suburbs : -15.2%
-Inner South West Sydney : -14.6%
-Ryde : -14.2%
-Inner West Sydney : -11.3%
-Illawarra : +10.5%
-Hunter Valley : +13.6%
-Southern Highlands : +17%
Source: The University of Sydney; Urban Housing Lab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