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살았는데 추방명령
어린 두아들과 생이별 위기
Newsroh=민지영기자 newsrohny@gmail.com
미국서 20년 살다가 추방명령을 받은 조선족 부부를 위해 이웃과 지역 정치인들이 선처를 호소하는 집회를 가져 눈길을 끌고 있다.
NBC와 하트포드 큐란트 등 미 매체들은 4일 중국 국적의 조선족 부부의 딱한 사연을 보도했다. 코네티컷주 파밍턴에 거주하는 황저롱(48 토니 황)·리샹진(43 크리스 리) 부부는 이민세관국에 의해 오는 16일까지 중국에 돌아가라는 명령을 받았다.
중국 길림성 출신인 이들 부부는 지난 1999년 미국에 밀입국해 뉴욕에서 이민생활을 시작했다. 이들은 2006년 코네티컷 심스베리커먼스 쇼핑몰에 ‘데코 네일’이라는 네일가게를 차렸고 인근에 집도 마련했다.
열다섯살과 다섯 살 된 두 아들과 단란한 삶을 엮어가던 이들은 그러나 5년전 영주권을 준비하다 체류신분이 드러나 당국으로부터 추방명령을 받았다. 오바마 정부시절엔 성실한 시민으로 살아가면 추방을 유예하고 임시체류의 기회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후 이들은 5년전 추방명령이 다시 적용돼 2월 16일까지 무조건 미국을 떠날 것을 명받았다. 남편 황씨에겐 전자추적 발찌까지 채웠다.
이날 시위는 이들에게 수년전 집을 소개한 인연으로 친해진 부동산브로커 로리 케인이 주선했다. 불과 며칠전에야 추방 당하게 됐다는 사연을 접한 케인은 “깜짝 놀라서 ‘왜 진작에 얘기 안했냐?’고 소리쳤더니 리씨가 ‘너무 당황스러웠고 (체류신분이) 부끄럽기도 했다’고 털어놓더라”고 말했다.
황씨 부부는 시위 현장에서 슬픔과 감사가 뒤섞인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친한 이웃은 물론, 얼굴을 모르는 주민들과 지역 정치인들까지 100여명이 추방을 반대하는 배너들을 들고 이들을 응원했기 때문이다.
주민의 95%가 백인이고 걱정없이 넉넉하게 사는 사람들이지만 딱한 처지에 몰린 아시안 이민자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은 것이다.
또 심스베리의 에릭 웰먼 타운의장은 “미국의 이민정책은 가족의 가치들과 완전히 단절(斷絶)되어 있다. 이 나라의 지도자라면 가족의 가치를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폴 도일 코네티컷주 상원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 당시 샌프란시스코의 불법체류자 살인범 사례를 부각시켜 반이민정책의 정당성을 주장했지만 이는 잘못된 해석"이라고 말했다.
존 햄튼 의원은 “크리스와 토니 부부는 우리의 친구들과 이웃, 비즈니스 리더들, 어린 자녀의 부모들 모두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 부부가 아직 어린 두 아들을 걱정하고 있다. 아이들은 중국어도 잘 모하고 태어난 후 중국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다. 아들들을 중국에 데려갈 수도, 미국에 두고 갈 수도 없는 상황이기때문이다.
이들은 “우리는 이 나라를 떠나고 싶지 않아요. 이곳이 우리의 집이에요. 여기가 우리나라에요. 이 나라를 떠나지 않게 제발 도와주세요”라고 눈물의 호소(呼訴)를 했다.
<NBC-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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