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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기 어려워 

일확천금을 노리고 투기 열풍에 뛰어든다. 

그러나 전문 투기꾼들의 농간에 휘말려…… 

  

나폴레옹의 군사들이 이집트 원정 중에 일어났던 일이다. 분명히 앞에 보이던 호수가 소멸되는가 하면 풀잎이 야자수로 보이는 현상에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사실은 대기의 밀도가 층층이 달라졌을 때 빛의 비정상적인 굴절로 일어나는 신기루(蜃氣樓, Mirage) 였다. 바다 위나 사막에서 자주 나타난다. 대기의 조건이 복잡하여 여러 가지 형의 신기루가 한꺼번에 나타나면 황홀하다고 한다. 지표면 부근의 저공층과 상공에 더운 공기층이 있고 그 사이에 차가운 공기층이 끼어있을 때이다. 

 

구름 위에 웅장한 항구 도시의 모습이 반영되고 다시 제2, 제3의 도시가 솟아 올라 찬란한 탑이나 궁전 같은 것이 보인다. 그래서 덧없는 희망, 공중누각의 의미를 내포하는 말로 신기루가 쓰여 지기도 한다. 

 

어떤 허상(虛像)에 현혹되어서도 안 되고 허상 때문에 두려움을 가질 필요도 없다.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고 합리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물론 인간 사회에서 꿈과 이상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예술 세계에서 지향하는 꿈이나 이상과 비즈니스 세계에서 지향하는 그것들과는 다르다. 현실에 바탕을 두고 검증을 통해서 실현 가능한 꿈을 설계하고 이상을 펼쳐나가는 것이 비즈니스일 것이다.

 

지금 한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투기?) 열풍이 대단하다. 투자와 투기는 글자 한획 차이이지만 그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그 건전성 여부에 따라 엄청난 부작용을 수반하는 게 일반적인 상황이다. 

 

천재와 천치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하듯 투기와 투자도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으며 우스갯소리로 투기는 실패한 투자를 의미하고 , 투자는 성공한 투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의 프레드슈드(Fred Schwed)의 정의가 쉽게 와 닿는다.

 

“투기란 본질적으로 자신의 부(富)를 터무니없이 부풀리려는 것이고, 투자란 원본을 보존하면서 수익을 올리려는 행위이다.”즉 투기는 실패로 끝나지만 적은 돈으로 큰돈을 벌려는 행위이고, 투자는 많은 돈을 투자해 적은 돈을 벌려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문호 발자크(Balzac, 1799-1850)는 인간의 속성에 따라 인간을 사유적 존재로 보는 ‘생각하는 인간’, 자기의 노동력과 시간을 제공하여 돈을 버는 ‘일하는 인간’ 그리고 하는 일없이 빈둥거리며 투기나 도박을 즐기는 ‘노는 인간’의 3가지 인간형을 제시했다. 

 

이러한 인간의 속성가운데 하나인 투기가 얼마나 쉽게 한 사회를 집단적으로 환상과 광기에 빠뜨릴 수 있는가를 지난 역사를 통해서 수없이 반복적으로 학습해왔지만 인류는 그러한 과오를 반복하고 있다.  

 

17세기 초 네덜란드에서 성행하였던 튤립(Tulip) 투기를 회상해보자. 터키로부터 전파된 관상용 화초인 튤립은 당시 왕족, 귀족 및 거상(巨商) 등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튤립은 꽃 색깔에 따라 황제튤립이니 총독튤립, 제독튤립 등으로 다양하게 분류되었는데 믿기 어려운 얘기이지만 황제튤립 한 뿌리의 값이 그 당시 노동자 5년치 연봉이나 암스테르담 시내에 있는 주택 한 채 값과 맞먹는 플로린(Florin) 금화 1200개에 거래되었다고 한다. 

 

그  때의 투기열풍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간다. 투기가 일어난 초기에는 귀족이나 거상 등 부유층만이 참여하였으나 나중에는 방직공, 구두 수선공, 빵가게 주인, 구멍가게 주인, 농부들까지 투기에 가담하여 온 나라가 투기열풍에 휩쓸려 다닐 정도였다. 그러자 전문 투기꾼들은 비싼 값에 팔고 시장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고 다음 큰 손들이 뒤를 따라 발을 빼자 나중에 남은 일반 서민들만 빈털터리가 되고 말았다. 

 

조선 말기 일본인들에 의해 개설되어 일제시대 1939년까지 계속되는 동안 불쌍한 한인들의 피고름을 짜내게 만든 미두(米豆) 시장은 어떤가? “인천 바다는 미두로 전답을 날린 자들의 한숨으로 파인 것이요, 인천 바닷물은 그들이 흘린 눈물이 고인 것이다”라는 말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쌀이나 콩 등을 선물거래로 사고파는 오늘날의 주식 거래 같은 형식을 취했지만 일본 상인들의 주 도로 선물 가격이 좌우되고 정보가 이용되어 한인들은 이용만 당한 꼴이 되었다.

 

미곡 시장이 활황 국면을 맞자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 광풍이 조선 땅에 불었고 많은 자본을 가진 투자자 뿐만 아니라 지식인과 학생, 상인, 지주와 머슴, 평범한 서민들까지 가세했다. 

 

그들은 일확천금을 꿈꿨지만 전문 투기꾼들을 당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현실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기 어려워 큰돈을 만져보겠다고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불나방같이 덤벼들었으나 처절한 낭패만 보고 만 것이다. 

 

운 좋게 큰돈을 벌었다고 하여도 그 돈으로 행복을 얻은 것이 아니다. 반복창이란 상인은 1년 만에 몇 백배의 이윤을 챙겨 미두신(米豆神)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2년 만에 파산하고 30세에 중풍을 얻어 미두시장을 미치광이같이 떠돌아다녔다고 한다.  

  

투기는 투기를 관리하는 자, 정보를 관리하고 정보를 조작하는 자들의 뱃속을 채워주기 위해 수많은 일반 사람들의 생활 밑천이 바닥나게 만드는 행위이다. 그래서 전문 투기꾼들이 재미를 보고 손을 뺄 때 나중에 뒤쫓아 따라가는 뜨내기 투기꾼들은 악마의 밥이 되고 마는 것이다. 

 

20-30대 한국의 젊은이들이 달리 희망이 없어서 가상화폐로 돈을 벌어보겠다고 달려드는 현실이 참으로 염려스럽다. ​

 

칼럼니스트 한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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