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청론] 김정은 정상회담 제의, 남북화해 절호의 기회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평창올림픽 개회식 참가를 위해 김영남 북한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함께 방한한 김여정 대남 특사(북한노동당 제1부부장)는 2월 10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 제의 내용이 담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이어진 오찬에서 김 특사는 문 대통령에게 “이른 시일 내에 평양에서 뵈면 좋겠습니다. 문 대통령께서 통일의 새 장을 여는 주역이 되셔서 후세에 길이 남을 자취를 세우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인데 오기가 힘드니 안타깝습니다. 북남 수뇌 분의 의지가 있으면 분단세월이 아쉽고 아깝지만 (통일이) 빨리 진행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 필자 김현철 기자 |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가면서 성사시키자‘고 화답했는데, 한미 동맹에 균열로 비쳐지지 않게 미국과 협의를 통해 해결하자는 뜻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도 신년사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한 바 있다.
그런가하면, 2월 9일 평창에 와서 문 대통령을 모욕하며 북한 대표단을 적대시하는 등 외교 결례로 전 세계의 빈축을 샀던 펜스 미 부통령이 갑자기 태도를 돌변, 바로 다음날 귀국길비행기에서 ‘무조건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있다‘는 예상 밖의 발언을 해 기자를 놀라게 했다.
북미간 ’조건없는 대화’는 지난 12월 틸러슨 장관이 밝혔으나 백악관의 반발로 없던 일로 되었었다. 펜스는 기자에게 날마다 트럼프와 통화한다고 밝혀 이 발언이 트럼프의 뜻임을 암시했다.
‘비핵화’ 조건은 체면 유지용인 듯
그러나 펜스는 ‘무조건 대화’라면서 북이 ’비핵화 조치를 취할 때만 가능하다’는 단서를 달아, 북한이 이를 수락할지 의문이다.
미국이 겉으로는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척 했지만 속내는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해진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를 갈망해 왔기에 북한이 적극 거부해 온 ‘비핵화’ 조건은 속내와는 다른 체면 유지용일 수도 있다.
따라서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는 ‘비핵화' 조건을 미국이 고집하지 않는다면 북미 대화의 미래는 밝을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트럼프가 가장 믿는다는 문 대통령이 차려 놓은 밥상이라면 미국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합석을 거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이번에 북미 대화 조성에 가장 큰 공로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미국은 깊이 감사해야 한다.
< CNN > 등 세계 언론은 북한이 처음으로 ‘평창’이라는 국제무대에 선을 보인 대남특사 김여정의 단아하고 "매력적"(charming)인 이미지를 전하면서 "이번 평창올림픽의 금메달은 김여정이다“라고 한데 이어 “‘모나리자의 웃음’ ‘스핑크스의 웃음’을 띠며 펜스 부통령을 잡았다”, ”북한이 평창 외교에서 미국에 승리했다”는 등 예상 밖의 호의적 보도를 이어갔다.
또 <월스트리트저널>은 핵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해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제 평화와 화합의 무대에서 "우호적인 협력의 손을 내 밀고 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자체가 선전전에서 선취득점을 한 것이다. 응원단과 예술단 등의 방남 기간, 예정된 활동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더 많은 긍정적인 ‘이미지 득점’을 할 기회를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부분 미국의 언론들은 펜스 부통령에 관련, ‘남북단일팀이 개회식에 입장할 때 수많은 세계 정상 등 모든 참석자들이 크게 환호하며 축하박수를 쳤는데, 미국의 펜스 부통령 부부와 아베 일본 총리만 불만스런 표정‘으로 굳어있었다며 외교적 결례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펜스는 그도 부족했던지 개회식에서 바로 뒷자리에 앉아 있는 김여정과 한 치라도 더 멀리 떨어져야겠다는 듯, 부인과 즉시 자리를 바꿔가면서까지 거부감을 표현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하는 평창겨울올림픽 사전 환영 리셉션 헤드 테이블에서 북한 대표들과 자연스레 대화할 수 있도록 펜스 부통령의 자리를 바로 옆에 마련했다.
그러나 고의적 지각으로 문 대통령의 연설도 안 듣고 남의 집 잔치 집에 초대돼 와서 그 자리가 싫다며 앉기를 거부, ‘재 뿌리기’ 행위로 5분 만에 퇴장, 북미대화의 계기를 무산시키는 등 큰 결례를 범해 ‘새로운 갑질 외교‘라는 언론의 비판을 받았다. 펜스는 사전에 아베와 만나 평창올림픽 방해를 모의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펜스의 상식 밖 갑질 외교... 그래도 평화통일 노력 지속해야
이번 평창겨울올림픽은 우리민족의 미래를 위해 절대로 필요한 ‘남북정상회담’까지 성사시킬 기회를 만들었으니 단순한 국제 체육행사를 넘어 우리의 민족행사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청와대에 걸려있는 대형판화(민중판화가 이철수 작) 밑에는 “막다른 데서 길을 찾고, 길 없는 데서 길을 낼 결심이, 분단극복과 통일로 가는 길에서는 더욱 절실합니다.”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대남특사가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이 판화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해, “우리는 영원한 한겨레”임을 재확인했다.
지난 70년 간 그래 왔듯 미국이 남북 8천만 우리 겨레의 화해, 단합, 평화통일을 실현하려는 노력을 계속 방해한다하더라도 남북 지도자들을 비롯해 온 겨레가 일심단결, 슬기롭게 이 난관을 뚫고 우리들의 염원인 ‘한민족 평화통일’을 향해 힘차게 전진해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