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워킹 홀리데이 중인 한국 여성 앞으로 배달되던 택배 물건이 마약 물지로 인도네시아 당국에 적발되면서 해당 학생이 마약 관련 혐의로 호주 경찰에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해당 학생은 물건 내용은 모른 채 단순히 지인의 부탁으로 택배 수령 주소를 제공했다는 주장이다. 사진은 사관과 관련해 피의자의 친오빠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시한 글 앞부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호주에서 워킹 홀리데이 중인 여동생이 마약 미수로 구속되었습니다.”
지난 2월9일 자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사연의 제목이다. 청원 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마약과 관련된 사건이다. 제목만을 본다면, 불법 마약 관련 사건으로 체포된 사실을 두고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것에 대해 의아해 할 수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피의자로 체포된 한국 워홀러 A씨의 사건이 안타까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A씨의 오빠가 올린 청원 글 게시 5일째인 금주 수요일(14일) 오전 11시 현재 이에 공감하는 ‘청원인원’은 1만5천 명을 넘어섰다.
사건은 이렇게 요약된다. ‘호주에서 워킹 홀리데이로 체류 하는 중, 택배 물건을 수령해 달라는 지인의 부탁을 받고 A씨가 자신의 거주지 우편 주소지를 알려주었는데, A씨 집으로 배달되던 물건이 바로 불법 마약 원료였던 것. 이 물건은 호주의 A씨 집으로 배달되던 중 인도네시아를 경유하는 과정에서 적발됐고, 인도네시아 당국이 호주 경찰에 이를 통보하면서 수령인 A씨가 경찰에 체포됐다. A씨는 택배 수령 물건이 마약 원료인지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A씨의 오빠가 청원 게시판에 올린 내용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9월 워홀러로 호주에 입국했다. 호주 현지 정착 과정에서 A씨는 지인을 통해 K 모 여인과 K씨의 남자친구인 김 모씨(한국 국적 추정)를 알게 됐고 현지 적응에 도움을 받았다. 그러다가 김씨가 한국으로 돌아갔고, 얼마 후 한국의 김씨가 A씨에게 연락해 ‘투잡’ 할 사람을 구한다. 혹시 ‘알바’할 생각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알바 내용은 A씨가 외국에서 오는 택배(EMS)를 받아 보관하고 있으면 호주 현지의 누군가가 택배 된 물건을 전해주면 된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바로 이 택배 물건이 마약 원료라는 데 있었다. 인도네시아 세관이 적발한 A씨 수령 예정인 택배 내용물은 슈도에페드린(Pseudoephedrine, PSE)이었고 물량은 6개 박스 총 100병, 각 병당 1천 알의 알약으로 총 10만 정이었다. 이의 한화 가치는 120억 원 규모이다. 슈도에페드린은 페네틸아민과 암페타민 계열의 교감신경흥분제로, 주로 코 막힘 완화제나 각성제로서 사용된다.
슈도에페드린이 필로폰을 제조하는 데 쓰이는 물질이며 호주에서는 단속 대상의 마약류로 구분되어 있다. A씨가 마약 관련 혐의로 체포, 구속된 이유다.
A씨는 지난 1월18일 자택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이날, A씨 사건 소식을 접한 한국 외교부는 호주 현지 공관을 통해 사건 개요를 파악하는 한편 현지 경찰 당국과 접촉해 ‘공정한 수사’를 당부하는가 하면 변호사 선임 등에 대한 정보 제공 등 즉각적인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시점에서 A씨가 마약밀수에 연관되었는지 아니면 그녀의 주장대로 단순히 택배 물건만 받아 보관하려 했는지는 판단할 수는 없다. 외교부가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 것도 이 때문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를 판단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길은 한국에 있는 택배수령 의뢰자 김씨의 진술이다. A씨의 주장을 감안할 때, 그러나 김씨가 호주에서 진행되는 A씨 법정까지 와 증언을 할 것으로는 기대하기 어렵다. A씨 사건의 또 다른 안타까움이다. 현재 보석신청 여부를 파악하고 증거물을 제출하는 등 A씨 사건은 1차 심리만 진행된 상태이다. 따라서 보석신청 여부에 대한 결정은 더 기다려야 한다.
국민청원 글에 의하면 한국에서 슈도에페드린 수입은 처벌이 가능하지만 수출에 대해서는 처벌 기준이 없다. 때문에 이를 악용해 암암리에 마약 조직들이 이런 물질을 해외에 보내기도 한다. A씨의 경우도 이런 상황인 것으로 짐작된다. A씨 사건이 ‘공정하게’ 조사되고 재판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한국의 김씨 강제 조사 등)이다. ‘마약인지 몰랐다’는 A씨의 진술에 대한 사실 여부를 판단할 수 없지만, 호주 실정에 어두운 또 다른 한국 워홀러 피해자가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이다.
아울러 호주에 일정 기간 체류하고자 하는 한국의 젊은이들 또한 여러 가지 가능한 상황에 대한 정보를 파악한다면 피해 상황에 대한 사전 예방은 물론 대처 능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