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과학-산업연구 기관인 CSIRO(Commonwealth Scientific and Industrial Research Organisation) 연구원들이 상어에 대한 최초 연구에 상어에 부착한 꼬리표, DNA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 호주 동부에서 뉴질랜드에 이르는 해역에 새끼 상어를 포함, 5천500마리의 백상어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사진은 호주 동부 해역의 백상어(디스커버리 채널에서 캡처).
CSIRO 분석... ‘인명피해 방지-상어보호 정책 마련의 중요 기반’ 평가
호주의 여름 시즌에 가장 경계해야 할 위험 대상 중 하나로 상어가 꼽힌다. 서핑이나 수영 등 해변에서의 휴가 중 상어 공격으로 목숨을 잃는 이들이 매년 발생하고 있다.
물론 목숨을 앗아가는 호주의 위험 동물-곤충 가운데 상어로 인한 사건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지난 해 1월 멜번대학교 연구진이 ‘내과 저널’(Internal Medicine Journal)을 통해 소개한 ‘위험 생물’ 분석(2000년-2013년 사이 자료)에 따르면 목숨을 빼앗거나 치명적 상해를 입힌 공물-곤충에는 꿀벌이나 말벌, 뱀, 거미, 틱 또는 개미, 등이 있다.
실제로 호주의 상어연구 권위자로 꼽히는 서던크로스대학교(Southern Cross University) 해양생태학자 다니엘 부처(Daniel Bucher) 박사는 “여러 건의 상어공격 뉴스가 있지만 상어에 물려 목숨을 잃는 사례는 낮은 편”이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가장 위험한 생물 중 하나이며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NSW 주 정부는 유명 해변에 상어의 접근을 차단하는 그물망 설치를 시도하기는 했으나 그 실효성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이다.
이런 가운데 호주 동부 해안에 5천500여 마리의 백상어(white shark)가 서식하고 있으며, 이 상어 공격으로부터 수영객, 서퍼들을 보호하면서 상어 개체 보존을 위한 진지한 토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주 금요일(9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연방정부 과학-산업연구 기관인 ‘Commonwealth Scientific and Industrial Research Organisation’(CSIRO)의 연구 보고서를 인용, 보도하면서 “연구원들은 이번 보고서가 상어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정책 영역에서 분명한 증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CSIRO 연구원들이 상어개체에 대한 최초의 연구를 기반으로 이를 업데이트한 상어 서식 확인 프로젝트는 호주 해안의 백상어 개체에 대한 가장 견실한 추정치라는 평가이다. 이번 연구는 상어 꼬리표 붙이기(tagging), DNA 및 상세한 통계치를 결합한 것이다.
그 결과 연구원들은 약 750마리의 백상어 성체가 타스마니아(Tasmania)에서 센트럴 퀸즐랜드(central Queensland) 동부 해안 및 뉴질랜드에 이르는 지역에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했으며, 보다 폭넓게는 최소 470마리에서 최대 1천30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새끼 상어를 포함하면 백상어 수는 전체 5,460마리에서 많게는 1만2,800마리로 추정됐다.
아울러 또 다른 1,460마리의 백상어 성체 그룹은 호주 남서부 해역, 빅토리아 주 서부(western Victoria)에서 서부 호주(Western Australia) 북서부 해역을 기반으로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수치는, 적게는 760마리에서 최대 2,250마리에 달하는 게 연구원들의 분석이다. 여기에는 어린 백상어 개체 수치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12월 상어 개체에 대한 예비 수치가 발표되었을 당시 조슈아 프라이덴버그(Joshua Anthony Frydenberg) 환경부 장관은 “서부 호주(WA) 노동당 주 정부가 해변에서의 상어 공격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연구원들은 보고서에서 “이번의 새로운 데이터가 백상어를 보호하기 위한 첫 단계이자 정책 결정을 위한 기본 정보가 되며 멸종위기 상태의 백상어 개체를 보존하기 위한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백상어 개체 조사 프로젝트를 진행한 CSIRO 연구원들은 이번 분석 결과가 상어로 인한 인명 피해를 방지하고 또 상어 보호를 위한 정책 마련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사진 : Pixabay
호주 동부와 남서부 해역에 서식하는 두 그룹의 상어 개체는 1990년대 후반 보호정책이 시작된 것으로, 백상어 성체 수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거나 약간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호주 해안에 서식하는 상어 개체가 늘었다는 증거는 확인하지 못했다는 게 연구원들의 설명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연방 정부의 ‘국립 환경과학 프로그램’(ational Environmental Science Programme) 중 ‘해양생물 다양성 허브’(Marine Biodiversity Hub)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다.
최근 수년 사이 NSW 주 북부 해안의 상어공격을 막기 위한 조치로 NSW 주가 상어 접근을 차단하는 그물망 설치 및 드럼라인(drumline) 등으로 상어 보전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어 왔다.
겨울철을 제외한 시기, NSW 주 50개 이상의 해변에 설치되는 상어 그물망은 백상어를 비롯해 다른 종의 상어들을 죽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퀸즐랜드 주 또한 85개의 해변에 그물망과 드럼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당시 서부 호주(WA) 주 자유당 정부는 상어공격 위험이 높은 해안의 수영 및 서핑 해역에 ‘Kill zones’를 설정하고 이 해역 안에 접근한 상어에 대해서는 포획하거나 죽이는 것을 허용한 바 있다. 당시 주 정부의 이 정책은 환경부를 비롯해 각 시민단체들로부터 공개적인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미국 기반의 세계적 환경단체인 ‘Humane Society International’의 호주 해양과학자인 제시카 모리스(Jessica Morris)씨는 상어개체 보호 정책을 결정하기 전, 지난 10여 년 간의 상어 남획, 서식지 파괴 및 상어통제 프로그램에 의해 백상어들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상어는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 매우 중요한 생물종이며, 호주 정부는 이 생물종의 본질과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해안으로 접근한 상어를 죽이는 것이 우리 해변을 더 안전하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많은 연구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