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기자 평창취재기
기자가 한국 출장을 갈 예정인 것은 안 사람들은 누구나 한국에 가서 개고기를 먹어볼 것인지를 물었다. 한국에 있는데도 사람들은 계속 개고기를 먹어 보았는지, 맛은 어땠는지를 묻는다. 솔직히 말하도록 하겠다. 아이고, 물론 아니지, 무슨 개고기! 첫째로는 그 개고기를 먹는다는 생각만 해도 토할 것 같고 끔찍하고 그런 걸 먹는 사람들에 대해 혐오감이 생긴다. 둘째로 한국으로 오기 전에 시어머니가 기르는 개, 프로냐에게 절대로 개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굳게 약속을 이미 했었단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현대의 한국에서 개고기를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개고기를 사서 집에서 요리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개고기를 판매하는 곳도 아주 적고 어딘가 아주 특별한 장소에 있는데, 보통 가이드들은 그런 장소를 전혀 모르고 안내판도 없다. 보신탕이라고 불리는 개고기 요리를 파는 식당은 서울의 아주 구석진 변두리나 아주 옛날식의 전통을 고수(固守)하고 사는 시골 촌구석에 가야 있다. 기자를 안내한 관광 가이드가 이야기 해 준 바로는 개고기를 먹는 전통은 한국이 서로 전쟁을 벌이는 침략국들인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끼어서 고생하며 가난과 굶주림, 질병에 시달렸던 것과 관계가 있다. 특히 홍역과 결핵이 만연했는데 이런 질병을 치료하려면 충분한 영양을 공급할 수 있는 음식을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음식은 없었고 산악지역에서는 음식을 구하기가 일반적으로 힘들었다. 그래서 가까이에 있는, 단백질과 지방, 비타민이 풍부한 개고기를 먹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런 전통 속에서 특별한 날에만 개고기를 먹게 되었다. 그런 날은 주로 8월에 몰려 있다.
한국에서 개는 돼지나 암소처럼 애견 농장에서 번식(繁殖)시킨다. 애견 농장에서 번식시키는 개들은 모두 특별한 종들이다. 셰퍼드나 똥개나, 차우차우나 모두,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잡아먹지 않는다. 그러니까 전체적으로 개고기를 먹는 것은 매우 어렵고, 어려우니 값이 아주 비싸서 그냥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한 마디로 먹기 어렵다. 그리고 한 번도 개고기를 먹어보지 않은 세대들이 벌써 성장했다. 한국은 문명국가이고 올림픽을 개최하고 있으며, 나와 같은 사람들이 수천 명씩 몰려오고 있으므로 정부는 올림픽 게임 동안 혐오감을 일으키는 음식을 자제하도록 권유했다. 그러니 개고기는 어떻게도 먹을 수가 없다. 튀긴 메뚜기나 번데기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한국인들이 집에서 반려견을 기르고 있다고 한다. 공항에서는 귀여운 비글이 금지된 물품을 수색하고 있으며 거리에서는 유쾌하게 생긴 래브라도 견이 가죽 줄에 묶여서 경찰과 함께 산보를 하고 있다. 그런 개를 잡아먹을 생각들도 없다. 심지어 길거리를 어슬렁거리는 보통의 유기견들도 보지 못했다.
문제는 오히려 평창에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아침저녁으로 거리는 비어있고 올림픽 시설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는 사람이 아예 없다. 기자가 자원 봉사자에게 “사람들은 모두 어디에 있는가”고 물었을 때 그는 오래 동안 웃고 대답했다. “직장에 있지요”. 그리고 자원 봉사자 중의 대부분이 강원도에 있는 두 개의 대학교 재학생들인데, 이 대학교들은 평창동계올림픽 경기 때문에 휴교를 했다고 한다. 현지 주민들에게 특별히 별도로 금지한 것은 없는데, 다수 주민들이 스스로 다른 곳으로 떠나서 이번 달을 넘기고자 한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그냥 일상적으로 계속 자기 삶을 살고 있다. 길거리에 사람이 없는 것은 춥기 때문이다.
<사진 평창올림픽 조직위 홈페이지>
그렇게 일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말을 증명하듯이 빙상 경기가 열리고 있는 강릉시의 역에서 손에 종이를 쥐고 있는 어린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여선생님과 함께 기자에게 다가왔다. 이 학생들에게는 실제 외국인과 대화를 해야 하는 영어 숙제가 있었다. 기자는 그들의 질문에 대해 어디서 왔고, 몇 살이고, 언제 한국을 떠나고, 여기 온 목적은 무엇인지 솔직히 대답해 주었다. 헤어지기 전에 우리는 선생님의 삼성 스마트폰으로 같이 사진을 찍었다. 어린이들 외에도 여러 교회 단체들이 외국인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한국에는 많은 개신교 종파가 있고 불교와 카톨릭, 정교회와 이슬람교도 있는데, 모든 국민들은 자유롭게 자기 종교를 가지고 있거나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 올림픽 공원으로 오는 길에 옆에 교회가 있었는데 그곳에 사는 한국 할머니들이 차와 커피를 주면서 신에 대해 대화를 해보자고 했다.
“교회 다니세요?” 할머니가 기자에게 건초를 끓인 것 같은 맛을 가진 차가 담긴 컵을 건네주면서 물었다.
“아니 안다녀요.” 기자가 대답했다.
“어디서 오셨어요?”
“러시아에서 왔어요.”
“러시아에서 오셨으면 교회 안다니셔도 되죠!” 할머니가 대답하더니 여기서 대화를 중단하고 가버렸다.
저녁에 기자는 역에서 모텔로 가는 길에 탄 택시 기사에게 이곳 사람들이 올림픽에 대해 어떻게 여기는지 물었다. 그는 좋게 여긴다고 대답하며 자기가 일이 많으니 좋다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 멋대로 가격을 부르지 않고 정확히 자기 요금만을 받는 한국인들에 대해 존경심이 생겼다. 정확하게 미터기대로 3.5달러에 해당하는 돈만 받았다. 그럼 올림픽 경기와 관련된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떤가 하고 기자가 물었다. 그 사람들은 조금만 참으면 되요. 아주 조금요. 여기도 올림픽 경기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모스크바-상트 페테르부르그 간 고속도로를 건설하는데 중간에 있는 힘키라는 도시의 숲을 파괴하면 안된다고 데모하던 사람들과 같은 종류의 사람들이 여기도 있기도 한다.
한국전쟁 이후 가난하고 넝마투성이었던 한국은 재건을 시작했다. 재건 작업 중의 하나는 거의 강제적으로 모든 벌거벗은 땅에 식목을 한 것이다. 그 효과는 대단해서 대부분의 한국 산들에 숲이 있다. 정말 아름답게 보인다. 그런데 평창군의 숲의 일부를 5년 전 베어내고 2018m에 이르는 루지-봅슬레이 경기 트랙을 만들었다. 트랙은 이상적으로 만들어졌지만 그렇게 철저하게 기른 숲을 망가뜨렸다. 환경운동가들은 지금까지도 시위를 하고 있다. 올림픽 이후 이 트랙은 해체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곳에 연습 경기장을 만들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한국에서 루지와 봅슬레이는 그렇게 인기있는 스포츠 종목이 아니다. 러시아 루지 선수들은 메달 획득에 실패했고 그 중에 제일 높은 성적을 거둔 로만 레필로프는 8위에 그쳤다.
경기 5일째가 되니 슬슬 이번 올림픽이 러시아 스포츠 역사상 가장 최악의 성적을 거두는 올림픽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疑懼心)이 들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가장 성적이 나빴던 올림픽은 3개의 금메달을 포함하여 총 15개의 메달을 따고 11위를 한 밴쿠버 올림픽이었다. 그리고 밴쿠버에서는 도핑스캔들도 없었고 가장 뛰어난 선수들과 출전허가를 받은 모든 선수들을 포함하여 러시아 선수단이 총 177명이었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에서는 총 168명이다. 그래 보았자 총 9명이 적을 뿐이다. 그러나 그때는 바이애슬론이(올림픽 매스스타트 에브게니 우스튜고프, 계주 금메달 슬레프초프, 보갈리-티토베츠, 메드베드체프, 자이체프) 있었고 크로스컨트리 스키(스프린트 니키타 크류고프)가 있었다. 그리고 역대 처음으로 피겨 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이 없었다(플루셴코 은메달, 도미니나-샤발린 동메달). 그런데 지금은 정반대이다. 강릉 빙상경기장은 규모가 놀랄만큼 작다. 한국에서 피겨 스케이팅이 매우 인기 있는 종목이지만 관중석은 다 차지 않았다. 밴쿠버 올림픽 피겨 싱글 금메달리스트인 김연아는 이번에 성화를 점화했고 지금까지도 가장 명성이 높은 여자 선수이다.
단체전 이틀째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미하일 콜랴다가 넘어진 후, 예브게냐 타라소바와 블라디미르 모로조프는 이상적인 연기를 했고, 러시아는 4위를 마크하고 있다. 둘째 날은 여자들이 시작한다. 러시아의 쇼트 프로그램에는 예브게냐 메드베데바가 출연한다. 가장 활발하고 가장 열정적이고 가장 달아오른 관중석은 물론 러시아 관중석이다. 러시아 인 마이 하트 응원소리가 경기장 내 안내 방송도 가려버린다.
경기 후에 캐나다 기자는 국기를 표시할 수 없는 러시아 팀을 응원하기 위해 관중석에 러시아 국기를 가지고 오는 것은 IOC와 그 결정에 대한 모독(冒瀆)이라고 IOC에 어필했다. 그러나 IOC는 대답하지 않았고, 비공식적으로 그러면 관객들이 아예 오지를 말았어야 하겠는가 라고 언급했다. 기자는 국기 이야기는 놓아두고 스포츠 이야기를 하자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다. 어쨌든 피겨 스케이팅은 빙판 위를 움직이는 가장 아름다운 스포츠가 아닌가 말이다.
카메라와 드론이 빙판 위를 돌면서도 세세한 부분은 잡아내지 못한다. 미국 선수가 어떻게 자기 누이의 관자놀이에 키스하는지, 카리스마가 있는 이탈리아 여자 선수가 어떻게 파트너의 허벅지를 치는지, 예카테리나 보브로바가 어떻게 십자가 성호를 긋고 가슴에 손을 대는지, 얼마나 긴장을 해서 빙판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는 알렉산드르 줄린 감독이 긴장한 손가락들에서 무엇인가를 돌리고 있는 것을 포착하지 못한다. 빙판 위의 메드베데바는 한 마디로 중력(重力)의 법칙을 뛰어넘은 것처럼 보인다. 러시아 스포츠 기자들은 메드베데바를 “완전함” 그 자체라고 부른다. 흰색과 연한 보라색이 섞인 피겨 의상이 빙판위에서 펄럭이고 점프, 캐스케이드, 회전이 이어지는 이유가 다 이해가 된다, 단지 이 스케이팅이 3분이 아니라 13분만이라도 계속해서 이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이 종목에서 세계 신기록이 나왔다. 그리고 러시아는 이미 2위가 되었다.
평창의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경기장은 2009년에 완공되어 여기서 이미 세계 선수권 경기를 치른 바 있다. 이 경기장은 활주 코스가 험해서 회전하다가 넘어지지 않은 선수가 별로 없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리고 꼭 사격을 할 때면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오던 것도 유명하다. 평창동계올림픽 때까지 코스를 수정해서 회전하기에 너무 가파르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었는데 회전 코스는 제대로 수정을 해서 현재까지는 아무도 넘어지지 않았다. 사격 지점은 아직까지는 그리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여자 스프린트 경기일에는 사격 깃발이 수직적으로 위로 서 있었다. 그렇지만 로라 달마이어는 이에 상관없이 0점 구역을 맞추어 자신의 올림픽 첫 메달을 받았다.
여자 스프린트 경기장 입장은 경기 시작 두 시간 반 전에 허용된다. 그렇지만 줄은 거의 없다. 한국 상황은 유럽이나 스칸디나비아와 거의 비슷하다. 즉 한국인들에게는 바이애슬론이 아직은 생소한 경기이다. 러시아인들에게 동남아의 코끼리를 타고 대나무 막대기를 가지고 싸우는 경기를 하라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도 한국 선수단에는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세명의 선수, 티모페이 랍신(세계 선수권에서 6위), 안나 프롤리나와 예카테리나 아바쿠모바가 있고 계주 팀도 있다. 경기 시작 전에 관객 휴게실에 회색 점퍼를 입은 일단의 여자들이 있고 몇몇 여자들은 한 쪽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다.
기온은 영하 10도이다. 관중석에서는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핫팩을 나누어 준다. 정말 도움이 되는 물건이다. 전광판에서는 경기 시작 전까지 카운트 다운이 진행되고 있다. 프로젝터의 백색 전등이 켜지고 선수들이 출발 지점에 늘어선다. 관중석 오른 쪽에서는 독일 사람들이 거대한 독일기를 준비하고 있다. 왼쪽에는 체코 사람들이 커다란 모자를 쓰고 우습게 그린 빨간색, 파랑색, 흰색의 콧수염을 달았다. 러시아 관중석에서는 카츄사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도 큰 소리로 따라 부르기 시작한다.
관중석으로 자원 봉사자가 와서 러시아 국기를 치워달라고 한다. “금지예요.” “손까지 같이 가져가보시죠.” 예카테린부르그에서 온 사냐가 대들었다. 지금 전쟁터에 나왔는데 후퇴하지 않을 기세다. 그의 스피커에서 러시아 록 그룹인 류베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자원봉사자는 세 명의 경찰관을 데리고 왔다. 전부 20-23살 사이로 보인다. 경찰관들도 자원봉사자인 것 같다.
“깃발을 치워주십시오.”
“왜요?”
“금지되어 있습니다.”
“관중석에서는 금지 아니에요.”
“아 그럼 괜찮군요.” 경찰관이 나갔다.
남자 바이애슬론 추적경기까지는 아직도 한 시간이 남아 있다. 다시 따뜻한 휴게실로 들어갔다. 러시아 스피커에서는 ‘승리의 날’ 노래가 울려 퍼진다.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나팔을 부는 큰 소리가 들린다. 프랑스 사람들이다. 그리고 우스꽝스러운 프랑스 수탉 복장을 한 남자 하나가 관중석에서 조 다생의 노래를 연주하고 있다. 그리고 나서 프랑스 사람들이 멋있는 암청색의 팀 유니폼을 입고 줄을 지어 서서 일어나더니 나팔 소리에 맞추어 프랑스 국가인 마르세이즈를 불렀다. “자, 러시아인들이여, 전투에 나갑시다!” 약 30명쯤 되는 여기 모인 러시아 인들이 모두 일어나서 같이 국가를 불렀다. 가사를 전부 붙여서.
이 전투에 노르웨이 사람들도 끼어들었다. 얼굴에 잔뜩 색칠을 하고 뿔달린 바이킹 모자를 쓴 거대한 몸집의 노르웨이 아저씨가 모든 사람보고 조용히 하라고 하더니 벤치 위에 올라갔다. 그리고 이 바이킹들이 목청껏 자기 나라 국가를 불러댔다. 그 다음엔 모두 함께 ‘Seven Nation Army’를 불렀다. 이번에도 전투는 없었다. 모두 다 같이 150그램에 10달러쯤 하는 따뜻한 막걸리를 홀짝거리며 마셨고 모두 행복했다.
“너무 힘들어 하지마,” 프랑스 사람들이 말했다. “다음번에 모두 다 잘될거야, 다음번엔 러시아 선수들이 나올 거야. 그런데 오늘은 누가 이길까?”
“마르탱이겠지.” 기자가 말했다. 프랑스 사람들은 기분 좋아져서 동의했다. “마르탱이고말고!, 그렇지. 어쨌든 너무 힘들어하지 마. 다음번엔! 우리도 러시아 선수들이 올림픽에 나오기 바래. 푸르카드는 어쨌든 우승하겠지만. 강력한 경쟁자와 싸워야 모두에게 더 재미있잖아!”
그리고 마르탱 푸르카드가 금메달을 땄다. 복사 사격에서 처음 1발을 놓쳤지만 그 다음은 모두 정확하고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경기장 안으로 회전하여 들어오는 시점에서 프랑스기를 이미 집어 들었다. 위대한 선수인 마르탱 푸르카드가 추적 경기에서 올림픽을 2연패하고 통산 3개의 메달을 땄다. 프랑스인들은 난리가 났다, 안톤 바비코프는 17위로 출발해서 40위로 들어왔다. 경기 후에 그는 기자들에게 가까이 오지 않고, 추운 곳으로 가더니 울타리를 뛰어넘어 관중석 아래 안으로 들어가 숨어버렸다. 괜찮다. 다음에 잘하면 되니까.
글=나제즈다 프루센코바 특파원|노바야 가제타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열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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