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비효율의 극치
Newsroh=로빈 칼럼니스트
평창동계올림픽이 25일 폐막식(閉幕式)을 앞두고 있다. 3수 끝에 개최에 성공한 평창 올림픽은 88서울올림픽과 2002월드컵과는 또다른 차원의 대한민국 위상을 과시한 대회임엔 틀림없다. 특히나 북한이 참가하고 구성과정에서 부정적 여론은 있었지만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은 평창올림픽의 중요한 유산(遺産)으로 기록될 것이다.
한국이 목표했던 ‘8-4-8-4’ (금8 은4 동8 종합 4위)가 실패로 돌아간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미디어와 사람들의 관심은 메달에 있다. 국가별 순위를 총메달로 따지는 서구제국과 금메달로 따지는 한국의 기준이 서로 다르기도 하거니와 성적순으로 메달을 주는 올림픽에서 메달이 뭐가 중요하냐고 말하는 것은 이율배반적(二律背反的)이다. 시상대 맨 위에 서는 선수와 함께 그 나라 시민들은 국력이라도 과시한 양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니 말이다.
다행히 한국 시민들은 메달 획득에 실패한 선수들도 그들이 최선을 다했다면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확실히 과거에 비해 시민들의 자세는 성숙해졌다. 적어도 외형상 ‘메달지상주의’에 휘둘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솔직히 난 월드컵 유치는 찬성하지만 올림픽은 반대한다.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들어가는 것에 비해 나가는 것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이다. 월드컵의 경우, 10~12개의 축구전용구장과 관광객을 수용할 호텔만 확보하면 되지만 올림픽은 수많은 종목을 소화하기 위해 너무나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특히 동계올림픽은 산을 깎아내는 등 환경 파괴가 심각하고 평소엔 거의 쓸 필요가 없는 경기장들을 지어야 한다는 점에서 비효율의 극치(極致)다. 세계 최고의 인기스포츠인 축구는 월드컵 흥행이 별로 어렵지 않지만 동계올림픽은 즐기는 나라들도 많지 않고 일반인에게 생소한 종목이 많아 흥행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하계올림픽을 개최했으니 동계올림픽도 유치해야 대한민국의 국격에 걸맞는다는 발상은 아직도 우리가 개발도상국 콤플렉스에 싸여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럴 때마다 등장하는게 소위 ‘올림픽특수’라는 경제효과다. 우리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평창올림픽으로 무려 65조원의 유무형의 경제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외국 언론도 지적했듯이 근거가 부족하다. 빚잔치를 안하면 다행이다.
인천을 보라. 2014년 하계아시안게임을 개최한 인천시는 경기장을 짓기 위해 1조97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원금 상환 시기는 2029년이다. 다 빚이라는 얘기다. 2016년 브라질에서 열린 리우올림픽은 적자 규모가 60억달러(약 6조5000억원)에 달해 브라질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이번 올림픽을 위해 평창은 7개 경기장을 신축했고 6개 경기장은 개·보수했다. 개·폐회식이 열리는 올림픽 플라자도 산 중턱에 새로 지었다. 이렇게 든 총 건설비용은 1조원에 육박한다.
문제는 올림픽 이후 막대한 관리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과 하키센터,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올림픽이 끝나도 누가 어떻게 쓸지 정해지지 않았다.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연간 운영비가 32억5400만원으로 추정되는 반면 운영수익은 연간 10억원이다. 매년 22억5400만원의 적자다. 강릉 하키센터는 연간 21억4300만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돈먹는 하마들’이 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개폐회식이 열리는 올림픽 플라자는 '사후 해체'라는 역대 어느 나라도 시도하지 못한 용감무쌍함을 보일 예정이다. 관리보다 없애는게 더 절약이란다. 세상에 이런 비효율이 어디 있는가. 올림픽의 역사적 유물이 될 수 있는 경기장을 천문학적인 비용으로 지어놓고 미련없이 해체할만큼 동계올림픽은 문제가 많다는 반증(反證)이다. 하물며 멀쩡한 산야에 초대형 경기장을 지어서 생긴 환경파괴는 어떻게 만회한다는 말인가.
이번 올림픽에서 스키 등 설상종목 경기를 중계할 때마다 나는 가슴이 아렸다. 저 수려한 산에 마구 그어진 코스들은 아름답기는 커녕, 굵은 생채기처럼 보였다. 저 주행로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삼림들이 훼손(毁損)되었을까. 그로 인한 유형 무형의 경제적 손실은 대체 얼마로 집계할 수 있을까.
펑창올림픽으로 남북이 화합하고 정상회담도 추진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한반도 긴장이 해소되고 평화가 온다면 그것만으로도 ‘남는 장사’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결과론적 해석이다. 평창올림픽이 계기는 되었지만 올림픽이 아니면 남북이 단일팀을 못만들고 남북이 화합 할 수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든 잔치는 끝나간다. 많은 희생을 감수했기에 기왕이면 평창올림픽이 세계인의 뇌리(腦裏)에 최고의 스포츠제전으로 남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가 올림픽을 또다시 유치하게 된다면 더 이상 단독유치의 우매함을 되풀이 하지 말고 남북이 한 마음으로 공동 유치하거나 통일코리아가 되었을 때 그 기념으로 열게 되기를 소망한다.
<n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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