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김원일 칼럼니스트
렉스 틸러슨 미국무장관이 북한의 ‘스마일외교’에 몽둥이를 사용하고 있다고 러시아 일간 네자비시마야가제타가 20일 보도했다.
네자비시마야가제타는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될 때까지 대북압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미국이 북한에 대화 필요성을 설득하기 위해 당근 대신 커다란 몽둥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북한이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이러한 전략으로 북한에 압력을 강화하여 북한의 외화 획득을 줄이고 특히 무기 프로그램의 규모를 축소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렉산드르 제빈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 한국학센터 소장은 틸러슨이 언급한 커다란 몽둥이란 대북 제재 강화와 유엔 안보리의 제한적 조치 뿐 아니라 미국이 일방적으로 시행한 독자 제재에 모든 국가들이 동참하도록 하는 노력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북한과 거래하는 개인이나 법인은 누구든 미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틸러슨은 모든 나라들이 북한과의 협력을 전면 중단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북 제재는 이미 유례없이 혹독(酷毒)하다. 북한은 대외 무역 결제가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다. SWIFT 시스템이 북한 은행에 대해 서비스제공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북러 간 무역은 한 건씩 루블 결제로 이루어진다. 또한 미국은 북한을 출입하는 모든 선박을 검사하는 해상봉쇄조치를 시행하는 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안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 때문에 유엔 안보리를 통과하지 못했다. 북한 항구에 입항했던 선박은 모두 국적을 불문하고 이후 180일간 미국 항구 입항이 전면 금지된다.
제빈 소장의 의견에 따르면 현재 중요한 문제는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전군이 참가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어떤 규모로 이루어지는가 하는 것이다. 북한과의 대화를 계속하기 원하는 한국이 미국과 이 군사 훈련을 북한 국경과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지역을 이동하여 시행하거나, 그 군사훈련의 성격을 변경하도록 합의할 수 있는지가 관건(關鍵)이다. 최근 미국이 이 군사훈련이 방어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매번 주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들은 공개적으로 이 훈련이 평양 점령과 북한 지역의 통제권 확립을 규정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북한이 보기에 한국 측이 북한의 의사를 존중한다고 여겨지는 움직임이 일어난다면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자제할 것이다. 다른 변화가 없으면 북한이 다시 새로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대응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면 악순환(惡循環)이 다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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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뉴스>
“미국은 올림픽 봉화가 꺼지는 즉시 북남관계 해빙 끝내려한다” 노동신문
네자비시마야가제타는 이날 북한 언론이 미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방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전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미국의 숱한 전략자산들과 방대한 병력이 한반도와 그 주변에로 밀려들고 있다”면서 “이제는 공개적으로 올림픽 봉화가 꺼지는 즉시 ‘북남관계의 해빙’도 끝내려는 것이 저들의 목적이며 동계올림픽 경기가 끝나자마자 ‘키리졸브’, ‘독수리’ 합동군사연습을 재개하겠다고 고아대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동신문은 한반도 분단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아니면 남북의 한민족이 수십년간 민족끼리 대결하는 아픔을 겪지 않았을 것이고 벌써 자력으로 통일을 이루었을 것이라며 “북남관계개선과 긴장완화의 분위기가 깨어지게 된다면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이 지게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남북 관계의 화해 조짐은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예정된 독수리 훈련과 키리졸브 한미연합군사 훈련을 올림픽 이후로 연기할 것을 제안한 후, 2017년 말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새해 초부터 남북은 판문점 연락 채널을 복구시켰고 3년만에 처음으로 양국 고위급 회담을 개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회복에 도움이 된다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위해 북한의 명목상 행정 수반인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이 포함된 대표단이 방남했으며, 김여정은 특사 자격으로 왔다는 것을 밝혔다. 북한 대표단은 문재인 대통령 및 이낙연 국무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우윤근 러시아 주재 대한민국 대사는 북한 수뇌부와의 관계 정립 및 한반도 긴장 완화가 문재인 대통령의 한국 내 지지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는 72%로 상승했으며 한국민의 62%가 남북한 정상회담 개최에 찬성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이와는 다른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은 어제 도쿄에서 마크 밀리 미 육군 참모총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하여 미소외교를 펼치고 있지만, 핵과 미사일 개발 태도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일본 교도 통신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