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감당 지역은 도심 반경 20킬러미터 이내 10%뿐

호주 주택-도시 연구센터 조사... 임대료 등 생활비 급등으로

 

시드니 도심 지역의 주택임대료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심 반경 20 킬로미터 이내의 임대주택 중 저소득층이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범위는 불과 10% 미안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고 있다.

 

‘호주 주택-도시 연구센터’(Australian Housing and Urban Research Institute. AHURI)의 관련 조사 내용 일부가 공개된 가운데, 지난 주 금요일(20일) 이를 보도한 시드니 모닝 헤럴드에 따르면 시드니 중심부의 임대주택은 아파트를 포함해 저소득층에게는 그야말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최근 들어 모기지(mortgage), 렌트 등 주거 관련 생활비가 치솟으면서 임대주택 비용이 이제는 서민층뿐 아니라 일부 중산층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주 정부조차 이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 의지가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NSW 주 정부는 파라마타 로드(Parramatta Road), 센트럴 역(Central Station)에서 레드펀(Redfern) 역까지의 기차 라인 주변, 항만 지역(Bays Precinct), 뱅스타운 라인(Bankstown Line) 상의 각 지역 재개발 계획을 추진하면서도 도심 인근 지역의 주택난 해소를 위한 노력은 미흡한 실정이다.

 

지난 2014년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된 AHURI 보고서에서 흥미로운 것은 저소득층 및 중산층의 기준이다. 정부는 연간 가계소득 5만7천 달러 미만일 경우 저소득층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중산층의 연간 가계소득은 14만2천 달러로 보고 있다.

 

아울러 임대료 감당 여부는 가계수입의 3분의 1을 주거비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5만7천 달러 미만 저소득층의 매주(weekly) 감당가능한 주택임대료는 328달러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도심 외곽으로 나가지 않는 한 328달러의 임대주택은 도심 인근에서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시드니 중심부 거주 고령층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이 정작 본인은 주택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도심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도심 지역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경찰, 간병인, 구급대원들이 이에 해당되는 이들이다.

 

아들과 단 둘이 사는 티나 홀든(Tina Holden)씨의 경우 다소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하나의 사례가 될 듯하다. 본다이 비치(Bondi Beach) 인근의 한 양로원에서 일하던 그녀는 지난 7월 48세의 나이로 정리 해고됐다. 그에게는 경증 자폐증이 있는 아들 매디슨(Maddison. 12살)이 있다. 안타깝게도 해고 3주 후 그녀는 유방암에 걸린 사실이 확인됐다. 이제 그는 홈리스 일보 직전의 상황에 몰려 있다.

 

몇 달 동안 그녀의 가계 재정은 그럭저럭 유지되었지만 지금은 절망적인 상태로 바뀌었다. 정리해고 때 받은 위로금은 금방 사라졌고, 친구들에게 5천500달러의 빚을 지는 상황에 처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그녀는 매주 수입의 100%가 넘는 560달러의 주택임대료를 내야만 했다. 결국 그는 NSW 주 공공주택(Public Housing) 당국에 연락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공공주택 입주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가구는 모두 6만여 명이다. 처음에 6만여 가구의 뒤에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했던 그녀는 지금, 공동주택(Community Housing)으로 옮겨 우선 대기자 명단에 들어 있다. 그러나 정부 주택을 제공받기까지는 약 5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공공주택이 정부 제공이라면, 공동주택은 관련 시민단체가 마련해 주는 주택이다.

 

홀든씨는 “이런 상황이 올 줄은 몰랐다”면서 “외곽 지역으로 나가게 되면 병원 치료는 물론 아들의 특수학교 환경에도 변화가 생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현 상태를 토로했다. 그녀는 현재 랜드윅 소재 ‘Prince of Wales Hospital’에서 유방암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저소득층에게 공동주택을 제공하는 시민단체 연합인 ‘NSW 주 주거협의회’(NSW Federation of Housing Associations Inc.)의 웬디 헤이허스트(Wendy Hayhurst) 대표는 “가난한 이들은 외곽에 살아야 하고 부유한 사람들은 시티 중심에 살아야 한다고 단순하게 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 “NSW 주 정부가 저소득층 주거 문제에 대해 전략적인 접근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여러 가지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전략적으로 접근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헤이허스트 대표는 “향후 10년간 서민층을 위한 감당할 만한 수준(affordable)의 주택 분야에 10만여 채의 주거지가 공급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는 분명히 위기 상황으로, 따라서 총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그녀는 이어 “임대료와 모기지(mortgage) 부담이 커지면서 이제는 단순히 저소득층뿐 아니라 일부 중산층에게도 주거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장 자체도 정부의 방향 설정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소위 말하는 사회주택(Social Housing, 공공주택+공동주택) 분야에 대한 민간 투자가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주택 분야 관계자들은 1년 전 발표됐던 ‘사회주택 보고서’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사회주택부 브래드 하자드(Brad Hazzard) 장관은 “지금까지의 정부 성과는 훌륭했다”면서 저소득 가정을 위해 맥콰리 파크(Macquarie Park)와 글리브(Glebe) 지역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소개했다.

 

그는 “NSW 주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6만4천여 채의 신규 주택 건설이 허가됐다”면서 “이는 호주 내에서 최고이며 지난 42년 이래로 가장 높은 수치”라고 말했다.

 

하자드 장관은 “이렇게 늘어난 공급이 결국 주거 가격을 낮출 것으로 예상한다”며 “세금을 활용해 어떻게 사회주택 분야를 발전시킬지에 관해서도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방안이 조만간 발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NSW 대학교 ‘도시미래연구센터’(City Futures Research Centre)는 내년 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주거지역이 점차 외곽 지역으로 멀어지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출간할 예정이다. 이는 2014년 자료를 토대로, 주거비용이 수입의 50%를 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되는 등 이제 일부 상류층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주거비용 문제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학술적으로 증명하는 보고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임경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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