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제4차 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새로운 문명은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휴머니즘을 발견해야……
일본의 식민지 치하에서 조국이 신음하고 있을 때 일본은 그 말기적 증상으로 태평양 전쟁을 일으켰고 바로 그날 세상에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 그 전쟁과 해방, 독립 정부수립, 바로 이어진 6.25 전쟁 참화를 겪으며 유년과 소년 시절을 보냈다.
그 후 4.19와 5.16으로 이어지는 시대의 격변에 맞부딪히며 청년 시기를 보내고 사회에 나와 산업화 과정을 몸소 체험하며 살았다.
1990년대 산업화 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 이전되는 시기에 한국을 떠나 뉴질랜드에 정착하게 되었다. 194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의 한국 사회는 과거 수백 년에 이르는 기간의 변화보다 더 역동적이고 숨 가쁘게 변했다.
5천년 동안 이어오던 농업사회에서 불과 30 여 년 동안에 산업사회로 진입하였으며 바로 정보화 사회로 탈바꿈하였고 21세기에 이르러 한국은 최첨단 IT 기술을 리드하는 국가가 되었다.
뉴질랜드에 이민 와서 몇 년 만에 새로운 천 년대를 맞이하게 되었고 전 세계에서 제일 처음으로 21세기의 여명을 환영할 수 있었던 것은 축복이었다.
전 세계 매스컴이 중계하는 가운데 오클랜드 도메인에서 전야제 행사가 있었고 새 천 년 첫날 새벽에는 동이 틀 무렵 오카후 베이(Okahu Bay)에서 21세기 환영행사가 이어졌다.
세계 60억 인구 중에서 최초로 21세기를 맞이한 것이었으니 그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하기야 한반도도 15세기 말 신대륙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그 당시 세포스트계관이었던 유라시아대륙으로만 볼 때 지구의 극동에 위치한 태양이 제일 먼저 뜨는 지역이었다.
그러한 역사적 기반을 지녀온 우리 한민족이 20세기에 들어 뉴질랜드에 이민 와서 살게 된 것도 우연의 일치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20세기를 대표하는 키 워드로서 4 매스(Mass)를 열거할 수 있다. 대량생산(Mass production), 대량소비(Mass consumption), 대량판매(Mass selling) 그리고 대량전달((Mass communication)은 상호 불가분리(不分可離)할 20세기 경제의 기본 요소로서 등장했던 것이다.
이러한 기조는 21세기가 도래한 지 18년이 되는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소비가 미덕’이라는 주문(呪文)을 내걸고 대량생산된 제품을 대량전달 수단을 총동원하여 대량 소비를 부추긴 결과 21세기 세기의 지구는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 온난화 현상, 물질 만능 풍조와 인본주의 사상 경시 풍조 등 부작용을 수반하였다. 이러한 풍조가 계속될 경우 과연 지구가 22세기까지 지탱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다.
21세기에는 제4차 산업혁명이 주도하는 사회로 변환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18-19세기 동안 제1차 산업혁명으로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진입하였으며 철강 산업이 증기엔진 개발과 함께 핵심역할을 한 기계혁명을 이루어냈다.
1870년에서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에너지 혁명이 일어나 철강, 석유 및 전기 분야가 확장되고 모터, 전화, 전구, 축음기, 내연기관이 발달하는 대량생산이 이루어졌다. 1980년부터 현재 까지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혁명은 아날로그 전자 및 기계 장치에서 디지털로 개인용 컴퓨터, 인터넷, 정보통신기술의 혁신을 이루어내고 있다.
지금부터 전개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는 어떤가? 디지털 혁명, 로봇 공학, 인공지능, 나노기술, 생명공업 혁명에서 기존 세 가지 혁명과 근본적으로 다른 물리적 공간, 디지털적 공간 및 생물학적 공간의 경계가 희석되는 기술 융합의 시대가 도래한다.
수십억의 사람들을 계속해서 Web.에 연결하고 비즈니스 및 조직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며 더 나은 자산관리를 통해 자연환경을 재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게 된다. 빅 데이터(Big Data Statistical Analysis),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로봇공학(Robot Technology), 양자암호,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 무인 운송수단, 3D 프린팅, 연결 및 표시기술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다.
우리가 현재의 스마트 폰 시대를 10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을 못 했듯이 앞으로 전개되는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상상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참으로 고마운 우리의 처지는 농업사회의 한국에서 태어나 제1차-제3차 산업혁명에 이르는 발전 과정을 생애 중에 체험하고 뉴질랜드에 와서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으며 우리 생애 중에 그 변화된 혜택을 누리고 살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첨단 기술 시대에 온갖 혜택을 누리고 살게 되더라도 우선 지구가 생명력을 유지하고 인류가 살아남아야 될 일이다.
그럼에도 인류는 핵폭발의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으며 현대 과학 문명이 잉태한 부정적인 요소들로 인해 미래가 불투명한 현실이다. 우리가 살아 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구를 살리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는 지구적인 과업이기도 하나 개개인이 일상생활에서 실천해야 될 일이다.
대량 소비의 관행을 타파하고 절제된 소비 생활을 통해 지금까지의 물질 중심적 생활 패턴에서 문화, 예술이 숨 쉬는 감성 사회를 지향하여야 할 것이다.
새로운 문명은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휴머니즘을 발견하려는 인간의 노력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한다.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1854-1900)가 말했듯이 “세상에서 산다는 것은 굉장히 귀하고 드문 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지 않고 그저 존재할 뿐이다”.
우리는 정말로 귀하고 드물게 20-21세기에 이르는 중대한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호적상으로만 존재하는 사람이 아닌 뭔가 삶의 가치를 창조하며 한 시대를 마감해야 되지 않을까?
칼럼니스트 한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