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주거지 상태 확인(인스펙션)에 60분도 들이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이들 중 주택구입 후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는 이들도 25%에 달했다.
‘ME Bank’ 설문... 절반 이상, ‘인스펙션’에 1시간 미만 소요
예비 주택 구입자가 매입하려는 주거지 상태를 점검하는 ‘주택 인스펙션’에 들이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새로 주거지를 마련한 이들이 꼼꼼하지 못한 인스펙션으로 후회하는 사례가 상당한 비율인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온라인 다이렉트 은행인 ‘ME Bank’가 주택을 구입한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택 구입에 앞서 ‘인스펙션’에 들인 시간이 60분도 되지 않는다는 응답이 58%에 달했다.
이 때문인지 주택을 구매한 후 불거진 여러 가지 문제를 발견했다는 비율도 전체의 4분의 1로 높은 편이었다.
‘ME Bank’ 주택담보대출 담당 책임자인 패트릭 놀란(Patrick Nolan)씨는 “고객들이 자기 일생 중 가장 큰 재정적 결정을 내리면서도 감정적으로 처리했기에 이 같은 결과가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는 반응이다.
‘감정적 처리’에 대해 놀란씨는 “주택을 구입했을 경우 향후 관리 및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 등을 단계적,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지만 예비 구입자들의 경우 ‘내집 마련’에 대한 흥분으로 이를 소홀히 한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 36%는 그야말로 ‘장밋빛 안경을 쓴 상태’(rose-coloured glasses) 에서 주택 구입을 결정했다는 답변이었다. 매물로 나온 주택에 매료되어 여러 가지 문제를 간과했다는 것이다.
또 32%는 주택 인스펙션에 대한 경험과 기술 부족으로 미처 ‘문제점’들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반응이었으며, 11%는 ‘귀찮아서’라는 간단한 답변이었다.
주택을 구입한 이후 발견된 문제점들로는 페인딩, 건축 품질, 정원, 담장, 담보문제 등이 꼽혔다.
주택 인스펙션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확인했다 해도 주택을 구입하겠다는 이들은 전체의 92%였다. 놀란씨는 “만약 예비 구매자가 인스펙션을 통해 해당 주택의 문제를 확인했다면 구입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비 구입자가 사전에 주택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인스펙션을 통해 확인한 문제점들을 구매 협상에 적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놀란씨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첫 주택 구입자와 첫 구입 후 보다 나은 주택을 마련하려는 이들을 대상으로 했으며, 또한 이들의 처음 부동산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시점이 명확하지 않아 ‘주택 가격’ 문제에 대한 구입자들의 반응은 설문에서 제외됐다.
‘First Home Buyers Association’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타즈 싱(Taj Singh) 대표는 “근래 시드니 주택시장이 다소 냉각되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이로 인해 첫 주택 구입자들의 내집 마련 기회가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멜번을 기반으로 하는 부동산 중개회사 ‘Nelson Alexander’ 사의 아치 스태버(Arch Staver) 에이전트는 “주택을 구입하는 일은 종종 냉정해야 하는 법의학보다는 감정적인 결정일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첫 주택 구입자의 경우 인스펙션을 하고자 집안에 들어서면 새 감정이 솟구치고, 이것이 구매 동기를 부여하곤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부동산 중개 현장에서의 경험을 전제로 “만약 주택 인스펙션을 네 번째로 하는 잠재 고객이라면 그는 ‘이 주택을 구입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찾고 있는 것”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스태버 에이전트는 이어 “주택 구입을 결정하기 전, 인스펙션을 철저히 하지 않을 경우 구입 자금 외에 상당한 추가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며 “감성이 아니라 이성으로 구매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