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여성들이 평생 동안 출산하는 자녀의 수가
이전에 비해 크게 줄면서 출산 나이 자체도 늦어지고 있다.
지난 2월 하순 발표된 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이른바 ‘합계출산률(total fertility rate)’이 작년에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경향을 포함해 작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이뤄진 출생과 사망신고 등 인구 증감 상황과 더불어 여성들의 출산율 변이 추세 등을 각종 통계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작년에 5만 9610명 출생신고, 사망신고는 3만3339명>
작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이뤄진 출생신고는 모두 5만 9610명이었다. 이는 그 전년의 5만 9430명에 비해 단지 0.3% 수준인 180명밖에 늘어나지 않은 숫자이다.
2000년대 들어 2007, 08년 두 해 동안 6만4000명을 넘기며 정점을 이뤘던 연간 출생신고는 2012년까지 6만 명 선을 유지하다 2015년(61,038명)을 빼고는 매년 5만 9000명 선을 지키고 있다.
반면 사망신고는 그 전년의 3만 179명에 비해 2160명씩이나 증가한 3만 3339명으로 나타났는데, 사망은 2011년 처음 연간 3만 명대 도달 후 작년 처음으로 3만 3000명을 넘어선 상황이다.
이처럼 사망자가 전년 대비 크게 늘어난 것은, 평균 기대수명이 지속적으로 늘어났지만 이미 뉴질랜드에서는 인구 노령화가 깊숙이 진행됐음을 보여준다.
한편 작년 사망자의 ‘중간 연령(median age)’은 남자가 78세였으며 여성은 83세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100세 이상 사망자는 288명이었고 그중 남자가 75명인데 반해 그 3배 가까운 207명이 여성이었다.
이보다 40년 전인 지난 1977년에는 사망자들의 중간 연령이 남성의 경우 지금보다 9살이 적은 69세였으며 여성은 8살이 적은 75세였다.
<금년 신생아들 '22세기도 볼 수 있다'>
한편 이와 같은 사망자 통계를 기초로 판단해볼 때 지난 2015~17년에 태어난 신생아들 중 여아들은 평균 83.4세까지 생존하며 남아들은 80.0세까지 생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같은 기준을 가지고 기대수명으로 판단해볼 때 금년(2018년) 새해 들어 태어난 신생아들 중 많은 숫자는 22세기를 맞이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작년 신생아들 중 228명이 미처 채 한 살도 못 채우고 사망한 것으로 나타나 뉴질랜드의 이른바 ‘영아사망률(infant mortality rate)’은 영아 1000명 당 3.9명 꼴로 집계됐다.
지난 1957년에는 1000명 당 24.3명이나 됐던 영아사망률은 1977년에 14.2명으로 낮아지고 이후 1997년에 6.5명이 되는 등 지난 40여년에 걸쳐 크게 낮아진 모습이다.
그러나 그 후 2007년에 4.9명을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으나 그 감소폭은 크게 느려진 상황이다.
한편 이와 같은 사망 및 출생신고를 토대로 집계된 작년의 인구‘자연증가(natural increase)’는 총 2만6268명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젊은 오클랜드, 자연증가에서도 가장 앞서>
사망, 출생신고를 각 지역별로 보여주는 자료도 이번에 함께 공개됐는데, 이 자료는 지난 1991년부터 각 지방자치단체가 매년 12월을 기준으로 집계하기 시작했으며 출생신고는 산모의 거주지를 기준으로 작성된다.
이에 따르면 오클랜드를 비롯해 웰링턴과 와이카토 등 전국의 16개 광역 행정구역 모두에서 일단 출생신고가 사망신고보다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오클랜드에서는 전체 출생신고의 36%에 해당하는 2만1393명의 신생아 등록이 이뤄졌는데 이는 한 해 전의 2만1810명에 비해서는 417명이 줄어들었다.
반면 지진 전으로 인구가 회복되기 시작한 크라이스트처치를 포함한 캔터베리 지역이 7065명으로 그 전년보다 51명을 늘리며 2위에 올랐고 와이카토 역시 138명을 증가시키면서 6204명으로 3위에 자리했다.
또한 웰링턴은 6057명(연간 42명 증가)으로 지역 중에서 4번째로 신생아가 많았는데, 이들 4개 지역은 작년 전국 출생신고 중 2/3가량을 점유했으며 이는 뉴질랜드의 지역별 거주인구 비례와 유사한 수치이다.
한편 오클랜드 지역은 인구의 자연증가에서도 총 1만 2816명을 기록해 인구 1000명 당 5명이었던 전국 평균보다 많은 1000명 당 8명으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이 지역 인구가 다른 지역에 비해 젊은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인데, 이 같은 상황은 인구 비례로 볼 때 사망자가 다른 지역보다 적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현재 오클랜드 거주자들의 중간 연령은 34세로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이며 전국 평균은 37세이다.
한편 와이카토와 기스번, 웰링턴과 베이 오브 플렌티 지역 역시 전체 뉴질랜드 평균보다 인구의 자연증가율이 높았다.
반면 캔터베리를 포함한 다른 7개 지역은 평균보다 낮았는데, 특히 넬슨 지역은 인구 1000명 당 겨우 1명 자연증가로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으며 이는 결국 인구구조 상 해당 지역에 노령층이 많이 산다는 현실과도 직결된다.
실제로 넬슨은 2011년에 연간 출생신고가 600명을 기록한 이래 매년 줄어 2016년 540명, 그리고 작년에는 504명을 기록한 반면 사망신고는 2012년 400명을 넘은 후 2015, 16년의 447명에 이어 작년에 468명으로 계속 많아졌다.
<아이 적게 낳고 늦게 낳는 뉴질랜드 여성들>
이번 통계가 발표되면서 당사자인 통계국은 물론 국내 언론들 역시 뉴질랜드 여성들의 출산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제목을 일제히 달았다.
이는 이른바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이 작년에 1.81명으로 뉴질랜드 역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합계출산율은 쉽게 설명하면 ‘가임기 여성(15~49세)’들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의 평균 숫자를 나타낸다.
합계출산율은 그 해에 출산한 가임기 여성의 연령대별 출산율을 모두 합해 산출된다.
각 연령대 출산율은 해당 나이대 여성들이 낳은 출생아 숫자를 그 나이대 전체 여성으로 나누어 산출하는데, 예컨대 2017년에 30세 산모가 출산한 신생아가 모두 1만명이고 30POST세 여성 전체가 10만명이었다면 그 해의 30세 연령별 출산율은 0.1명이 된다.
이 같은 합계출산율은 15세 여성이 49세까지 향후 35년간 특정 연도의 연령별 출산율 움직임을 그대로 따른다는 가정에서 산출되며, 해당 국가나 지역의 향후 인구 증감 추세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도표1)
▲ 도표1: 연도별 합계출산율
<60년 전 4.3명, 현재는 2명 이하로 낮아져>
뉴질랜드의 합계출산율은 지난 1929년부터 시작된 ‘세계 대공황(Great Depression)’시기와 제2차 세계대전 당시부터 크게 늘기 시작해 1961년에 4.31명으로 정점에 달한 바 있다.
이후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1980년대부터 2명 선 안팎을 오르내리기는 했지만 지난 40여년 동안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2008년 2.19명을 기록한 후 계속 하락하는 추세가 줄곧 이어지다가 2016년 1.87명을 기록한 후 작년에는 결국 사상 최저 수준까지 하락한 실정이다.
이와 같은 합계출산율 하락 배경에는 가임기 여성 중에서도 특히 15~29세 여성들이 이전보다 훨씬 적은 수의 자녀들을 갖기 시작한 데서 비롯됐다.
여기에다 출산하는 나이 역시 늦어진 점도 영양을 미쳤는데, 실제로 전에는 20대 초반 여성들이 엄마가 되는 주요한 연령대였지만 현재는 30대 초반이 역할을 이어 받은 상황이다.
참고로 지난 1970년대에 엄마들이 된 뉴질랜드 여성들의 ‘중간 나이(median age)’는 25세였는데 1999년에 30세로 올라선 후 작년까지도 이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출산율 저하 현상은 모든 연령대 여성들에게서 공히 나타나고 있는데, 작년에 30~34세 연령대 합계출산율은 1000명당 117명으로 2002년의 120명에 비해 3명이 감소했다.
25~29세 역시 같은 기간에 97명에서 94명으로, 35~39세도 69명에서 67명으로 , 그리고 20~24세 연령층에서도 58명에서 55명으로 각 연령대 모두 2~3명씩 줄어들었다.
또한 이보다 더 어린 10대 여성(15~19세)들이 엄마가 되는 사례는 같은 기간 동안에 20대 이상 여성들보다도 훨씬 빠르게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 1962년에 1000명 당 54명이나 됐던 10대들의 출산율은 2008년에 33명으로 감소했고, 작년에는 당시에 비해 ¼ 수준인 15명으로 하락하면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 갔다.
한편 작년에 40~44세 여성 중 2292명이, 그리고 45세 이상 중 150명의 여성이 출산했으며 15세 미만에서도 18명이 아기를 낳은 것으로 집계됐다. (도표2)
▲ 도표2: 연령/연도별 출산율
<인구 문제 해결책은 이민 뿐>
인구 전문가들은 뉴질랜드가 현재의 인구를 그대로 유지포스트하기 위해서는 합계출산률이 2.1명은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여성들이 적게 아이를 낳고 더 늦게 출산하는 경향은 세계적 현상인데, 특히 살기 편하다는 선진국일수록 치열한 경쟁사회가 만들어지면서 오히려 그런 현상이 심화되는 실정이다.
지난 2000년대부터 이미 합계출산율이 1.5명 이하로 진입했던 한국은, 작년 신생아 숫자가 35만여명에 그치며 수치가 1.1명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보도가 최근 전해진 바 있다.
이로 인해 시군구 기초 지방자치단체 중 1/3 이상이 향후 30년 이내 인구 감소로 소멸할 뿐만 아니라 한국의 국가 발전 자체가 인구 문제로 정체에 빠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 지 오래다.
작년 9월 뉴질랜드 통계국은, 작년 6월말까지 연간 10만 400명 인구가 증가해 총인구가 479만 명에 달하게 됐으며 지난 5년간 인구는 39만 명이 늘었다고 발표했다.
당시 통계국은 인구증가 중 2만 8100명이 자연증가이고 이민자로 인한 증가가 7만 2300명이라고 밝혔는데, 신생아가 별로 늘지 않고 합계출산율 역시 사상 최저로 하락했음에도 증가한 이유는 결국 이 기간 중 기록적으로 늘어난 이민자들 때문이다.
이는 1800년대부터 이민으로 이룩된 뉴질랜드가 인구 감소와 노령화를 막고 국가 성장의 잠재력을 유지하려면 결국 이민만이 그 답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하겠다.
남섬 지국장 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