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져라, 유권자 파워!
- 유권자 수가 힘이다
[i뉴스넷] 최윤주 기자 editor@inewsnet.net
1865년 60만 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남북전쟁에서 북군이 승리했다. 이로써 미 전역의 노예가 해방됐다.
그러나 그 후 100년이 흐르도록 흑인들은 극심한 인종차별을 겪으며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다.
흑인과 백인이 같은 교통수단을 타고, 같은 학교에서 공부를 하기 시작한 건 60년도 채 되지 않는다. 1960년대 미국이 인종차별주의에 빠져있던 그 때, 흑인사회의 선각자들은 공민권 운동, 즉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정치참여의 권리를 얻기 위한 운동에 목숨까지 내놓았다. 그리고 투표권을 쟁취했다.
투표권을 손에 쥐면 정치적인 평등이 이뤄지는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흑인들은 백인을 뽑기 위해 투표장으로 가지 않았다. 죽기 살기로 싸워 얻어낸 투표권은 흑인들 스스로에 의해 사장됐다.
민권운동 지도부는 흑인 정치인 배출이라는 전략을 전면에 세웠다. 흑인인구가 20%를 넘는 지역에선 반드시 흑인 후보를 만들어냈다. 후보가 있는 지역에서는 수입의 10%를 선거자금으로 기부하는 운동이 벌어졌다. 선거권을 가진 이들은 조직적인 유권자 등록에 가세했고, 반드시 투표에 참여했다.
흑인들은 권리와 정치적 평등을 획득하는 공격적인 전략으로 ‘정치인 배출’에 힘을 쏟았고, 응집된 단결력으로 이를 성공시켜냈다.
미국사회에서 커뮤니티의 힘은 정치력 성장과 맥을 같이 한다. 오랜 세월 핍박받고 차별받았던 흑인들이 이를 입증한다.
미주 한인 이민역사가 115년을 넘어섰다. 마이너리티인 한인들은 미 주류사회에서 ‘표’로 인식된 적이 드물다.
우리가 사는 북텍사스에선 드문 정도가 아니다. 한인 커뮤니티가 영향력 있는 ‘표’로 대우받았던 적은 거의 없다.
그동안 달라스 한인사회는 한인들만의 영역 안에서 주류사회와 큰 마찰 없이 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오는 데 급급했는지 모른다. 이 땅에 뿌리내리며 사는 게 무엇보다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정치력에 관심을 가질만한 여력이 없었던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한인사회는 북텍사스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소수민족 중 하나다. 한인 인구 10만 명이 넘어선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이러한 인구증가는 지속적으로 성장곡선을 그려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력은 커뮤니티의 성장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유권자 수는 그 어떤 소수계 커뮤니티보다 적고 투표율은 걱정스러울 정도로 참여도가 낮다.
달라스 포트워스 한인 사회가 거주인구에 비해 주류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건 전적으로 ‘투표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수민족의 소외감은 정치로부터의 고립에서 출발하는 문제다. 응집된 힘을 보여주지 못하는 소수민족 자치 기구는 나라를 움직이고 지방자치단체를 움직이는 정치인들에게 결코 흥미로운 대상이 될 수 없다.
주류사회의 영향력으로 가는 길은 정치참여 뿐이다. 유권자 등록으로 힘의 규모를 드러내고 선거참여로 힘의 생명력을 과시하는 것만이 한인사회의 ‘목소리’를 내는 길이다.
이 길 위에서 반드시 이룩해야 할 것이 ‘유권자수’와 ‘정치인 배출’이다. 유권자 수는 마이너리티 커뮤니티의 정치력을 단기간에 가시적인 파워영역 안으로 끌어올린다. 정치인 배출은 조직적인 한인 파워가 입증해낸 실질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
현재 세 명의 한인 후보가 한인 정치인 배출에 바짝 다가 서 있다.
2010년부터 두번의 당선으로 대표적인 한인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한 달라스 카운티 제8형사법원 티나유 판사가 이번엔 달라스 카운티 제1지방법원 형사 판사에 도전한다. 중범죄 형사재판이 이뤄지는 제1지방법원은 기존의 카운티 형사법원보다 무게감이 높은 곳이다.
알렉스 김 후보는 테런 카운티 제323 지방법원 판사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알렉스 김 후보는 3월 6일 열리는 공화당 경선에서 이겨야 11월 본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전영주 후보는 코펠 시의원에 도전한다. 코펠 제6지구 선거는 인도계와 백인계 후보까지 합세해 3명의 후보가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인들의 응집된 힘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달라스 포트워스 한인사회의 정치 지형을 흔들 거대한 유권자 파워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