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주고등법원 내부 [사진 flickr/Evan Leeson]
악플러 주장 근거 없어
반복적 글 게시 가중처벌
인터넷에 악플을 올려 사업체를 문 닫게 했다면 그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BC주 고등법원(Supreme Court of BC)은 리치몬드 소재 결혼사진 촬영업체가 신혼부부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에서 피고에게 11만5000달러를 물어내라고 22일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결혼사진 촬영 및 서비스를 주관하는 아마라 웨딩에 중국계 예비부부가 찾아오면서 시작됐다. 부부는 2015년 7월 4일 치러질 결혼식의 촬영과 앨범, 헤어, 미용, 결혼식 사회 등 결혼 서비스를 받기로 하고 약 6000달러에 사진관과 계약했다.
부부는 선금 3500달러를 지급했고 차액은 날짜가 기재된 수표로 전달했다. 그러나 결혼식 며칠 전 신부는 미리 촬영한 사진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차액 지급을 거부했다.
약속한 대금이 입금되지 않았지만 사진관은 계약대로 결혼식을 진행했고 사진 촬영도 마쳤다. 그리고 잔금을 치르면 앨범 및 비디오를 주겠다고 부부에게 알렸다. 그러나 부부는 끝내 잔금을 주지 않았다.
더는 부부와 다투기 싫은 사진관은 선금 중 일부를 돌려주며 계약을 해지하려 했지만 부부는 제안을 거부한 후 앨범과 비디오를 받기 위해 소액재판을 걸었다.
사달은 여기부터 벌어졌다. 판결이 나오기 전부터 부부는 중국어와 영어로 된 인터넷 사이트 여러 곳을 다니며 "착취" "사기" "고객에게 거짓말한다"고 사진사 및 운영하는 사진관을 비난했다. 특히 신부가 집중적으로 글을 올렸다.
악플에 시달리던 사진관은 변호사를 통해 부부에게 악성 글을 내리고 사과하라고 요구했지만 무시당했다.
그 와중에 소액재판 결과가 나왔고 사진관이 승리했다. 부부는 사진관과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 사과문을 올렸지만 이미 타격을 입은 사진관은 2017년 1월 문을 닫았다.
이후 사진관이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피고는 사진사에게 속았으며 계약 위반이라고 생각해 인터넷에 글들을 게시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자신의 글이 사실일 뿐 아니라 일반의 이익에 부합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가 주장을 입증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 주장조차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다른 여러 증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사진을 맘에 안 들어 하는 점은 명확하지만 글 게시의 정당성을 입증하지는 못했다며 피고에게 피해액 7만5000달러에 더해 무리한 행위로 인한 가중 피해 1만5000달러, 반복적 악의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2만5000달러 등 11만5000달러를 물어내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문제없이 운영되던 업체의 급격한 침체와 피고의 악플 사이에 우연이 작용했다고 볼 수 없다며 특히 중국어 블로그와 게시판, 소셜미디어에 거짓 주장을 게시해 주 고객인 중국계에 업체 평판을 엉망으로 만든 점도 지적했다.
법원은 업체를 망하게 하겠다는 잘못된 목적으로 피고가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며 인터넷을 자신들이 겪은 피해의 해소 수단으로 삼아도 된다는 이들에게 명예훼손의 결과도 따른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밴쿠버 중앙일보 이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