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청론] 북 안전 보장되면 북미 대화도… 문 대통령, ‘민족우선’ 외교 계속해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4월말에 판문점에서 열리는 등 한반도 평화 정착의 긍정적인 신호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물론 미국의 방해가 없다는 전제 하에서다.
이틀 간 방북한 특별사절단은 북한 측과 4월말 정상회담 개최, 정상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대화통로(Hot Line) 설치,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없어지고 체제 안전이 보장될 경우에 한반도 비핵화, 이를 위한 대미 대화 용의 등에 합의했다.
▲ 필자 김현철 기자 |
또 남북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 중단, 남측을 향한 북한의 모든 무기 불사용, 평창올림픽 때 조성된 남북 간 화해와 협력 지속을 위한 남측 태권도시범단 및 예술단 평양 초청 등에 합의하는 성과도 거두었다.
그러나 방북특사단이 가장 염려했던 북미 대화 문제를 놓고 북한 측은 지금까지 줄곧 주장해 온 대로 북에 대한 군사적 위협, 체제 안전 보장이라는 선결 조건이 충족될 때만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자세를 되풀이, 이제 공은 트럼프에게 넘어 갔다.
한미 정상이 3월 1일 통화에서 합의한 “북한과의 모든 대화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는 명확하고 흔들림 없는 목표를 가지고 행해져야 한다”는 통화 내용은 한미 양국의 일방적인 바람일 뿐, 거기에 ‘북한에 군사적 위협 제거 및 체제 안전 보장’이 전제되지 않는 한, 북미 대화는 없다는 뜻이다.
얼마 전에는 무조건 북한과 대화를 바란다며 다급해 했던 미국이 남북 대화가 잘 되어 가는 것을 보자 갑자기 다시 비핵화를 들먹이는 자세로 바뀌었다.
이에 북한은 북미 대화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를 확인한 방북특사단은 기약 없는 북미대화 중재에 시간을 뺏기느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온 힘을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비핵화’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는, 2013년 4월 1일 제정된 북한의 법령,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공고히 할 데 대한 법’ 제2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무력은 세계의 비핵화가 실현될 때까지 우리 공화국에 대한 침략과 공격을 억제, 격퇴하고 침략의 본거지들에 대한 섬멸적인 보복타격을 가하는 데 복무한다”는 법 조문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비핵화’ 수용 불가한 북한
결국 핵으로만 미국의 침공을 막을 수 있는 북한으로서는 ‘비핵화’란 생명줄을 놓는 어리석은 짓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 김영철 부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만났을 때 북미 대화 조건으로 ‘비핵화’라는 말을 듣기만 했는데, 이는 한국 언론이 보도한 것처럼 아무런 반응 없이 듣기만 한 김영철의 자세는 ‘묵시적으로 이에 동의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 남북정상회담에서 만나게 될 문 대통령의 입장을 생각해서 일방적인 말에 묵묵부답, 내심은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3월 3일치 논평을 통해 “미국이 우리에 대한 제재를 계속 하고 합동군사연습을 강행한다면 우리는 우리 식의 대응방식으로 미국을 다스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즉, 북한은 평창 패럴림픽대회 후로 예정된 한미군사훈련 재개 즉시, 다음 단계의 핵.미사일 발사나 또는 새로운 방법으로, 미국이 ‘비핵화를 전제한 대화는 없다’는 북한의 진의를 받아들일 때까지 핵무력 압박을 가하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여기서, 북한의 대미 압박 수준이 미 본토 주변 공격이 될지, 아니면 미공개 신무기를 공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최근 해상봉쇄를 뜻하는 미국의 최강 대북 제재는 북한의 경우, 별 의미가 없는 것으로, 북의 감정만 사는 조치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미국 강경파들이 자력갱생 경제체제를 통해 98% 이상의 자급자족을 이룬 북한에 아직도 너무 무지한 탓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미국은 북한이 세계 최강 사이버 부대를 통한 해킹으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미국의 은행에서 마음대로 현금을 빼가는 경험을 당한 이상 대북 제재는 별 의미가 없는데도 대북 제재,압박에 매달림은 그 역시 보여주기식 허세라는 것이다.
이번 미국의 초강경 제재마저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북한이라면, 미국이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3차 대전을 유발할 전쟁뿐인데 과연 미국이 미 본토 초토화를 노리는 북한과의 전면전쟁을 시작할까?
‘민족우선’ 대미외교가 우리의 살 길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문 대통령이, 첫째, 남북 우리 민족 우선, 그 다음이 동맹 순으로 대미 외교를 소신껏 펴나갈 때, 미국은 싫더라도 벙어리 냉가슴 앓듯 묵인 내지 동조할 수밖에 없는 때가 왔다.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광복 100년으로 가는 동안 한반도 평화공동체, 경제공동체를 완성해야 하며 분단이 더 이상 우리의 평화와 번영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국민들과 함께 이 목표를 이뤄나갈 것’을 제안했다. 이는 그간 남북 간 대화에 찬물만 끼얹어 온 미 당국자들에게는 이번 남북 고위층의 합의와 함께 상당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이제 미국은 남북한 민족 문제에 관한 한, 남한만이 아닌 핵강국 북한까지 합세, 동조한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게 되었다. ‘민족에 우선하는 동맹은 없다’는 말이 진리임을 새삼 느끼는 요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