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익환의 꿈'을 기리며
김명곤
어느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다.
워싱턴 사는 50대 초반 한인동포가
겨울철 따뜻한 플로리다에 방 한 칸 얻어놓고는,
매일 골프연습에 열중하더란다.
미국 시니어 프로가 되기 위해
이름 있는 코치도 고용하고, 매일 식단도 조절하면서
라운딩을 해 보니 그의 실력은 80대.
시니어 프로들이 한 때 '쨍쨍하던' 실력파들이란 것을
그는 모르고 있었던 듯했다.
프로들과 너무 격차가 커서 만류하고 싶었지만,
감히 입에 올리지도 못했단다.
"꿈은 그를 세웠고, 크든 작든, 가능하든 아니든
꿈이 인간에게 존재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그리 멀지 않은 옛날에
한반도 남단에 '몽환가' 하나가 살고 있었다.
살아있으면 올해 100살인 문익환 목사는,
“서울역이나 부산, 광주역에 가서
평양 가는 기차표를 내놓으라”고
*<잠꼬대 아닌 잠꼬대>를 했다.
세상은 그를 ‘노망한 늙인이’라고 힐난했다.
현실을 꿈으로 만들고 꿈을 현실로 즐기던 그는,
가위발로 분단선을 사뿐 넘어,
예수님식 슬픈 포옹으로 주석을 덥석 껴안았다.
세상은 ‘사회주의식 포옹’이라며 몰매를 가했고,
‘빨갱이는 북으로 가서 살아라!’고 저주했다.
‘꿈 이야기’ 설픗 털어놓았다가
형제들에게 왕따 당한 요셉처럼
문익환은 따돌림과 멍석말이 패대기를 당했다.
끄떡도 않던 그는,
하늬 꽃샘을 뚫고 돌아올 봄날을 애닯게 기다리다가,
분단선을 굽어보며 훨훨 하늘로 날아갔다.
비스가 산 꼭대기에서 눈앞에 펼쳐진 가나안 땅을
하염없이 바라만 보다가, 하늘로 갔던 모세처럼.
꿈은 애당초 규칙이 없다.
그런데 분단된 한반도에선 꿈도 규칙에 따라 꾸란다.
평화를 꿈꾸는 것도, 화해를 꿈꾸는 것도
‘규칙위반’이라며 엄벌에 처하고 삼족을 멸했었다.
꿈만이 아니다.
말도 규칙에 따라 하고, 생각도 규칙에 따라 하고
격려도 칭찬도 규칙에 따라 하고
이게 50년도 넘고, 70년이 되고, 100년을 바라보고 있다.
오직 인간만이 꿈을 꾼다.
크든 작든, 가능하든 아니든, 누군가의 꿈을 깨 버리는 것은,
그를 무너뜨리고, 존재가치를 부인하는 잔인한 일이다.
인간의 인간됨을 부인하는 패악이다.
이른 봄날, 꿈을 꾼다.
청와대 경내 잔디밭 같기도 하고
주석궁 앞마당 뜰 같기도 한 양지녘에서
이니-여니, 으니-나미 짝 이루어 컬링을 한다.
날렵한 이니가 납짝한 돌 던지고 여니에게 ‘헐헐!’
뒤뚱뒤뚱 으니가 납짝한 돌 던지고 나미에게 ‘워워!’
둘러선 수석과 비서들은 왔다갔다 ‘헐헐, 워워!’
문익환이 활짝 웃으며 하늘에서 내려다 본다.
문익환 목사 ⓒ통일의집 |
(*<잠꼬대 아닌 잠꼬대>는 문익환 목사의 대표적인 통일시이다.)
멋진 시에요..감동입니다 ^^
기분 좋은 봄날,
마음이 엄청 동하여,
나오는대로 가벼이 끄적거려 보았습니다.
청와대 잔디밭에서 컬링 한 번 해 보았으면 원이 없겠습니다.
그 기세로 금수산 궁전 앞마당에서도...